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원의 개념
 조경이란 경관을 조성하는 예술의 총칭이다. 즉, 인간이 이용하는 모든 옥외 공간과 토지의 이용, 개발, 창조에 있어서 보다 기능적이고 경제적이며,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환경을 조성하여 이를 보전하는 생태적 예술성을 띤 종합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정원의 개념은 사상적인 배경이나 시대에 따라 조영자의 취향에 따라 조경목적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보편타당한 정의를 내리기는 매우 어려운 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일반적인 정원의 개념은 나무, 돌, 흙 등의 자연재료 및 건축물에 의하여 미적이며 기능적으로 구성된 특정의 구역을 말한다. 우리나라 전통 정원의 유형은 수석, 림천, 화해정원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원은 고대로부터 원시적인 정원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은 정원이 꾸며지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부터이다. 즉, 백제 진사왕 때 궁궐을 중수하면서 연못을 파고 산을 쌓아 올린 것이 정원의 시초였으며, 이것은 바로 그 당시 중국에서 성행하던 신선설에 입각한 정원양식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한편 신라는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룩한 다음 정원 축조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으며, 오늘날 경주에 남아있는 안압지는 문무왕 때 만들어진 정원으로서, 역시 신선설에 입각한 정원양식이다. 연못의 윤곽이 한층 다양해졌고, 조원수법이 백제보다 월등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구려의 정원에 대해서는 유적이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그 윤곽조차 짐작할 길이 없으나, 고구려 유민이 세운 나라, 즉 발해의 궁궐 안에 2백 그루가 넘는 큰 모란이 심어져 있었다는 기록이 있어, 고구려 역시 신라나 백제에 못지않은 화려한 정원을 꾸며 즐겼으리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고려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의 조원수법은 점차적으로 건축물이 많이 곁들여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매우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것이 되었는데 이것은 대비를 중요시하는 중국 송나라의 수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짐작된다. 고려 후기로 접어들면서 사대부 집안에서 정원을 꾸며 진귀한 꽃나무와 과일나무를 심었고, 낮은 화단을 쌓아 여러 가지 화초를 가꾸며 즐기는 풍조가 생기게 되었다.

 조선시대는 우리나라에서 정원양식이 크게 발달한 시기로서, 삼국시대에 받아들였던 중국식 정원 양식에 한국적 색채를 짙게 가미하여 발달시켰다. 특히 조선조 중엽 이후에는 음양오행설에 기초를 둔 풍수설이 크게 성행함에 따라 지형적인 제약을 받아 안채의 뒤, 즉 후원이 주가 되는 정원으로 꾸몄다. 이것이 바로 독특한 한국식 정원인 후원양식이며, 건물 뒤에 위치한 비스듬한 언덕을 계단모양으로 다듬어 장대석을 앉혀 평지를 만들고, 그 곳에 키가 작은 꽃나무를 심고 그 사이사이에는 괴석이나 세심석, 또는 장식을 겸한 굴뚝을 세워 아름답게 조화시켰다. 이러한 구조의 정원은 궁궐 안의 침전 뒤뜰, 예를 들면 경복궁 교태전의 후원인 아미산, 창덕궁 낙선재의 후원, 양반계급의 저택 후원 등 도처에 꾸며졌으므로 오늘날에도 쉽게 그 세부적인 구조를 찾아 볼 수 있다. 한편, 또 하나의 조선식 정원수법은 건축물이 자연 그대로의 바위나 시냇물, 그 지형 조건과 서로 어울려 깊은 숲속에 자리잡은 정원양식인데, 창덕궁 후원이 바로 이러한 모습의 정원이다.
 이 밖에도 조선시대에는 각 도의 관찰사나 부윤, 목사들이 산자수명한 많은 누각을 세웠으며, 평양 대동강변의 부벽루와 연광정, 서울 자하문 밖의 세검정, 진주의 촉석루, 남원의 광한루, 밀양의 영남루, 수원의 방화수류정, 해주의 사미정 등 수없이 많아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이것은 오늘날 숲이 우거진 경지좋은 곳에 휴양과 오락을 위해 간단한 시설을 갖추고 자연공원으로 이용하는 것과 상통되는 조경수법이라 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정자나 누각은 당시 세도가들의 놀이터나 휴양지에 세워진 것으로 특정인의 전유물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미 수백 년 전에 이와 같은 조경시설이 도처에 마련되어 있었다는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라 하겠다.

 ▲ 한국정원의 특징(신선사상의 배경)
 한국인은 중국 전래의 신선사상을 ‘십장생’으로 한국화하여 갖가지 장식물에 반영하고 있다. 정원의 담과 굴뚝에 그림으로 나타나는 사례도 볼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를 경복궁의 자경전 뒤편에 있는 담장에서 볼 수 있다.
 그 십장생 중 송, 학, 불로초 등이 담이나 굴뚝에 그림으로 표현되는 일이 적지 않다.
 한국인들은 집을 지을 때 의례히 방형의 곡지에다 직선적인 담을 두르고 직선적인 화계와 방지를 만든다. 주공간의 방형적인 기본형태 때문에 직선적인 처리는 당연할는지도 모른다. 경복궁은 그 좋은 예로서 궁궐부지 전체가 바둑판처럼 직선적으로 구획되어져 있는데 그 일부분을 이루고 있는 경회루의 원지나 교태전의 후원인 아미산 정원도 직선적인 처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원은 풍류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다하도록 꾸며진 곳이 적지않다. 풍류란 속된 일을 떠나서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이라 하겠다.
 경주의 남산 서록(서쪽 기슭)에 만들어진 포석정의 곡수거는 왕실중심의 유락공간이다. 곡수거의 형태성(포석지)라고도 하는데 용두의 입에서 흘러나와 전복모양의 물길을 따라 유유히 흘러 돌아가는 수류에 술잔을 띄우며 시를 지어 읊고 즐길 수 있도록 꾸민 것이다.
 한국의 정원은 수목에 인공적인 조형처리를 하지 않는다.
 이태리의 르네상스 정원이나 프랑스의 기하학식 정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의 임천정원에서조차 수목에 인공을 가하여 조형처리를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자라기를 바라는 듯 가위질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수종도 수심양성으로서의 지표가 되는 소나무, 측백, 대나무 등은 상록수이지만 대부분은 활엽수를 심는다. 이것은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즐기기 위함이다.
 비록 원내에 담이라든가, 화계지당 등 직선적이며 기하학적인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에 대한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라 생각된다. 한국인은 자연을 대상으로 하여 생각하며 즐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정원을 자연의 일부로 취급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