<지난호에 이어>
 ▲ 금정산(金井山) 유래에 대하여
 ‘동국여지승람’권제 23 동래 금정산조’에는 ‘금정산은 현의 북쪽 20리 지점에 있다. 산마루에 큰 바위가 있다. 높이가 3길 쯤 되고 위에 금정(金井)이란 우물에 있는데 둘레가 10여척이고 깊이가 7척 쯤 된다. 빗물이 괴어 항상 가득 차 있어 가물어도 마르지 않으며 빛이 황금 같다. 세상에 전해 오기를 한 마리의 금색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로부터 내려와 그 속에 놀고 있었기 때문에 이로써 그 산 이름을 지었고, 그로 인해 절을 짓고 범어라는 이름을 지었다’라 합니다.
 이곳 범어사 스님들은 지금도 석양 무렵이 되면 금정 속에는 검은 테를 은은히 두른 금고기, 즉 범천으로부터 내려온 범어가 바람결을 따라 오르내리며 유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합니다. 왜냐하면,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무스레한 바위 빛이 곡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어 마치 금빛 물고기가 노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랍니다.

 ▲ 고담봉 고모당(姑母當) 전설에 대하며
 지금부터 약 400여 년 전의 일입니다. 밀양 사람인 박씨라는 여인이 남편을 여의자 불가에 귀의하여 범어사에서 화주보살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신명을 바쳐 일하여 사부대중의 칭송이 대단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이 보살이 큰 스님께 말하기를 “제가 죽거들랑 화장을 하여 저 높은 금정산 정상에 묻어주고, 그곳에 고모여신을 모시는 산신각을 지어 고모제를 지내주시면 높은 곳에서 수호신이 되어 범어사를 돕겠습니다.”하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화주보살의 간구한 뜻을 받들어 금정산 정상에 사리를 묻고, 고당봉(해발 801m)에 산신각을 짓고 해마다 정월 보름날과 단오 날에 제사를 지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녀의 말대로 범어사는 아주 번창한 사찰이 되었습니다. 한 때 젊은 스님들이 당제를 지내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산신각 당집을 훼손하였습니다. 그 뒤로 줄지어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이를 목격한 스님들은 다시 산신각을 복원하고 산신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이런 전설로 산신각인 고모당이 있는 금정산 정상을 고담봉이라 합니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은 고모당의 신성함과 영험을 알려주는 전설입니다.
 이러한 전설을 간직한 금정산 범어사 배관을 마치고나니 점심때가 다가옵니다.

 범어사는 오어사(吾魚寺), 만어사(萬魚寺), 신어사(神魚寺)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기 어(魚)자가 든 유명한 사찰입니다. 예불시 규모 있는 사찰에서는 범종각에 매단 법구인 목어를 두드립니다. 또 염불이나 시간을 알리 때 스님들은 고기를 닮은 목탁을 칩니다. 이것은 어류를 천도할 뿐만 아니라, 물고기는 잠을 잘 때조차도 눈을 뜨고 자기에 구도를 위해 용맹정진(勇猛精進)하는 수행자를 경책하기 위함입니다. 기독교에서도 고기를 신성시합니다. 예수님께서 오병이어((五餠二魚)로 기적을 일으켜 수 천 명의 사람을 먹였기 때문입니다.
 일행은 마지막 답방지인 양산 통도사 길목에 있는 오리고기요리 전문점인『오리궁』식당에서 합니다.『좋은 데이 소주』가 남실남실 거리는 잔을 서로서로 주고받으며 담소도 즐깁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것을 이를 두고 한 것 같습니다. 허기졌던 심신에 원기가 충만 되고 생기가 넘쳐납니다. 점심을 마치고 기똥차게 영취산 통도사 배관 길에 나섭니다.    

 ▲ 불보종찰 양산 영취산 통도사(靈鷲山 通道寺)에서
 어느덧 영취산(해발 1,050m) 자락에 포근하게 안겨있는 양산 통도사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부터는 낙락장송(落落長松)이 숲길을 이루는 솔밭길입니다. 가지를 휘늘어뜨린 솔숲들이 수도승처럼 자연스레 합장을 합니다. 영취산 문에 들어서는 길은 소나무 정취가 가득한 오솔길로 통도사 일주문이 길손을 맞이합니다. 영취산 동쪽 계곡물을  모두 모아서 통도사 아랫담을 스쳐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이 송림 솔바람 소리와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통도사는 그 규모가 매우 방대합니다. 여느 절 못지않게 역사와 전통이 깊고 큰 스님들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지만 통도사가 유명한 절이 된 것은 금강계단(金剛戒壇)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연스님의 『삼국유사』에 의하면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15년(646)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합니다. 자장율사는 선덕여왕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당나라에 유학한 뒤에 통도사를 창건 했습니다. 그는 당시 승려들의 기강을 바로잡는 울사로 이름났습니다.
 이곳 통도사는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금란가사(금실을 넣은 스님의 법의)를 당나라에서 가져와 이곳에 봉안해 불보종찰(佛寶宗刹)이라 했습니다. 통도사는 해인사. 송광사와 함께 한국의 3보 사찰(三寶寺刹) 중의 하나입니다. 어느 종교이거나 신격(神格)과, 경전, 성직자의 삼대요소가 갖추어지면 교단이 형성됩니다. 불교에서는 신격인 부처님, 다음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불법인 불경 그리고 이 가르침을 배우고 따르며 전파하는 스님을 일컬어 3보라 하여 교단 형성의 기본 요소로 삼으니, 이 삼보가 구비된 곳이 바로 절(사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삼보를 구비해야 할 절들 중에서 어떤 연유로 말미암아 어느 한 쪽의 비중이 극대화되어 삼보의 균형이 가끔 깨어져 있는 경우가 있게 됩니다.

