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60년 만에 맞이하는 흑사의 해이다. 예로부터 뱀은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지혜로운 동물인 동시에,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불사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성장을 위해 허물을 벗는 뱀처럼 우리 모두 새로운 모습으로 희망찬 새해를 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돌이켜 보건데, 지난 한해는 건강보험 35년, 통합 공단 출범 12년 역사에 중요한 한 획을 긋는, 건강보장의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뜻 깊은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보험자로서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보험료 부과체계 등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쇄신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쇄신위원회’를 발족하여 운영하였으며 우리 손으로 마련한 제도개혁의 종합보고서인 '실천적 건강복지 플랜'을 국민과 정부에 제안하였다. ‘실천적 건강복지 플랜’은 국회, 언론, 학계 등 국민으로부터 큰 공감을 받았고, 제18대 대통령 당선자도 보장성 80% 목표와 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방안에 공감을 표명하는 등 공론화에 성공하였다.

 또한, 건강보험의 재정은 당초 1,772억원의 적자 예상과 달리, 경기침체 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징수율 제고 등 재정안정 노력과 약제비 절감 등 급여관리 노력 등으로 약 3조원의 당기흑자를 이루어냄으로써 제도운영의 안정적 기반을 다졌다. 여기에 누적준비금 1조 5천6백억원을 포함하면 총 누적흑자는 약 4조6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재무정보의 투명성과 국가(기업)간 비교를 위해 국제회계기준이 의무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의료기관이 진료한 시점부터 급여비용을 지급받기까지 계류되는 35일치의 급여비용 약 5조 4천억원을 부채로 계상해야만 한다. 이 경우 누적수지 4조 6천억원은 부채금액에도 미치는 못하는 수준이며(85.2%),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공단이 법에 따라 적립하여야 하는 준비금(20조원)의 23%에 불과하다. 따라서, 향후 재정운용에 있어서는 이러한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제 시행 5년차에 접어든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등급판정체계를 개선하여(3등급 인정점수 55점ㆍ53점) 수급 대상자를 확대하고,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등 제도운영의 내실을 다짐으로써 국민의 ‘효 보험’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제도시행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에 건강보험제도를 수출한데 이어, 벨기에ㆍ수단과 MOU를 체결하는 등 우리 제도의 해외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에 열린 ‘국제연수과정’은 러시아 등 25개국에서 56명의 보건의료 전문가가 참여하여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되는 등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건강보험 교육의 산실로 자리 잡고 있으며, 국가 위상을 한층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 1년간 우리 1만 3천여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국민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결과, 공단은 2012년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전년도 87.8점보다 무려 3.6점이나 오른 91.4점을 얻어 사상 처음으로 ‘우수기관’으로 도약하는 획기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올해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먼저 올 한해를 전망해 보면, 유럽에서 시작된 경제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위기 등으로 세계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경제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2월 25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치ㆍ경제ㆍ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며 이번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 최대 관심사였던 의료와 복지 분야 역시 더욱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저출산ㆍ고령화 추세가 지속되어 노인의료비 및 만성질환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12년 처음으로 전체 가구중 1인가구 비중이 25.3%로 가장 많았고, 특히 65세이상 노인 단독세대는 26%에 달하여 신체적ㆍ정신적으로 취약하고 정보가 제한된 어르신들의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과도한 가계부채와(1,000조), 메디 푸어(의료 빈곤층) 등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반면에, 복지 및 건강보험의 보장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2013년 새해는 건강보장과 공단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일대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올해 공단은 ‘건강복지플랜 추진단’을 구성하여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전사적으로 환골탈태의 제도 쇄신을 추진할 것이며 이를 위해 6가지 핵심과제를 실천해 나가고자 한다.

 첫째,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현재 62.7%에서 ’17년까지 OECD 평균인 80% 수준까지 연차적으로 높여 나감으로써,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대폭 줄여 나갈 것이다.
 먼저 보장성 확대를 위해서는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높이는 한편, 저소득층의 의료비 본인부담을 더욱 낮추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여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가입자ㆍ학계ㆍ공익 대표 등으로 구성된 ‘급여 우선순위 평가위원회’에서 급여확대의 우선순위를 도출하는 등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연차적으로 보장성 확대를 실천해 옮길 것이다.

 둘째, 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단일화하여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는 한편, 부과 기반과 재원을 확충해 나갈 것이다.
 현재 소득ㆍ재산ㆍ자동차ㆍ성별ㆍ연령 등 복잡한 부과기준을 단순화하고 가입자간에 4원화된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단일화하여야 하며 또한 모든 소득을 포괄함으로써 부담의 형평성을 기하면서 부과 기반을 넓혀야 할 것이다. 또한 소득이 있으면서도 무임승차하는 경우가 없도록 피부양자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셋째, 건강보험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국민 개인별 맞춤형 건강서비제공 기반을 구축하여 의료비 지출을 사전에 절감해야 한다.
 인구 고령화와 증가하는 만성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질병예방 및 건강검진ㆍ증진을 통해 국민 개개인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건강서비스를 제공하여 병이 커지기전에 예방하고 의료비 지출도 절감해 나갈것이다. 지난해 공단은 모든 가입자의 10년간 진료내역과 건강검진 결과, 건강보험 자격 등 자료를 총 망라하는 ‘국민건강정보DB’를 구축 완료하였다.
 앞으로 이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생애주기별 평생 건강검진체계와 만성질환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등 예방ㆍ건강증진 중심으로 건강보험의 패러다임을 바꿔 나가야 한다.
 우리 공단이 보유한 8,136억건의 빅데이터(Big Data)는 전문가들이 평가한 것처럼 최고 양질의 자료이며, 그 활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를 잘 활용하여 국민에게 최적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네째, 건강보험과 동전의 양면관계에 있는 장기요양보험을 더욱 보완ㆍ발전시켜 노인 등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충실히 하여야 할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치매노인의 증가로 사회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이러한 환경변화에 맞춰 등급판정체계를 개선함으로써 노인, 치매환자 등 수혜대상자를 현재 5.7%에서 ’17년까지 7.1%로 늘리고, 등급인정 유효기간을 연장하여 잦은 등급갱신에 따른 수급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나갈 것이며, 또한 방문간호와 주야간보호 등 재가급여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ㆍ보급하고, 방문간호지시서 발급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치매ㆍ중풍으로 고생하는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보완 할 것이다.
 다섯째, 대국민 서비스 중심으로 조직과 업무체계를 개편할 것이다.

 여섯째, 건강보험을 대한민국의 대표적 국가브랜드로 발전시켜 세계에 제도를 수출하는 등 국가 위상을 더욱 높여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등 우수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전년도 베트남에 이어 올해에도 볼리비아, 가나 등에 ODA(공적개발원조) 방식으로 건강보험제도 구축을 지원하는 한편, WHO(세계보건기구)와 협력하여 ‘국제연수과정’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국제협력 업무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국제협력부’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실천적 건강복지 플랜’이 실현된다면 제도의 수출은 더욱 촉진되고 국가 위상 역시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 남북통일을 대비하여 통일시 건강보험 제도 운영모델을 검토하고 관련 전문가를 육성함으로써 통일 한국의 건강보장 청사진을 준비하는 것도 우리공단이 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새해에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늘 함께 하기를 기원드리며 항상 미소 가득한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