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다. 지겨워. 어쨌든 필자도 문학인이다. 그러면서 순수문학(純粹文學,Pure literature)을 하는 건지, 아니면 참여문학(參與文學 , Engagement literature)을 하는 건지 경계가 모호할 때가 있다. 굳이 따진다면 전자가 기본이면서 후자에 가깝다. 참여(engagement)를 통해 개인의 자유에 기반한 현실 세계 비판과 새로운 세계를 향해 자신을 내던지는 실천적 행위의 옹호자로 나서기 때문이다. 작금에 있어 김지하 시인의 언행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지는 못한다. 그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땐 '왜. 저럴까?'하고 의문점만을 자아낸다. 그러한 이유는 언젠가 저 연배가 되었을 때, 자신의 사상과 철학이 '일순간에 바뀔까'에 대한 점 때문이다. 문학평론가로서 그의 문학에 대한 비평을 할 기회가 없었지만 단지, 필자도 그처럼 검버섯이 덕지덕지 나붙을 때도 변절되지 않기를 내심 자신에게 고대하는 게 착각일까. 그는 암울했던 시절 참여문학가로서 존경을 받았다고 볼 수 있으나, 그의 언동은 어용문학가(御用文學家)에 가깝다.
 대선 전후로 '좌빨, 빨갱이...' 등의 용어 구사로 편가르기 하는 돌아이들의 행태가 너무 심한 탓에 역겹다. 이러면 이러한 부류는 필자에게 '당신, 좌파=빨갱이 아니냐?'고 몰아칠 것이다. '아니다'고 했을 때 또 다른 용어를 치용하여 '그러면 당신은 회색주의자인가?'로 몰아칠 수 있겠다. 자신들의 반대편이면 '당신 빨갱이 아니냐? 좌파지?'하는 부류는 구역질을 넘어 오장육부 다 토할 정도로 알레르기 반응이다. 왜냐고? 필자는 아직도 흔히 말하는 보수정당의 당원으로서 유지되고 있고, 가계도에 친일의 흔적도 없다. 더구나 공산주의와의 총 뿌리를 겨누지 않은 병역기피자도 없다.
 
 내 할아버지가 일제 때 만세를 부른, 내 아버지에게 이어져 '공산당과 싸워서 이기고 돌아오라'고 동리 사람들과 함께 외쳤던 무명천에 그려진 태극기가 장롱 속에 보존된 게 기억되고 있다. 더 나아가 소위 '빨갱이' 사상도 가져본 적도 없을 뿐더러, 세계 유일의 공산주의 북한이 존재하는 한 그러할 기미조차 없다. 마르크스의 책도 올바르게 탐독하지 못 했을 정도로 이념논쟁에는 무식쟁이에 가깝다. 오죽했으면 민주화 시위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을 때, 국가보안법으로 옭아매려던 경찰들이 가택수색에서 '이념서적'을 찾지 못했을까? 당연한 결과였다. 이념에서가 아닌 정의론자(正義論者)였기 때문이다. 편법을 멀리하며, 이 땅에서의 '정의(justice)'를 향한 싸운 삶이었다고 스스로에게 평가를 내리는 게 언어도단일까.
 이러한 사고를 가진 이에게까지 극우들은 헌법상 보장된 내심의 자유까지 빼앗으면서 자신들만의 '준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난도질하기에 바쁘다. 대선이 끝난 후 칼럼니스트로 다시 나서고자 했으나 천박한 논객이 판을 친다. 이들은 자신들과 다른 논리를 펴면 육두문자는 예사고, 이지매까지 서슴치 않기에 주춤한 적이 있다. 물론 그들에게 쉽게 허물어질 필자도 아니다. 이러한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야말로, 친일의 자손이었고, 공산주의와 맞서 총도 안 잡아본 가계(家係)가 많지 않느냐? 그에 빌붙어 배가 따스하기에 더 내세울 게 없으니 괴상망측한 논리를 내세우지 않느냐? 이제 접자."고 말이다. 극좌도 역겹기는 마찬가지. 우든, 좌든 함께하는 세상이어야 한다는 점에는 굳은 신념이 이 시대의 이방인에 준할까?
 
 요즘 지인인 어느 시인도 단순한 우(右)의 도를 넘어 극우의 대열에 앞장서고 있다. 창작을 통해 현실에 개입하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문학을 통한 유토피아적 지향인 실천적 문학관인 참여문학가도 더구나 아니다. 현실도피적이고, 문학의 사회적 비판을 외면했던 순수문학가였던 그가 이끄는 집단까지 대선 전까지는 필자의 기고문에 대하여 카타르시스 해소를 하며, 무한한 찬사를 보냈던 이다. 그것도 모자라 필법(?)을 흉내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도 기울였음은 물론이다. 이제는 그가 너무 역겨운 나머지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상 친구관계조차도 끊으려고 한다. 그는 우파의 파수꾼도 아니었다. 이 정권 탄생에 있어 피도 흘려보지 않은 이다.
 반대로 필자의 동지들은 2006년 소위 '칼 테러'때부터 이름도 없이 쌈짓돈까지 거덜 내면서 '원칙과 신뢰'를 부르짖었다. 그것도 모자라 그러한 기치아래 전사(戰士)가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나팔수(?)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말이 없다. 뜬금없이 날뛰는 그는 물론, 작금에 있어 변절의 나팔 소리로 소음을 일으키는 허접한 논객들도 문제다. 김지하 노인처럼 새로운 정권에 기대려는 듯한 변절의 어설픈 추태로 밖에 보이지 않고, 국민대통합이 아닌 분열을 일삼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 우리들의 대한민국. 조국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만의 소유나 점유가 될 수 없다. 국기(國基)를 흔드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면 함께 가자. 민주주의는 균형추가 있어야 한다. 좌도, 우도 장단점을 수용하는 태세로 친구가 되자.

 * 필자는 1957 삼산 두포리에서 태어나 읍에서 성장하며 고성초,중과 경남항공고를 졸업했다. 문필가이자 시민운동가로 제19대 국회의원 영등포(갑)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국회입성을 노렸으나 좌절됐다. 문학서와 시사평론집을 저술했으며, 공정사회실천국민연합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