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의의 외복화와 내복화
 내의(內衣)의 외복화(外服化)는 세계복식사 속에 편재하고 있는 구조상의 법칙이다. 안에 입었던 옷을 겉에 입는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예복과 평상복의 대립개념으로도 나오고, 간편을 쫓는 기능면에서도 나온다.
 오늘날 거리를 걸어 다니는 젊은이들이 저고리 바람으로 다니면 왜 조끼를 입지 않는가 하고, 다시 그 위에 마고자를 걸치지 않는가 생각하고, 마고자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사람을 볼 때에는 왜 두루마기를 입지 않는가하고 책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같은 연배의 눈으로 볼 때 두루마기를 입지 않고 마고자만 걸치고 다니는 사람을 볼 때에는 집안에서만 입는 옷을 외출복으로 입고 나왔다고 생각하는데 조끼만 입고 있는 사람의 눈으로 볼 때에는 마고자를 입은 사람을 보아도 외출복의 구색을 갖추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조선말기에는 창옷만 입고 나온 사람을 창옷쟁이, 중치막만 입고 나온 사람을 중치막쟁이라고 멸시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눈으로 볼 때에는 중치막이나 창옷만 입고 나와도 외경의 눈으로 쳐다볼지 모른다.
 당시로는 창옷이나 중치막이나 다 관복이나 도포를 입을 때 그 아래에 입는 중의에 불과하였다.
 요즈음 TV드라마에 단령 관복을 입고 옆트임으로부터 바지가 보이는 것을 일반 대중은 그대로 보아 넘기겠지만, 우리와 같은 복식사가 볼 때는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는 것이다.
 그 밑에는 중치막이나 창의를 반드시 받쳐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의도 방안에서만 입는 내의가 있고, 집안에서만 입을 수 있는 내의가 있다.
 그런데 방안에서만 입을 수 있는 핫팬츠나 반바지 같은 것을 지금은 밖에도 입고 나가니 민주주의 시대니까 옛날의 예의가 땅에 떨어졌다고 할 것이다.
 일본인이 훈도시 즉, 쇠코장방이를 입고 며느리도 있는 집안을 활보하는 것을 보고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은 생활의 습관에서 오는 것이니, 비교 복식사의 견지에서 보면 순전히 습관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의복중에서 이 내의의 의복화에 해당하는 것을 추려 본다.
 오늘날 짧은 저고리는 고구려시대의 내의였다. 그러므로 고구려시대에는 내의저고리와 외의저고리가 공존하고 있었다.
 현재는 속에 입는 것을 속적삼, 안적삼이라 하고, 겉에 입는 것을 저고리라고 하는데 당시 무엇이라고 하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오늘날의 저고리는 몽고어의 저거덕치에서 나온 말이고 이는 몽고어로는 흉의라는 뜻이다. 고구려시대의 장유는 이 위에 걸쳐 입는 외의였던 것 같다.
 당시로는 포라는 개념은 아직 없었고 장유라고만 하였는데 이 포라는 개념은 중국에서 온 말이다. 중국이 원래 포의 민족이기 때문이다.
 이 저고리가 길어져서 포가 된 것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다 같다.

 고려시대에는 이 포를 백저포라 하였고, 그 밑에 입는 저고리를 경삼이라 하였다. 고려의 백저포는 조선조에 직령, 두루마기, 후루막치, 그것도 길이가 그리 긴 것은 아니였다.
 저고리는 그 위에 배자 저고리를 입어, 배자 저고리는 저고리의 외의였다. 이 배자는 단배자였고, 장배자는 명나라에서 이어받아 이 단배자의 외의로서 원삼이나 노의였다.
 이후 이 배자 저고리가 위에 두루마기, 중치막, 창의, 도포, 천릭등 많은 포가 연습생성되며, 배자는 이 위에 입는 덧옷으로 답호쾌자로서 한말까지 내려왔지만 저고리는 안에 입는 적삼에 견인당하여 왜소화하였다.
 이는 여성의 저고리에 우심하여 한말에는 22cm정도의 짧은 저고리가 되고만 것이다.
 이리하여 고구려시대의 저고리 형태와 한말의 저고리는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포는 고구려 때는 합임포, 의상연의, 신라통일기는 중국의 단령, 고려의 백저포, 질손 등으로 연습되다가 명에서 전래될 때는 이 질손이 첨리로 단령의 중의이기도 하였다.
