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상대사와 문수암 창건 연기설화
 문수암 사적과 창건 연기설화에 의하면, 청량산 산정(山頂) 기암절벽 아래 있는 문수암은 신라 688년(신라 신문왕 8년) 의상대사가 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하였습니다. 이곳 청량산(무이산)은 예부터 산세가 돌올(突兀)하고 풍광이 수려하여 삼국시대부터 해동의 명승지로 유명하였습니다. 특히 화랑도 전승시대에 국선 화랑들이 이 산에서 무술과 심신을 연마했습니다. 그 무렵 의상대사가 보리암이 있는 남해 보광산(지금의 금산)으로 가는 도중 날이 저물었습니다.
 의상대사는 상리면 무선리 어느 촌락에서 숙박하게 되었습니다. 잠이 들자 그때 비몽사몽(非夢似夢間)에 한 노승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르기를 “의상아, 남해 보광산 보다 먼저 무이산을 먼저 찾아올라 보고 가거라.”하는 것이었습니다. 의상대사가 “무이산이 어디에 있는지요?”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노승이 이르기를, “내일 날이 밝으면 아침에 한 걸인이 올 것이다. 그를 따라 가거라.”하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잠에서 깨고 보니 꿈이었습니다. 일어나 앉아서 기다리니 과연 한 걸인이 나타나 났습니다. 의상대사는 급히 밥상을 차려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리고 행선지를 물었습니다. 걸인은 “무이산으로 갑니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의상대사는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들판 평지에서 우뚝 솟아오른 무이산 정상부에 올라섰습니다. 서, 북은 층층이 쌓인 기암들이 병풍 절벽을 이루고 동, 남은 개방되어 발아래는 연꽃이 핀 듯 산들이 올망졸망 둘러섰다. 마치 산 모양이 암벽으로 빗어진 한 송이 목련 꽃 같았습니다. 정면 남쪽을 바라보니 일망무제로 다도해 푸른 바다 풍광이 한 폭의 그림 같이 펼쳐진 명산 명소였습니다. 그림 같은 풍광에 감동한 의상대사가 “아! 이곳이 바로 해동제일의 명산이구나.”하고 탄성했습니다. 그러자 걸인은 중대(中臺)를 가리키며, “의상아, 저곳이 나의 거처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때 또 한 사람의 걸인 오더니 서로 손을 마주잡고 박장대소(拍掌大笑) 하며 암벽사이로 홀연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 모습에 어리둥절해진 의상대사는 황망히 그들이 사라진 자취를 살펴보았습니다. 두 사람은 종적은 찾을 수 없고, 이상하게도 바위틈새 벽면에 천연적인 문수보살, 보현보살 입상이 나타나 있었습니다.

 의상 대사는 그때 문득 깨달았습니다. 꿈속에서 만난 노승은 구고구난 대비 관세음보살이고, 오늘 만났던 두 사람은 걸인이 아니라 대지문수보살과, 대행보현보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의상대사는 무이산을 두루 살펴보고 “이곳은 능히 사자를 길들일 곳이며, 이곳 이야말로 중생제도 도량이구나!” 예찬하고 문수단(文殊壇)을 쌓아 암자를 세웠습니다. 이름은 문수암이라고 하였습니다. 불교에서의 사자(獅子)는 백수의 제왕으로 지혜를 상징합니다. 이것이 의상대사와 문수암 건립에 대한 연기설화입니다.
 그때부터 불가의 스님들은 무이산을 청량산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때 의상대사가 본 천연 문수보살상이 옛 모습 그대로이기에, 신비롭고 영험하여 참배객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화엄경』속에서 문수보살은 보현보살과 함께 비로자나불의 양쪽 협시보살(夾侍菩薩：좌우에서 모시는 보살)이 되어 삼존불의 일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보현보살이 세상 속에서 실천적 구도자의 모습을 띠고 행동할 때 문수보살은 사람들의 지혜의 좌표가 되었습니다. 이 두 보살은 항상 서로의 지혜와 실천 행을 주시하고 사랑하면서 스스로의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바위굴 속 벽면의 문수보살, 보현살상은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 대지문수보살이 상주하는 청량산 풍경을 감상하며
 이런 연기 설화가 있는 현존하는 암자는 1959년 태풍 사라호로 건물이 붕괴된 뒤에 현대식으로 새로 지은 것 입니다. 2층짜리 콘크리트 건물은 요사채와 공양처로 사용되며, 남해가 보이는 2층 위에는 천불전(千佛殿)이 있습니다. 천불전 오른쪽 위에 종무소(宗務所) 건물이 있고, 그 뒤에 주(主) 전각인 문수단(文殊壇)이 있다. 문수단 뒤로 기암절벽이 암자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데, 석벽에는 문수보살상과 보현보살상이 천연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관음전 왼쪽에 요사채가 또 하나 있고, 이를 돌아서 올라가면 독성각(獨聖閣)이 나옵니다.
 청량산 정상부에 있는 비록 문수암은 규모는 작지만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 까지 많은 고승들이 주석 수도하는 고찰입니다. 암자 앞 아래 쪽 절경인 바위봉우리 위에는 석등형 단아한 모습의 사리탑비(舍利塔碑) 한기 세워져 있습니다. 이것은 청담(이순호) 대종사의 영골(靈骨)을 모신 사리탑비입니다.
 청담 대종사는 이곳에서 수도하셨고, 서릿발 같은 수행으로 불교정화 운동에 앞장선 분입니다. 불교정화 운동은 일본의 잔재를 몰아내고 전통 한국불교 수행정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청담대종사가 열반에 들자, 1973년에 신도들이 성금(誠金)하여 이곳에 사리탑을 세운 것입니다.

 문수암 창건 연기설화와 청담대종사를 생각하며, 호연하게 주변 풍광을 살펴봅니다. 파아란 유리알처럼 하늘은 맑고 투명하여 한 없이 높푸르고, 굳건히 땅 짚고 하늘로 향해 머리 솟은 층암절벽 기묘도합니다. 산상에는 가지가지 울긋불긋 물들고 단풍진 색동 치마들, 청풍이 불때마다 수줍어 살며시 치마 속 하얀 속살 보여 줍니다.
 하늘을 우러러봅니다. 구만리 하늘가엔 떠도는 흰 구름만 두리둥실, 저 멀리 관조 되는 다도해 푸른 바다, 백운 속에 잠기었습니다. 해풍이 건 듯 불어 흩어지는 흰 구름 백운들, 바다가 하늘이요 하늘이 바다로세. 친구여! 선경을 묻지 말게나. 선경이 따로 없구나. 여기가 선경인걸. 그 누가 알겠는가. 호연한 이 경계를.... 문수는 산머리로, 보현은 산 가슴에, 의상은 어디로 갔을까?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