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관내에 각종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행사 중에 의전행사가 길어져 자칫 행사의 정체성을 잃는 것은 물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내빈소개의 경우가 더 그러하다. 행사의 중요성을 잊은 채 사회자는 참석한 내빈을 일일이 소개하면서 행사를 그르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행사를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한 내빈을 일일이 소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개를 함에 있어서도 같은 직업군이라면 한꺼번에 인사를 시킴이 옳다. 예를 들면 ㅇㅇㅇ 누구누구 오셨습니다. ㅇㅇㅇ도 누구 누구 오셨습니다고 하면 될 것을 누구 오셨습니다 하고 또 누구 오셨습니다 라는 소개는 자제돼야한다.
 문제는 어르신들이나 장애우 행사 등에서도 이러한 사항들이 반복되고 있으며 참석자들도 행사 후 다들 지적하는 부분이지만 시정되질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행사를 개최할 때 내빈소개와 인사말을 대폭 축소하는 등 권위적이고 허례적인 ‘의전문화’ 관행을 혁파하고 주민중심의 행사를 치루기 위한 운동에 나선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벌써부터 각지자체들은 의전 행사의 간소화 운영계획을 마련하고 모든 행사를 참석자 중심으로 내실 있게 운영하고 있다.
 
 특히 부산시는 내빈소개와 인사말 생략 축소는 물론, 행사장소도 비용이 많이 들거나 호화로운 장소 대신 현장 위주로 선정하여 가급적 좌석배치는 않되 선착순이나 노약자 장애인들을 우선 배려하기로 했다.
 또한 각종행사시 불필요한 이벤트나 무대장식, 비효율적인 부대행사의 축소와 함께 특정 단체회원이나 학생들의 동원도 억제하기로 했다. 정말 반갑고 고무적인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대전시 유성구는 각종행사에서 행사주관 기관장의 대회사와 내빈 중 1명만을 선정해 축사를 하도록 원칙을 정하는 등 모든 행사를 20분 이내에 마칠 수 있도록 ‘의전행사 간소화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한다.
 충남 보령시는 야외행사의 개회식을 10분 이내로 단축하고 강릉시도 의전간소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양산시는 인사말, 축사중심의 딱딱한 개막식 대신에 연극과 퍼포먼스 등으로 대체하기로 했으며, 김해시는 체육행사와 문화예술행사 등 축제 성격의 행사는 아예 개회식은 하지 않고 테이프 컷팅과 등불점화 등의 이벤트행사로 대체하고 지정좌석제를 없애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인근지역의 통영시도 지난 8월 한산대첩 축제 개회식 때부터 내빈소개와 축사 등 의전을 줄여 권위적인 행사를 지양하기로 했으며 거제시도 모든 행사 때 내빈 소개는 하지 않는 것으로 원칙으로 하고 시 외에서 참석한 인사들만 간략하게 소개하기로 했다고 한다. 거제시는 더 나아가 앞으로 행사의 규모와 성격을 감안해 시 단위 행사는 시장과 부시장, 읍·면·동 단위행사는 국장이 참석하는 기준을 정하고 별도로 순수민간 주도의 행사는 민간단체의 자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가급적 참석을 자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권위주의적, 행정편의주의적 행사를 과감하게 지양하고 주민중심과 주민참여형 행사로 형식과 내용을 바꾸어가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이미 ‘지역행사 개회식을 간소화하자’고 강조하면서 지역 지도자들이 이에 앞장 서 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우리는 하루 빨리 지역의 대소 행사가 시대와 주민 의식의 변화에 맞게 치러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또한 고성군이 주민이 주체가 되고 주민이 대거 동참 할 수 있는 좀 더 전향적이고 세련된 ‘의전 간소화방안’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하루빨리 의전 간소화문화가 우리 지역사회 곳곳에 스며들기를 기원하며 지역의 지도자들도 각종 모임이나 경조사에 얼굴을 나타내 악수하고 ‘한 말씀’ 하는 대신 지역민들을 위한 민원살피기에 보다 열성을 기울여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