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지색은 글자 그대로 나라를 기울어지게 하는 미인이란 뜻이다. 여자의 미모에 반해 정치를 돌보지 않은 나머지 마침내 나라를 망하게 하거나 위태롭게 한 예는 너무도 많다. 춘추전국시대의 오왕(吳王) 부차(夫差)는 월왕(越王) 구천(句踐)이 구해 보낸 서시(西施)라는 미인에게 빠져 마침내 나라를 잃고 몸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왔고 당명황(唐明皇)의 영웅도 양귀비(楊貴妃)로 인해 하마터면 나라를 망칠 뻔했다.
 그러나 원래 경국(傾國)이란 말을 처음 쓰게 된 것은 여자에 표현이 아니었다.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보면 한왕(漢王) 유방(劉邦)과 초패왕(楚패王) 항우가 서로 천하를 놓고 다툴 때 어느 한 기간 한왕의 부모처자들이 항우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이 때 후공(侯公)이라는 변사가 항우를 설득시켜 한왕과의 화의를 성립시키고 항우가 인질로 잡고 있던 한왕의 부모처자들을 돌려보내게 했다. 이 소문을 들은 세상 사람들은 후공을 이렇게 평했다. 그는 참으로 천하의 명사다. 그가 있는 곳이면 그의 변설로 인해 나라를 기울어지게 만든다.
 이 말을 들은 한왕 유방은 후공의 공로를 포상하여 경국(傾國)의 반대인 평국(平國)이란 글자를 따서 그에게 평국군(平國君)이란 칭호를 주었다 한다. 즉, 항우의 입장에서 보면 나라를 위태롭게 한 것이 되지만 유방의 입장에서 보면 나라를 태평하게 만든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뒤 경국이니 경성(傾城)이니 절세(絶世)니 하는 형용사들이 아름다운 여자에게 쓰이게 된 것은 이연년(李延年)이 지은 다음 시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 한다.

 북쪽에 어여쁜 사람이 있어 (북방유가인:北方有佳人)
 세상에 떨어져 홀로 서 있네 (절세이독입:絶世而獨立)
 한 번 돌아보면 남의 성을 기울이고 (일고경인성:一顧傾人城)
 두 번 돌아보면 남의 나라를 기울인다 (재고경인국:再顧傾人國)
 어찌 경성과 경국을 모르리요 (영불지경역여경국:寧不知傾域與傾國)
 어여쁜 사람은 다시 얻기 어렵다 (가인난재득:佳人難再得)
 
 이연년은 한무제(漢武帝) 때 협률도위(協律徒尉)로 있던 사람으로 음악적인 재능이 풍부한 사람이다.
 그에게 한 누이 동생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절세미인이었다. 앞에 있는 노래는 바로 그의 누이동생의 아름다움을 칭찬하여 무제 앞에서 부른 것이었다.
 무제는 이때 이미 50고개를 넘어 있었고 사랑하는 여인도 없는 쓸쓸한 생활을 보내고 있던 중이었으므로 당장 그녀를 불러들이게 했다. 무제는 그녀의 아리따운 자태와 날아갈듯이 춤추는 솜씨에 그만 완전히 반해 버리고 말았다.
 이 이연년의 누이야말로 무제의 만년의 총애를 한 몸에 독차지하고 있던 바로 이부인(李夫人) 그 사람이었다.
 이 이야기는 한서(漢書) 외척전(外戚傳)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