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 때 산에 오르다 보면 핏빛같이 선홍빛처럼 붉은, 어떤 것은 핏빛보다 더 검붉게 익어서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산딸기를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먹음직스러운 이들 딸기를 따 먹으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흠칫 놀라서 내민 손을 다시 거둬들이는 내 자신의 행동에 내 스스로도 놀라게 됩니다. 그것은 이 열매가 혹시 ‘6.25전쟁 때 조국의 부름에 응했거나 자원했다가 초개처럼 산화한 이 땅의 젊은이들의 영혼이 육화하여 피어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한 때 열렬히 시청했던 SBS의 연속극, 「모래시계」의 주제곡에 나오는 주제가인 ‘라슬 감자토비치 감자토프’의 ‘백학’이란 시에서 “나는 가끔 병사들을 생각하지/ 피로 물든 들녘에서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이/ 잠시 고향 땅에 누워보지도 못하고/ 잠시 고향 땅에 누워보지도 못하고/ 백학으로 변해버린 듯하여/ 그들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날아만 갔어/ 그리고 우리를 불렸지/ 왜, 우리는 자주 슬픔에 잠긴 채/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잃어야 하는지를// 날아가네, 날아가네 저 하늘의 지친 학의 무리들/ 날아가네 저무는 하루의 안개 속을/ 무리지은 대오의 그 조그만 틈새/ 그 자리가 혹 내 자리는 아닐는지// 그날이 오면 학들과 함께/ 나는 회청색의 어스름 속을 끝없이 날아가리/ 대지에 남겨둔 그대들의 이름자를/ 천상아래 새처럼 목 놓아 부르면서”    -백학전문-

시인은 하늘을 날아가는 지친 학의 무리를 쳐다보며 전쟁터에 나간 용사들이 피로 물든 전쟁터의 들녘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학이 되어서 하늘을 날아가고 있다고 한 것처럼 나도 산딸기를 보면서 이 계절에, 6.25가 일어난 6월이란 의미 있는 이 계절에 피어난 산딸기는 단순히 산에서 피고 지는 열매가 아니라 그 ‘백학’처럼 우리들의 젊은 용사들이, 어느 이름 없는 산 능선에서 한 치의 땅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처절하게 백병전을 치르다가 죽어간 넋들이, 죽어가면서 어머니! 어머니!라고 애잔하고 애타게 부르다가 죽어간 젊은 넋들의 혼백은 아닐는지 하는 생각 때문이기도 한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6.25전쟁은 우리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동족상잔이었습니다.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젊은이들이 죽어갔는지 남과 북은 그 의미를 각각 달리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남쪽에 살고 있습니다. 내가 다행스럽다고 한 것은 남과 북을 비교하는 다른 일체의 것은 차치하더라도 지금 북녘하늘 아래에서는 왕조시대에나 벌어질 뻔한 3대에 걸친 수령의 세습이 목하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일이 이 대명천지 21세기의 지구상에 북한 아니고 또 다른 나라가 있다고는 내 자신이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한 북한의 정치적 이념이나 사상에 동조하는 세력이 남한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납득하기 힘듭니다.

6월은 호국용사와 그 영령을 기리는 달입니다. 그들의 거룩하고 고귀한 죽음과 희생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우리는 이명박정부에 대해서 일부 대학교수들까지 나서서「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시국선언 하는 것은 고사하고 3대에 걸쳐 지도자를 세습하는 그런 독재중의 독재, 세계사에 길이 남을 지독한 독재국가에서 살아갔을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우리사회일각에는 걸핏하면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촛불시위’를 벌리고 있으며 정치인이나 특정단체에서는 불교의 신성한 ‘삼보일배’를 시도 때도 없이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행동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조국과 민족을 위해 꽃다운 젊음을 바친 호국영령을 기리기 위해서 촛불을 켜고 삼보일배 등의 그런 행동을 했다고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나는 6월이 되면 ‘라슬 감자토비치 감자토프’가 ‘백학’에서 “대지에 남겨둔 그대들의 이름자를/ 천상아래 새처럼 목 놓아 부르면서”라고 부르짖은 것처럼 우리도 조국을 위해 산화한 젊은 꽃다운 영혼들을 위해 진정한 위무와 위로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것이 ‘촛불문화축제’가 되든 삼보일배가 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