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공휴일로 지정된 현충일이 잊혀 가는 기념일이 되고 있다. 현충일을 앞두고 인터넷 포털에는 초등학생들이 숙제나 호기심에서 현충일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고, 뜻을 제대로 알려주는 답변이 드물었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이 돌아가신 날이라거나 조상을 기리는 날이란 엉뚱한 답변으로 어린 학생들이 오해를 일으킬 답도 있었다.

초등학생 가운데 상당수는 ‘슬픈 날이긴 한데 노는 날이라 기쁘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현충일의 의미를 알더라도 왜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것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어린이가 드물었다고 한다. 중학교 교사들은 “현충일과 제헌절을 구분하지 못하는 중학생들이 많다”고 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충일 모습이다. 가정과 학교 현장에서 현충일에 대한 교육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 1차적 이유일 것이다. 초중학교 교사들은 “남북한 사이에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는 학생들이 별로 없으니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호국영령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현충일은 1956년 처음 제정돼 기념식을 가졌으니 올해로 65회를 맞았다. 1952∼55년 군 내부행사로 거행된 전몰장병 추모행사가 비로소 국가적 행사로 격상된 것이다. 추념 대상도 초기에는 6·25 전쟁 전몰장병 위주였으나 1965년 이후 월남전 전사자와 항일독립운동 유공자 등 순국선열로 대상이 확대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현충일의 뜻을 잊고 지내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선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만한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을까하는 깨침이 따라야 한다.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이 현충일을 잊는 것은 어른들과 우리사회의 책임이다. 그저 노는 날이라 기쁘다는 아이들의 인식은 바로 우리 어른들이 현충일을 대하는 자세와 다를 바가 없다.

미 국무장관을 지낸 키신저는 “역사는 국가의 기억”이라고 했고, 단재 신채호 선생은 “애국심을 기르려거든 완전한 역사를 가르치라”고 했다. 오랜 기간 한국사 가르치기를 외면해 온 우리사회의 자성이 필요하다.

현충일의 의미를 알고 추념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존과 자긍을 일으키는 기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