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목월의 동시관(童詩觀)

 살펴보는 바와 같이 여타 아동문학에만 전념했던 작가들과 달리 성인 시를 쓰면서도 끈질기게 동시분야에서 활약 4) 해방 후인1946~1963년까지 아동지에 참여하거나 동시 창작을 하였다. 하였음이 보여진다.

 길 잃은 송아지
 구름만 보며
 초저녘 별만 보며
 밟고 갔나베
 무찔레밭 약초(藥草)길 
 위이어어임아 워어어임

 -산그늘> 부분

  박꽃아가씨야
  박꽃아가씨야
  젊은 저녘답을
  말 없이 울자

 -박꽃> 부분

 전자의 시는 <문장>지에 추천된 것으로, 발상이나 소재, 정경의 설정 그리고 율격이 동요적이어서 아직도 동시와 시와 미분화 상태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밟고 갔나베'와 '위이엉어임아 워어어임'이란 행에서 볼 때 동시라고 볼 수 있다.  후자의 시는 <청록집>에 수록된 것으로 <산도화 2>의 '삼월을 건너가는/ 햇살아씨'와 더불어 '박꽃아가씨야/ 박꽃아가씨야'가 동시적인 사물의 의인화가 엿보인다.

 호젓한 청평역
 삼등대합실

 설핏한 눈발에
 해 다 저므네

 차표를 안 파오
 표가 없대요

 서울은 백여리
 길 끊어지고

 앞뒷 산 눈보래
 해다 저므네

 -축령산 3> 전문

 기차가 연착한
 촌 정거장
 꽃가마가 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오냐 새색씨 마중나온 꽃가마
 새색씨는 분홍치마
 입고 오리라
 새색씨는 연지
 찍고 오리라
 가을바람 부는
 촌 정거장
 가마가 외롭게
 기다리고 있었다.

 -가을> 전문

 전자의 시 역시 발상이나 구조가 동시적이다. '차표를 안 파오/ 표가 없대요'와 같은 말투가 어린이의 말투와 같다. 서울까지는 백여리인 경춘선 청평역으로 보여진다. 가난한 엄마의 3등열차표 한 장에 의지한 채 발을 동동 구르는 동심의 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후자의 이 시에 대한 해설에서 장만영(張萬榮)은 "시인은 어린애다운 흥미를 가지고 새색씨가 차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서성거립니다."고 평했다. 5) 장만영, <현대시의 이해와 감상>, 신흥출판사, 1957, 190쪽 동심의 세계에서 그려진 '동시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다. 어린애가 이웃집 누나가 시집을 가는데 청사초롱을 들고 마중 나오는 풍경을 그렸다. 우리 한민족의 얼과 풍습이 엿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동시는 문학소년 시절에 목월이 잠정적으로, 그리고 습작활동으로 쓴 것이 아니라 거의 전생에 걸쳐 '성인 시'와 병행하여 창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그가 쓴 '성인 시' 중에는 동시와 미분화된 상태에 있는 것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목월 그는 시심(詩心)의 어느 구석에 동심이 깃들여 있는 것이나 아닌지에 대한 생각이 미치게 된다. 다시 말해 성인이 된 후에도 그가 동심의 소유자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엿볼 수 있는 근거는 아래에서 찾고자 한다. 6) 김종길, <시론>, 탐구당, 1965, 49쪽

 김종길과 목월의 대화에서 김종길은 "40이 가까와서 비로소 소년기를 버리고 성년에 달했단 말씀입니까?"에 목월은  "그 럴지도 모르지요. 하옇튼 제가 한 개인으로서 너무 '어렸던' 기간이 길었다는 것과 제 시가 20년 가까이나 거의 한 가지 세계에 살았다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고 답했다.
 이러한 둘 간의 대화를 보더라도 목월은 천성적으로 어린아이의 동심에 차있다. 세상에 대해 어떤 요구도 없다. 몽상가도 아니었고, 매우 겸허하면서 온유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Ⅳ.동시 속에 나타나는 고향의 의미

