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두 상지(上智)의 성인(聖人)이 아니거늘 누구인들 허물이 없을 것인가. 허물이 있더라도 능히 고친다면 그 허물만은 적게 된다. 적은 허물 중에 또 적도록 노력하면 허물이 전혀 없게 된다. 허물이 전혀 없는 사람을 성인(聖人)이라 하고 허물이 많은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 우인(愚人)이라 하니 성인 되고 우인이 됨은 다만 나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
 이러하므로 군자(君子)는 반드시 의리(義理)를 지키고 그 뜻과 행동을 성실히 한다. 마음에 잘못된 생각이 없는데 하물며 행동에 잘못된 일이 있을 것인가. 혹시 잘못이 있다 하여도 즉시 고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면 허물은 사라지고 착함(선(善))만이 온전하여 그 덕(德)이 날마다 진취되고 발전되어 갈 것이다. 어찌하여 저 많은 사람들은 자기의 허물을 아는 자가 드문 것인가.
 알고 있다 하더라도 또한 고치기를 꺼리는데 하물며 착하게 된다 할 수 있을 것인가. 잘못을 부끄러워하면 그릇된 짓이 점차 풀리고 허물과 비리가 오래되면 나쁜 버릇이 이루어진다.

 나는 이것에 감계(鑑戒)하여 즉시 개과천선(改過遷善)을 할 것이다 한 생각의 맹동(萌動)함과 한마디의 발언(發言)까지도 반드시 도리에 맞도록 노력하여 다만 어긋남이 있을까 염려한다.
 밤이 되면 허물이 있는가 반성하고 날이 밝아 청명하면 이것을 고치고 개선하여야 한다. 고대 중국의 무왕(武王)은 스스로 자기가 행한 허물을 스스로 뉘우쳐 빈연(賓筵)에서 시(詩)를 지어 만조백관(滿朝百官)에게 경계하여 공개(公開)하였고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는 자기 허물을 고치기 위해 50세에 와서 자기의 그릇됨을 알았고 안연(顔淵)은 자기 허물을 말하는 것을 듣기 좋아했고, 우리나라 오현(五賢)이신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선생은 잘못을 두 번 범하지는 않았다고 하였고, 현인(賢人)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선생은 자신을 경계하여 일생동안 남의 허물을 한번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성현들도 항상 자신을 경계하였거늘 나같은 어리석고 못난 사람에 있어서 나이 어릴 적엔 혹시 알지 못한 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미 장성한 나이도 지내고 일생이 다 늙었으니 어찌 스스로 규계(規戒)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