 이것은 원나라 시대에는 밖에 입는 외의였다. 이 경우는 외의의 내복화가 된 것이다. 그 뒤에 이 첨리, 중치막, 창의 등이 관복 밑에 입는 내의로 준용되었고, 하층계급에서는 이것이 외의화하기도 하였다.
 대개 내의의 외의화는 하층계급이 사회적으로 헤게모니를 잡을 때 나타난다. 그것은 예의의 속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신흥계급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본은 나라시대이래 우리나라의 바지저고리를 아래에 입고 있었다.
 이 저고리는 착수이여서 고소데라 하였다. 이 제도는 우리의 바지저고리의 저고리였다. 이 고소데 위에 단령이나 여자는 우지기라는 포를 입었다.

 이것이 13세기에 무사들이 일어나며 아래에 입고 있던 이 고소데를 외의로 입기 시작하여 바지를 벗어버리니 윗도리가 길어지고 오늘의 일본 기모노의 원형이 형성되었다.
 이것은 내의의 의복화의 전형적인 것이다. 이 경우는 사회적으로 귀족계급이 아닌 무사계급의 등장으로 예의의 속박을 벗어난 경우의 변화이다.
 급기야 귀족계급도 이를 입게 되어 복식의 국민적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양반이 내복으로만 입던 두루마기를 한말에 외의로 입으라 하니 다 이를 거부했다가 10년이 안가서 국민 모두가 다 이 두루마기를 입기 시작하였던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지금은 이 두루마기도 또 거추장스럽다고 이것마저 벗어버리고 마고자만 입고 다니니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심하다고 보지만 마고자를 예복으로 생각하고 입고 있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면 필자같은 사람을 시대감각이 뒤떨어진 사람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내의의 외복화현상이 있으므로 해서 의복의 내복화도 있을 수 있다. 이것은 국가적 견지에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게 정복당하였을 때 자기 본국에서 애초부터 입고 있던 것을 안으로 숨기는 경우이다.
 신라가 당의 단령을 수용할 때 그들은 단령만 가져왔지 내복은 가지고 오지 않았다. 이 경우 애초부터 입고 있던 신라의 위해(우티), 즉 국속의 포는 평민들이 주로 입고, 관원에 있어서는 이를 단령의 밑에 입었으나 그들도 집에 돌아오면 단령을 벗고 이것만 입었다. 또 고려가 몽고에게 정복당하고 몽고의 질손을 입고 개체변발을 하였을 때, 고려의 백저포는 질손밑에 입었을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들이 즐겨입으라고 하지 않는 질손인지라 평거에는 이 백저포를 입고 밖에 나갈적에만 이 질손을 입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질손이나 백저포나 다같이 포이고, 이 포는 바지저고리 위에 입는 것이니, 그 기능면은 같은 것이므로 외의였던 백저포는 없어져야 하는데도 그것이 김덕령의 직령 두루마기로 임진왜란 당시까지 남고 한말은 물론이요, 오늘날까지 우리가 두루마기를 입고 있는 것은 그 뒤에도 국민사이에 준용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실 의복은 그 나라 풍토속에 자란 것이므로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의 의복을 강요당하여 입고 있다고 해도 어느 구석엔가 그 나라 의복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청나라가 명나라를 멸망시키고 청의 기포를 입을 것을 강요하였을 때 일부 한족사이에는 목숨으로 명의 의복을 수호한 사람도 없잖아 있었다.
 그래서 청에서도 수의만은 명의 복식을 허용하였다. 그러나 이 수의만 허용한 것이 아니라 한인사회에서는 집안에서는 이 명의 복식을 입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특히 여자들은 명의 복식을 입어 만주족과 한족의 복식의 차이는 여성이 만주족은 장삼, 즉 기포를 입고 한족여자는 장군을 입는 것이 두드러진 차이였다.
 그래서 청이 망할 적에는 북부사람들만이 만주족의 옷인 지이파오를 입고 있었으나 정작 청이 망하고 민국이 들어서니 남방 중국사람도 지이파오를 즐겨입게 되었다. 그것은 한족도 이 지이파오의 기능적인 면을 사서 자진해서 입게 된 것이라고 보여진다.
 이 경우는 한족이 그 정복자인 청을 멸망시키고 그 인민도 흡수해 버렸지만, 복식만큼은 만주족에게 점령당한 셈이다. 우리는 몽고의 질손을 첨리, 천릭으로 한말까지 7백년 동안 입었으나 이는 단령, 두루마기, 도포, 창의와 더불어 공존하여 입은 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