 이런 불균형은 대체로 그 절의 특수성에 기인(起因)한 것이라서 그런 절들은 이 점을 오히려 명예로운 전통으로 여기고 그 전통을 영광스럽게 지켜가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으니 그 대표적인 예가 불보종찰(佛寶宗刹)을 자부하는 이곳 양산 통도사와 법보중찰(法寶宗刹)을 내세우는 합천 해인사 그리고 승보종찰(僧寶宗刹)임을 자랑하는 순천 송광사입니다. 통도사는 신라시대에 자장 율사가 모셔왔다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정골 사리와 금란가사가 봉안되어 있다하여 불보종찰임을 자처하게 되었고, 해인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법을 새긴 고려 팔만대장경 경판을 보장하고 있다 하여 법보종찰(法寶宗刹)임을 내세우고, 송광사는 예부터 지눌국사 등 16국사와 고승대덕을 배출했다하여 승보종찰(僧寶宗刹)로 자랑합니다. 삼보종찰(三寶宗刹)의 세 가지 보물과 이를 모신 전각들은 모두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문화재로서의 의미도 큽니다.
 통도사 금강계단(金剛戒壇)은 석가모니부처님의 진신사라(眞身舍利)를 모신 적멸보궁입니다. 그래서 금강계단 전각내부에는 불상이 없고 수미단만 놓여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신라의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사리를 나누어 봉안한 5대 적멸보궁이 있습니다. 통도사 외에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태백산 정암사, 영월 사자산 법흥사에 적멸보궁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통도사의 적멸보궁이 가장 유명합니다. 이렇게 하여 통도사의 내력을 알아봅니다.
 통도사의 가람 배치는 냇물을 따라 동서로 길게 늘어선 건물들이 서쪽에서부터 금강계단을 모신 상로전(上爐殿),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광명전이 중심이 되는 중로전, 영산전을 중심으로 하는 하로전으로 구분합니다.
 통도사의 근본정신이 집결된 금강계단을 비롯해 대웅전, 명부전, 응진전과 구룡신지(九龍神池)가 ㅁ자 형식으로 높여있는 상로전은 통도사에서 가장 중요한 곳입니다. 통도사는 금강계단이 전체 가람 배치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금강계단에서 번뇌와 욕망을 씻고 수행에 나서라는 의미로, 이곳에서 계를 받고 실천해야 대승불교를 이룰 수 있다는 통도(通道)의 전체를 상기키는 것입니다.

 통도사에는 1천3백년의 문화가 보존된 성보박물관이 있습니다. 일주문 옆에 있는 성보박물관을 찾아 갑니다. 안내 보살님의 설명에 의하면 성보박물관은 불교문화를 중심으로 지정문화재 34점을 포함해 3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불교회화는 6백여 점에 달하며, 박물관 현관을 들어서니 우리 고장 옥천사의 괘불인 매우 큰 영산회상도가 정면에 전시되어 있어 감개가 무량합니다.
 이 옥천사 괘불은 18,19세기에 제작되었다는 옥천사의 영산회상도는 부처님께서 인도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는 장면을 묘사한 불화입니다. 탱화는 가로10m, 세로12m의 비단폭에 채색으로, 중앙에는 본존불 석가모니불이 서있습니다. 그 양편으로 문수와 보현으로 보이는 협시보살이 역시 서 있습니다. 석가모니불은 원만한 얼굴에 육계(肉?)가 우뚝하고 광배(光背)는 두광(頭光)과 신광(身光)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수인(手印)은 통인(通印)을 하고 있습니다. 탱화의 구도는 대칭적이며 부처님을 부각 시키고자 부처님을 크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본존불의 손에 흰색 선으로 윤곽만 처리한 투명한 연꽃이 들려져 있어 신비롭습니다. 이곳 노보살의 설명에 의하면 옥천사 괘불탱화는 옥천사에 큰불사가 있을 때 대웅전 앞 당간에 괘불을 걸었다고 합니다. 옥천사괘불이 이곳에 전시된 것을 옥천사에서 대여 받아 2013년 4월까지 전시하고 반환한다고 합니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에는 불화 외에도 은입사동제향로(보물제334호)를 비롯해 친착가사, 구룡병풍, 달마도, 감로병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 성보박물관을 대충 둘러보고 나오면서 박물관을 원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승차합니다. 통도사가 있는 영취산은 이 산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설법을 인도의 영취산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산명입니다. 영축산, 취서산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