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에 나오는 태사공(太史公) 사마천(司馬遷)의 말이다.
 복숭아나무나 오얏나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꽃과 열매로 인해 그 밑으로 길이 절로 생긴다는 뜻이다. 혜(蹊)는 지름길이란 뜻인데 큰 길이 아닌 좁다란 길을 말한다. ‘혜’를 흔히 ‘계’로 발음하기도 한다.
 이장군 이광(李廣)은 활의 명수로 유명했고 힘이 세고 몸이 빨랐기 때문에 흉노(匈奴)들은 그를 한나라 나는 장군(漢飛將軍) 이라 하여 모두들 부러워했다.
 화살이 돌에 박혔다는 일화는 유명한 이야기로 전해오고 있으며 그 돌은 지금도 사호석(射虎石)이란 이름으로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하자면 대충 이런 것이다.
 하루는 사냥을 나갔던 이광이 늦게 돌아오는데 범이 산 옆에 웅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활을 명수인 이광은 화살을 힘을 다하여 범을 쏘았다. 화살이 꽂히는 소리가 나며 범은 그대로 꼼짝도 않았다.
 죽었으려니 하고 가까이 가보니 그것은 범이 아니고 돌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화살이 돌에 꽂혀 있지 않겠는가. 이광은 자기의 힘이 그토록 센 것에 스스로 놀라며 다시 화살을 얹어 돌을 쏘아보았다. 그러나 화살은 돌에 맞고 그대로 튀어 달아났다.
 이 이야기는 있는 힘과 성의를 다해 생명을 걸고 하는 것과 평상시의 자기 실력만으로 하는 것과의 사이에는 그 결과에 있어서 비교도 안되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할 때 비유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광은 많은 공을 세우기는 했으나 이상하게 작위(爵位)를 받거나 봉읍(封邑)을 얻거나 하지는 못했다. 청렴하고 평생에 아부할 줄을 모르는 성질이라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나라에서 은상이 내리면 몽땅 부하들에게 나눠주고 말았다. 그가 죽은 뒤에 집에는 아무것도 돈이 될 만한 것이 없었다 한다.
 그는 말이 서툴러서 남과 같이 있을 때도 항상 별로 입을 여는 일이 없었고 항상 땅에 진지외 도형을 그려놓고 전투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마침내 그에게 불행이 닥쳐왔다. 원수(元狩) 4년(기원전 119년) 무제(武帝)는 흉노의 대토벌을 하게 했다. 이 때 이광은 나이 이미 60이 넘어 있었기 때문에 일선에 나갈 수가 없었다.
 이광은 대장군 위청(衛靑)에게 자진해서 전장군(前將軍)을 청했다. 흉노의 주력 부대와 맞부딪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위청은 무제로부터 이광은 늙었으니 일선에 보내지 말라는 부탁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청을 들어주지 않고 동군(東軍)에 배치시켰다.
 동으로 가는 길이 험하고 멀었다. 게다가 길을 잘못 들어 헤매는 바람에 약속한 기일까지 주력과 합류할 수가 없었다.

 위청은 이광을 꾸짖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천자에 대한 보고문을 써야만 했기 때문에 장사(長史)를 보내 이광에게 경위를 듣고 오게 했다. 이광으로서는 큰 굴욕이었다. 자기 군영으로 돌아오자 이광은 스스로 목을 끊고 말았다.
 이광의 휘하에 있는 장병들은 모두 소리 내어 통곡을 했다.
 후방에 있는 백성들도 이광을 위해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 전기를 쓴 사마천은 끝에 이런 찬사를 붙였다. 옛 글에 말하기를 자기 몸이 바르면 시키지 않아도 행해지지만 자기 몸이 바르지 못하면 명령을 해도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은 이장군 경우에 해당된다. 내가 보기에 이장군은 시골 사람처럼 투박하고 말을 제대로 못했다. 그러나 그가 죽자 온 천하 사람들은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이나 다 그를 위해 슬퍼했다. 그의 충실한 마음이 사대부(士大夫)의 신망을 얻은 때문이다.
 속담에 말하기를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밑에 길이 난다.(도리불언하 자성혜:桃李不言下 自成蹊)고 했다. 이 말은 아주 쉽고 평범한 말이기는 하지만 이광과 같은 큰 덕을 비유해서 한 말로 볼 수 있다.
 이광은 특히 말이 없었기 때문에 이 속담으로 말이 없는 그의 성실성을 비유해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