 상술한 바와 같이 목월이 거의 평생에 있어  동시를 썼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그의 성품도 한몫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성품을 지니게 한 성장환경에 대해서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목월의 고향은 경북 경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출생지 경남 고성을 떠나서라도 경주도 고향이다. 그의 성장배경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고향은 경북 경주만으로 국한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그가 성장한 경북 경주는 신라 천년의 고도로 국내외에 잘 알려져 있다. 일찌기 신라문화제 때 경주를 다녀 온 박남수(朴南秀)는 "경주에 가 보니 목월의 시가 거의 있더라"면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산 빛깔, 떠도는 구름, 바람 소리 할 것 없이 경주의 모든 것이 '목월의 시'더라"는 것이었다. 7) 김광수, <정신적 수채화가 박목월>, 심상, 1986.4. 64쪽

 목월의 고향이 과연 '경주인가' 질문에는 논의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목월 자신도 그의 고향에 대한 언급에 대해서는 명확한 행보를 보이지 않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편찬한 전기 <현대동요선>(한길사, 1949, 9쪽)의 해설에서 '경북 경주'가 자신의 출생지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자작시 해설서인 <보라빛 소묘>의 후기에서는 자신이 태어난 곳은 경남 고성이고, 3.1운동이 일어날 무렵에는 이미 경주에 이사 온 후였다고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독자들이나 후행 연구자들은 그의 고향이 '경북 경주'라고 상술하고 있다. 또한 그곳에서는 대대적인 문학행사를 펼치고 있다. 그리고 경남 고성 8) 이곳을 관장하는 고성군에서는 '목월'의 출생지란 것을 조명하지 못했다. 단지, 그곳의 향토시인 '김수부'와 그의 동창 '정연주'가 백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목월의 출생지가 고성임을 조명했다. 또한 그곳의 원로 시조시인인 '김춘랑'은 2010.10 인터뷰에서 목월의 출생지는 '경남 고성군 상리면 오산리'라고 증언한 바 있다. 김춘랑은 목월의 출생지와 출생 배경까지도 꽤 잘 알고 있었다. 1934년생인 김춘랑은 1968년 '시조문학'에 천료되어 왕성한 작품활동과 한국예술인대상까지 수상한 바 있다. 그가 일제시대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성장한 탓에 1915년생인 목월에 관한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다. 에서는 별도의 대규모 문학행사는 없지만 남산공원에 목월의 시비를 세우는 등 늦게사 그곳 문인들과 일부 군민들에게 '목월이 고성에서 출생하였다'는 인식이 확산 9) 더구나 그곳 지역신문에 정종암 문학평론가의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인인 '목월'에 대해 바로 알리고자 한다 - 목월의 사랑과 기독교적 영성"이란 제하에 2011.10.7부터 3회에 걸친 기고 이후로 그곳 일반들에게도 알려지게 되었다. 되었다. 이렇게 된 연유는 출생지가 '경남 고성'이 아닌 '경북 경주'라고 문헌이나 연구자들 자료 그리고 각종 백과사전에서도 무게를 두었기 때문이다.

 목월과 동향인 김동리(金東里)는  경주의 풍물과 분위기에 대해 아래와 같이 노래한다.

 "고향은 고분의
 천 년의 고도

 어제 바람이 오늘 불고
 저승이 이승을 이기는 곳"

 고 읊었다. 그러면서 그는 '슬픔과 페허의 고향-작가의 고향(20) 경북 경주에서-'란 기고에서 "내 어릴 떼, 내 눈에 비친 고도(古都)는 페허였다. 그것은 끝없는 슬픔이요. 우울이요, 주검이었다. 이 슬픔과 우울과 주검의 리듬이 나의 전생(前生)과 연결되어 '나'로서 태어났는지, 나는 어려서부터 이 슬픔과 우울과 주검의 폐허 속에 젖어들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심경이었던 김동리는 목월보다 두 살 위로 함께 습작기를 보냈다. 그러기에 그의 심경 뿐만 아니라 문우(文友)였던 목월의 심경이었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김동리는 고도 경주가 고대 고분이 널브러져 있기 때문에 '저승이 이승을 이기는 곳'이라고 노래했을 것이다. 동리와 목월이 살던 시대는 산업화나 현대화 전의 도시였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밖에 노래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현세를 산다면 '이승과 저승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내 고향 경주'라고 노래하지 않았을까.

