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민속복
 향토사연구소에서 우리 고유의 민속복에 대하여 모두 무관심 한 것은 사실이다. 초기에는 연구소 회원 각자에게 주제발표 과제로 ‘농속을 뒤져라’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그러나 민속복을 수집한 회원이나 독지가가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골동품상을 뒤지는 쪽이 주가 되고 민속복에 대하여는 관심 밖이었다.
 그것은 6.25사변으로 많은 의복이 도회지에서 산일되고 다시 시골에서는 상을 당하면 이를 소각하는 습성이 있어 오늘의 복식을 전승하는데 많은 애로를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날 시골에 가 보아도 장롱 속을 뒤진다 해도 별 무소득의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 있어서는 80대의 할머니의 장롱 속을 뒤져야 하는데 요즈음 산업화의 물결에 따라 새로운 섬유제품인 고분자(플라스틱) 섬유가 나왔기 때문에 옛날 것은 쓰레기로 전락해 버리는 경우도 많고 또한 자기가 입던 의복이므로 이를 내어놓기를 주저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가 고성문화원 김숙선 여사에게 한국의 복식사에 관한 주제발표를 부탁드린 적이 잇다. 다행히 김숙선 여사는 모시꽃 전람회를 마치고 문화원 여성부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다른 분과에서 전통누비바느질에 관한 발표회를 준비중이었다.
 흔쾌히 받아주시며 조선시대의 남녀 의복 전통누비에 관한 자료를 달라고 해서 자료를 건네 드린 적이 있다. 이는 참으로 뜻하지 않는 수확이었다. 필자는 생각하기를 이런 독지가가 속출하면 오늘의 의복을 전수하는데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를 수집하는 데는 난점이 있다. 이는 미신에 속하는 것이지만, 옷에 귀신이 붙었다는 속신이 있어 여성복식연구가의 경우도 이를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21세기의 시대에 그대로 넘길 수 없는 넌센스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수집하려면 지금이 호기이고 오히려 늦은 감이 있는데 이것마저 이런 속신으로 말미암아 회피한다면 21세기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유물일 뿐인지 민속학자의 자료는 되지 않는다.
 민속학의 자료가 될려면 입는 현장에서 이를 입은 당사자에게 이 옷을 지을 때의 상황부터 민속적으로 그 정보를 알아야 한다. 그러니 옷의 민속적 수집은 현장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민속조사시에 참고할 항목을 다음과 같이 적어보았다.

 1. 조사는 샘플지역의 중류이하의 가정을 대상으로 한다.
 2. 여기서 조사대상은 일상복으로 하되 2010년 현재의 복식을 지역적, 시간적 단위에 있어서의 착용방법의 통계를 첨부하되, 일반조사는 해방 전의 의복실태에 주안점을 둔다.
 3. 선정된 임포먼트에 대하여 성명, 연령, 주소, 학력, 타지방에의 여행여부를 기술한다.
 4. 선정된 지방의 지형, 생업형태, 기후, 강우량, 기타의 특산성과 조선시대의 특산, 직물특산 등 인문지리적 상황을 기술한다.
 5. 조사의 명휘는 방언으로 한다. 단, 표준말을 병기한다.
 6. 40년 전의 남자의 아래에서 겉옷에 이르기까지 사철 의복의 기술 및 잉킹, 사진 등.
 7. 40년 전의 여자 의복에 대하여 위와 같은 기술.
 8. 당시 시집 올 때 혼수감과 농속은 무엇을 얼마나 가지고 왔는가의 기술.
 9. 옷감의 생산과정, 옷감원료의 재배, 수확, 직조, 기타의 기술적인 문제
 10. 당시의 익힌 바느질 재봉의 기술, 염색의 방법, 염색용 식물의 재배, 채집, 발효방법, 빨래, 다듬이질 기타 방법
 11. 수의 작만의 민속, 상포의 마련 방법
 12. 사철의복에 대한 기술, 길삼노래에 대하여

 이상 문항에 대하여 조사를 제대로 못하면 다시 조사하여 각 지방에 산재하고 있는 한복 연구가들이 이런 민족조사를 총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이밖에도 사색당파에 따른 복식의 유별, 치마의 여밈의 지도, 화장법까지 곁들여 두식이나 이식주머니 자수 등이 외연을 넓히자면 한정이 없을 것이다.
 이런 운동이 확산하여 전국에 걸쳐 복식의 지도를 만들 수 있으면 한국민속복의 조사로서는 획기적인 업적이 될 것이다.
 이런 민속조사가 완성된 다음에 일본이나 만주 몽고와 비교가 될 수 있다면 이 결과는 사학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