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이란 말은 우리의 근세사에서 나타난 용어다. 고려 조선시대에서는 이런 용어가 없었다. 민족이란 말의 어원(語源)은 성(姓)의 출현에 의해서 등장한 용어이기 때문에 성의 집단에 그 의미를 두기도 한다.
 민족이란 말에 백성(百姓)이란 뜻의 민(民)이란 글자가 들어 있다. 족(族)은 겨레 또는 피붙이라는 뜻의 글자이다.
 겨레 또는 피붙이라는 말은 피가 같다는 뜻도 있지만 넓게 보아서 하나의 집단이란 개념을 갖고 있다.
 이 집단이란 표현은 한 조상이 아니라 피가 다른 여러 조상을 가진 무리의 집단으로 설명이 된다. 같은 지역에서 같은 풍속, 같은 언어의 문화권에서 생활하고 함께 지내거나 과거 그들의 조상이 그런 지역적 연관과 풍속 언어 문화권에 있었던 집단이다. 그래서 민족이란 용어를 우리는 하나의 혈족이란 이를테면 한 핏줄이란 뜻에서 사용해서는 안된다.

 임진왜란 때 귀화한 일본장수 사야까가 있다. 그는 현 김해김씨(일본인계)의 시조다. 그의 후손이 오늘날 10만명이 넘는다. 그가 일본 사람이었다고 해서 그 후손들을 우리 민족이 아니고 일본 민족이라 할 수 있느냐 하면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바로 이런 이치를 갖고 있는 것이 민족의 뜻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성씨에서 적잖은 성씨가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이런 조상을 가진 성씨들의 후예들을 우리는 우리 민족이 아니라고 하지 않는다.
 민족이란 말은 토착민한테 붙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디서 흘러들어 왔건 들어와서는 문화를 같이 하고 역사를 같이 하는 사람이면 마찬가지로 민족으로 야기되는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과거 배달민족이란 말을 많이 썼다. 이 말에서는 단순히 민족이라 하는 말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제한적인 개념이 있는 것으로 바로 한 핏줄의 뜻을 갖게 된다.

 배달민족은 단군조선을 생각한다. 그 때부터 내려온 후손들임을 생각하여 순수한 핏줄인 양 단일민족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고대사회에서 봐도 이족(異族)과의 혼합이 많았다.
 통일신라시대 이후에는 귀화인들이 많았다. 그들 후손이 오늘날까지 이르면서 많은 인구가 늘어났다. 그런 그들의 후손들을 한민족(韓民族)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듯 지금 우리 국적의 혼혈아 역시 오늘날 우리의 민족인 것이다.
 자신의 조상 뿌리도 잘 모르면서 민족 소릴 입에 담으면 어불성설이라 할 것이다. 자기에게까지 그런 성씨를 갖게 한 조상의 내력을 모르면서 어찌 민족이란 말을 입에 담고 있는지 참으로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