 둘 간의 대담을 비추어 볼 때, 그는 천부적으로 어린이다운 성품을 타고난 것처럼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의 시가 언제나 관조의 태도를 지키고 있다. 다시 말해 방관자의 입장에서 세상에 대해 요구하는 것이 별로 없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세상사 비리에 대한 고발이나 질타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10) 앞의 김은전의 책, 346쪽 이를 더욱 뒷받침 할 수 있는 것은 소위 '저항시'라 할 수 있는 시풍은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목월의 시 중에 특히 초기의 시는 자연과의 교감으로 처리될 것이 아니라, 위 김종길의 지적처럼 향수의 소산이되, 그 향수는 여느 지방, 여느 시골 출신자와 공통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경주에서 유년기를 보낸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독특한 것이다. 그러므로 목월시에서의 향수는 저승의 기운이 이승을 이기는 폐허의 정적이 감도는 고장에 대한 안스러운 심정이며 과거지향적 회고  취향으로 나타난다.

 여기는 경주
 신라 천년......
 타는 저녘놀

 아지랑이 아른대는
 머언 길을
 봄 하로 더딘 날
 꿈을 따라 가면은

 석탑(石塔)한 채 돌아서
 향교 문 하나
 단청(丹靑)이 낡은 대로
 닫혀 있었다.

 -춘일(春日)> 전문

 목월은 '열릴 듯 늘 닫혀 있는' 이 향교 문을 통하여 열릴 듯 열릴 듯 감추는 아득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신라의 '묵비(默秘)의 베일'을 감지한다. 역사의 유허(遺墟) 앞에서 시인들은 단순한 회고의 영탄이 아니라, 오늘날 있어야 할, 또 우리가 이어받아야 할 가치적인 것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월은 고향의 풍물이나 분위기를 심미의 대상으로 삼아 관조하려고 한다. 11) 앞의 김은전의 책, 348쪽 그의 출생지 경남 고성에도 조선조 유학기관이었던 향교가 있다. 그러나 그가 경북 경주로 이주한 이후로 방문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찾을 법도 한데 그러하지 못한 탓인지 이곳에 대한 동심의 세계는 없다.

 목월이 전자에서 밝혔듯이 고향이 두 곳이다. 이것은 정신적 고향인 아닌 태어나거나 성장한 고향을 말한다. 그럼에도 그가 태어난 고향인 경남 고성에 대한 향수는 그의 시심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후기 시집인 <경상도 가랑잎>이란 작품 속에서도 그러한 면이 보이지 않는다. 이를 분석한 논문 12) 박선영, <박목월의 경상도 가랑잎>의 공간 운유 분석 논문 초록, 한국문학회, 2011 을 보면 "흐루쇼브스키의 지시틀 이론을 활용하여 박목월의 후기시집 <경상도의 가랑잎>에 구축된 공간 은유를 분석하면서 그의 시에 자연적 공간 은유가 형성된다. 여기서는 주로 인간의 신체 내지 내면의 층위가 자연적 공간의 층위로 변주되는데 시적 주체로 등장하는 ‘고향 사람들’은 강인한 의지적 생명력으로써 고통스러운 현실을 극복하고 있다. 또한 그의 시에 사물적 공간 은유도 형성된다. 여기서는 포용력을 지닌 모성적 생명력으로써 척박한 현실을 극복하고 있다. 또한 그의 시에 초월적 공간 은유도 형성된다. 여기서 인간의 언어적 층위는 초월적 공간의 층위로 변주되고 있으며 ‘사투리’와 병치되어 은유를 형성하는 ‘경상도’는 이상세계로 변용되어 신성한 초월적 생명력을 부여받고 있다."면서  논자는 "박목월 시의 다의적인 공간의식을 밝힘으로써 공간의 상징적 의미를 조명한 기존의 논의들과 차별성을 확보하였다. 동일성에 토대를 둔 이러한 시의식은 비동일성의 근대에 대응하는 미적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고 한다.

