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丈夫)는 남자라는 뜻이니 대장부는 위대한 남자란 뜻이 될 것이다. 흔히 대장부 사내라고들 말하는데 어떻게 들으면 좀 과장된 소박한 표현인 것 같다. 역 앞을 역전(驛前) 앞이라고 하는 중복된 어감이 주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이 대장부란 말이 나오는 기록이 어느 것이 가장 오랜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으나 대장부란 말을 놓고 그 정의를 내린 것이 맹자(孟子)에 나온다. 등문공하(등文公下)를 읽어보면 다음과 같이 기록되었다.
 경춘(景春)이란 사람이 맹자를 찾아가서 이런 말을 했다.
 ‘공손연(公孫衍)과 장의(張儀)는 어찌 참으로 대장부가 아니겠는가. 그들이 한 번 성을 내면 제후들이 행여나 싶어 겁을 먹고 그들이 조용히 있으면 온 천하가 다 조용하다.’
 공손연과 장의는 역사적으로 너무도 유명한 맹자당시의 변사들이다. 경춘의 말과 같이 그들이 한 번 반감을 갖게 되면 상대는 잠을 편히 자지 못하게 되었고 그들이 조용히 있으면 천하도 따라 조용한 형편이었다. 출세가 사나이의 전부라고 한다면 그들이야말로 사나이 중의 사나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맹자가 보는 눈은 달랐다.

 ‘이들이 어떻게 대장부일 수 있겠는가. 그대는 예(禮)를 배우지 않았던가. 장부가 갓을 처음 쓰게 된 때는 아버지가 교훈을 주고 여자가 시집을 가면 어머니가 교훈을 주는데 어머니는 대문 앞에서 딸을 보내면 이렇게 말한다.
 너희 집에 가거든 공경하고 조심하여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여기는 일이 없게 조심하고 또 조심해라. 남에게 순종하는 것으로서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첩이나 아내가 하는 길이다.’
 이것은 공손연과 장의가 집권층의 비위에 맞게 갖은 아부와 교묘한 말 재주로 상대방의 마음을 낚아채어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마치 교활한 첩이나 영리한 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그런 수법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통렬히 비난한 것이다.
 그리고 맹자는 그가 생각하고 있는 대장부의 정의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천하의 넓은 곳에 몸을 두고 천하의 바른 위치에 서 있으며 천하의 큰 길을 걷는다. 뜻을 얻었을 때는 백성들과 함께 그 길을 가고 뜻을 얻지 못했을 때는 혼자 그 길을 간다. 부귀를 가지고도 그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 수 없고 가난과 천대로 그의 마음을 바꿔놓지는 못하며 위세나 폭력으로도 그의 지조를 꺾지 못한다. 이런 사람을 가리켜 대장부라고 한다.
 범인이 보는 대장부와 철인이 보는 대장부와는 이처럼 많은 차이가 있다. 과연 어느 쪽이 참다운 대장부이겠는가.

 대장부의 웅비(雄飛)는 힘차게 난다는 뜻이다. 웅비의 반대는 자복(雌伏)이다. 얌전히 엎드려 있다는 뜻이다. 사내라면 마땅히 힘차게 날아올라야 한다는 것이 대장부웅비(大丈夫雄飛)란 것이다.
 후한서 조전전(趙典傳)에 나오는 조온(趙溫)의 말이다. 조전은 후한 말기 사람으로 성도(成都)출신이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학문과 실천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었는데 환제(桓帝)때 시중(侍中)으로 있으면서 천자를 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바른 말을 많이 했고 나라를 위해서는 몸도 돌보지 않는 과감한 의견들을 제시해서 집권층의 불만을 많이 사기도 했었다.
 조전은 이렇게 굳고 정직한 인물이었는데 그의 형의 아들인 조은도 그의 기질을 많이 닮아 있었다. 조은은 처음 경조승(京兆丞:우리나라 장관급)으로 있었는데 ‘대장부란 마땅히 웅비해야만 한다. 어떻게 능히 가만히 엎드려 있을 수 있겠는가(대장부당웅비 안능자복:大丈夫當雄飛 安能雌伏)’ 하고 벼슬을 그만두고 말았다. 뜻이 있는 남자라면 당연히 크게 활동을 해야지 이런 하찮은 벼슬에 몸을 담고 기가 죽어지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조은은 어느 해 흉년이 들어 사람들이 굶주리는 것을 보자 집에 쌓아둔 식량을 풀어 만 명 이상의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주었다.
 그 뒤 헌제(獻帝)가 낙양(洛陽)에서 장안(長安)으로 도읍을 옮겨 갔을 때는 시중으로서 동행해서 강남정후(江南亭侯)에 봉해지기까지 했다. 과연 웅비를 했다고나 할까.
 맹자가 말한 대장부, 경춘이 말한 대장부 그리고 조은이 말한 대장부 모두 뜻있는 사나이의 의기를 보여주는 말로 흥미있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