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직은 정주(程朱)의 학통을 이어 받은 성리학 중심의 인물이며 정치중심의 인물이다. 그는 밀양에서 태어나 나이 세 살 때 그 할머니 등에 업혀 다니는데 하루는 집 뒤 대나무 숲에서 까마귀가 가옥 가옥 소리내여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저 대나무 숲 가운데 소고기가 있다고 까마귀가 울부짖고 있으니 할머니 대밭가운데 가 보자고 하기에 그 할머니는 손자인 김종직을 업은 채 대밭가운데 이르러 보니 방금 도살된 죽은 소 한 마리가 누워 있지 않은가.
 그래서 아이가 시키는 대로 소의 뒷다리 하나를 잘라서 집에 가지고 와서 반찬으로 하여 식구들이 잘 먹었는데 그 3일 후 할머니가 소도둑으로 몰려 밀양군청으로 잡혀가게 되었는데 세 살 난 김종직이 말하기를 나를 업고 군청에 가자고 한다. 할머니도 혼자 잡혀 가는 것이 허전하였는데 더욱 잘 된 일이라 하고 손자 김종직을 업고 군청에 행하니 군수가 엄하게 문초하는지라 할머니는 겁이 나서 대답하기를 내 등에 업힌 손자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다하니 군수(성주:城主)는 아무 말 없이 동헌(東軒) 뒤를 한 바퀴 돌아오더니 나의 오른 손 주먹속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하고 아이에게 물으니 김종직은 서슴없이 대답하기를 그 손 안에는 개구리 한 마리가 들어 있어 아프다고 발버둥치고 있습니다하니 과연 그럴까 하고 군수가 손을 펴니 청개구리 한 마리가 달아나 버렸다. 이 상황을 지켜본 관원들은 놀라지 않는 자가 없었다.

 할머니는 소를 잡을만한 능력이 없음이 인정되어 무죄로 풀려나 집으로 돌아가는데 군수는 통인(通引:요즈음 비서관)을 시켜 몰래 그 할머니 뒤를 따라가 그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가 자세히 듣고 와서 소상하게 고하라하니 통인이 몰래 뒤를 쫓아 따르고 있는데 산 모퉁이를 돌아가면서 그 아이가 할머니를 보고 하는 말이 알지도 못한 중놈의 자식이 군수로 부임하여 남의 할머니를 오라가라 괴롭히고 고생을 시키다 하거늘 통인이 가만히 듣고 군청에 돌아와 이 사실을 군수에게 보고 할 수 없어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으려 하였으나 군수는 통인을 형틀에 묶어 목을 베려고 하니 통인도 살아남기 위해 그 아이의 한 말을 사실대로 고하였다.
 놀라운 말을 들은 군수는 그날 밤 칼을 가지고 어머니 침실에 들어가서 어머니께 고하기를 “나의 아버지에 대한 바른 말씀을 해 주시면 어머니도 살고 나도 살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어머니께서 거짓말을 한다면 소자는 어머니 앞에서 이 칼로서 죽을 것입니다.”하니 어머니가 통곡하면서 “내가 시집 온 석 달 만에 남편이 급병으로 돌아가시고 혼자 집을 지키고 있노라니 어느 날 중이 동량차 왔기에 쌀을 한되박 주었는데도 점점 방까지 따라 들어와 하는 수없이 너를 잉태하였음으로 이웃에는 전남편의 아이라고 속이고 무럭무럭 자라나 오늘에 이르렀다.” “어머니, 그럼 저도 살고 어머니도 살고 우리 가족 모두 살았습니다.”하고 즉시 군수직을 사직하고 가족을 인솔하여 깊은 산중에 들어가서 잘 살았다고 한다.

 그 아이였던 김종직은 19세에 진사시에 합격하고 25세에 대과인 문과급제에 합격하여 여러 관직을 거쳐 대사관에 이르렀으며 수백 명의 제자가 배출하였고 특히 제자 중에 한훤당 김굉필 서생과 일두 정여창 선생은 문묘(文廟)에 봉안(奉安)되었고 많은 유학자를 배출하였다.
 김종직선생을 추모하여 고향인 밀양에 예림서원을 비롯하여 선산의 금오서원, 함양의 백연서원, 금산의 경렴서원, 개령의 덕림서원에 제향하여 그의 공덕은 후학들에 의하여 길이 추모되고 있는 것이다. 김종직과 그의 제자들이 유교적 이념에 의한 이상사회를 이룩하기 위하여 나래를 펴고저 하였으며 후일의 유학자들이 그를 높이 받들어 존중하였던 것이니 김종직이야말로 도학의 이념을 정치에 실천코저 했던 조선조 성리학의 조종(祖宗)으로 추모함을 받는 것이다.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 참고문헌 : 점필재집, 세조성종실록, 연려실기술, 조선유학사, 조선조의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