 단지 그는 “산머리에/ 누구 것인지 모르는/ 묘석(墓石)을 바라보며/ 고향에 돌아와서/ 비로소 나의 인생을 뉘우쳐 보았다”라고 노래한 '고향에서'와도 같이 노경(老境)에 고향으로 돌아와 지나간 세월을 뉘우치기도 하고, 또는 다가올 죽음과 운명 같은 것을 되새겨 보기도 한다. 이 작품은 주로 50대에 쓴 작품을 주축으로 편성한 것으로, 그의 후기시의 전반부에 해당된다. 「머리말」에서 “경상도의 가랑잎은 고향의 가랑잎이라는 뜻이다. 경상도의 소박하고도 마디가 억센 사투리처럼 나는 소박하기를 염원하고, 또한 그와같이 무뚝뚝하게 져가는 가랑잎이기를 소원한다.”라고 하고 있듯이, 바로 뒤이어 나온 연작시집 <어머니>의 시편들과 함께 고향과 유년기로 향한 회고(懷古)의 정서를 노래한 시작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는 하다. 13) 한양문학회, <목월문학탐구>, 편민족문화사, 1993  그가 태어난 고향인 경남 고성의 유년기를 품었는지는 오로지 그의 내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의 시심에는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태어난 곳도 신라 천 년의 거의 절반 동안 가야문화를 펼친 소가야의 옛터 경남 고성에도 고분군이 꽤 있다. 고분의 숫자가 적을 뿐 한려수도를 끼고 산자(生者)와 사자(死者)가 공존하고 있다. 그렇지만 목월은 그가 태어난 고향의 향수에 대한 시심은 발견되지 않는게 아이러니칼하다. 이러한 면은 태어났을 뿐 출생지 방문이 없었고 친척들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태어난 곳의 경남 고성인들은 목월이 태어난 고장이라고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곳엔 소가야 축제는 있어도 목월을 기리는 별도의 문학관이나 축제는 없다. 단지 시비(詩碑) 하나가 남산공원 한 모퉁이에 있을 뿐이다. 어찌보면 이율배반적인 행태일 수도 있다. 14) 당시 이 시비를 건립할 때 '목월의 유족을 초대했으나 방문을 약속하고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 그랬지는 지'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갖는다. 이러한 의구심의 빗장은 푸는데는 훗날로 미룬다. 여느 지방과 달리 탄생지에 따른 이득을 위한 양 지방단체간의 빼앗고 빼앗는 혈투는 거의 없었다. 어찌되었든 목월은 스스로 "나는 향수(鄕愁)로 말미암아 시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으며, 그러므로 이렇게 시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된 사실이 하나로 하여금 평생 '향수'가 나의 정신의 바탕이 되게 하는 동시에 내 작품에 깊은 정서가 어리게 되는 원인일 것이다." 고 회고했다. 15) 박목월, <보라빛 소묘>, 신흥출판사, 1958, 117쪽 목월은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원적인 경북 경주에서도 대구로 유학을 온 이후로 사춘기에다 부모 곁을 일찍 떠나왔기에 향수병에 걸릴 만했다. 목월 자신도 그러한 연유로 소설을 읽고 시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삶에 고난의 행군이 있어야 옥고를 쓰게되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그는 유년기에 대한 추억을 제재로 한 동시로 회향심(回鄕心)을 띄기도 한다. 제재는 전래 동요에서 찾는 듯하다. 아래와 같은 게 대표적인 동시다.

 고모님이 접어 주신
 꽃주머니

 허리춤에 질끈
 차 보아라.

 환한 보름달
 찬 것 같다.

 -꽃주머니> 부분

 그러면서 그는 향수에 사로잡혀 유년기의 체험과 더 나아가 전래 동요와 동화의 세계로 되돌아 가기도 한다. 또한 상상의 날개를 타고 이국의 풍물과 외래 동화의 세계로 비상하는 것 역시 같은 이치다.

 프랑스 마르세유 돌을 깐 뒷골목에
 새까만 커피와
 눈 같은 케익......,

 -중략-

 어느 나라 컴컴하고 외로운 안뜰 위에
 아아,
 안데르센 나라의 서러운 색시들.....,

 -하략-

 -눈> 부분

 목월은 "함박눈은 안델센 동화 속에 나오는 쪼그만 각시들(小妖精 소요정) 같았다. 설레며 오는 눈밭에는 안델센 동화의 어느 구절처럼 서러운 넋이 깃들여 있는 것이다"는 말에 이어, 이것은 한국적인 정서가 깃들인 눈 오는 해질 무렵의 풍경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다. 덴마크의 어느 영상을 서울의 변두리에 사는 우리집 영창(影窓) 밖으로 내다 보이는 눈 오는 해 질 무렵의 '보라빛 은은한 풍경'에 더불시켜 본 것이라 한다. 16) 앞의 박목월의 책, 32쪽 이러한 남빛 하늘에서 이따금 눈발이 날리는 북구의 우수....서러운 아름다움, 요정이 등장하고 미술이 지배하는 환상의 세계를 갈구하는 정신이 토속적이다. 17) 앞의 김은전의 책, 355쪽

 
 Ⅴ.나오며

 그의 동시 몇 개를 놓고 이상과 같이 목월의 동시관과 고향의 의미를 고찰해 보았다. 그가 아동문학(동시)에서 일반적인 시로 자기 탈피를 하게 된 이유는 동시로써는 내적인 충동을 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18) 박목월, 시작노트-청록집-주변, <청록집>, 삼중당, 1979, 104쪽

 목월의 탄생 배경에 따른 동심의 세계 그리고 그가 전(全) 생에 걸쳐 동시를 썼다는 점을 밝히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향수는 동시에서 구심력으로 작용하였다는 것이다. 그 향수는 그가 태어난 고향 19) 고향은 부모가 계시지 않거나 형제들이 흩어지면 고향은 멀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한 현실적인 고향은 누구나 하나의 타향으로 느껴지기에 실제 그리던 고향이 아님을 느낄 수 있는 게 고향일 수 있다. 에 대한 향수는 묻어나지 않고 성장한 곳인 경주에 대한 향수만 묻어났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말년에 가서는 기독교적인 신앙시를 많이 썼다. 그러나 불교 성지이라 볼 수 있는 경주가 그랬듯이 불교적 신앙도 곁들여진 시를 쓰는 모순도 드러낸다. <끝>

*참고 문헌
1.장만영, <현대시의 이해와 감상>, 신흥출판사, 1957
1.김종길, <시론>, 탐구당, 1965
1.김광림, <정신적 색채화가 박목월>, 심상, 1986
1.박목월, <시작노트>. 삼중당, 1979
1,   -    <달빛에 목선 가듯>, 어문각, 1986
1.   -    <보라빛 소묘>, 신흥출판사, 1959
1.김은전, <한국현대시인론>, 시와시학사, 1995
1.이   탄, <박목월>, 건국대학교출판부, 1997
1.박선영, 박목월의 -경상도의 가랑잎-의 은유 분석, 한국문학회, 2011
1.한양문학회, <목월문학탐구>, 편민족문학사, 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