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 여성용 복식
 복식은 시대와 더불어 변하는 것이니 그 형태도 시대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복식이 신체보호라는 목적이 있는 만큼 아무리 형태는 달라져도 그 복식이 가지는 기능적인 것은 그대로 전승되는 것이다. 저고리가 양복이 되고 갓이 중절모가 되는 것은 시대적인 변혁이라 해도 그 기능은 같은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상고 이래 많은 복식 변천이 있었다하더라도 그 복식 하나하나가 맡은 기능은 변함없이 계승되는 것이다. 보통 계승(繼承)이라 할 때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을 계(繼)라 하고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을 승(承)이라 한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격 시대적인 전승도 있는 법이다. 이번에는 우리 복식사에서 없어진 것만 따져보겠다.

 1. 너울(여자들이 쓰는 a ladys veil)
 당대 서역으로부터 중국에 들어와 다시 고려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 너울은 19세기 한말에 없어졌다.
 고려시대에는 이를 가사라고 하였고 조선시대는 이를 너울이라 하여 부녀자가 외출할 때 쓰고 다녔다.
 이를 쓰지 않을 경우 기생으로 오인 받아 야유받기도 하였다.
 이 제도는 원립을 쓰고 그 위에 검은 천으로 싸고 앞은 절개한 채 70cm정도를 내리고 눈 언저리는 더 엷은 라로 네모지게 하여 밖을 비쳐보게 만든 것이다.
 속에 쓰는 원립은 청상립이라고도 하고 화금입자라고도 하여 금으로 장식하여 사치를 부렸다. 이는 은폐의미를 발휘한 것으로 보이며, 검은 라로 한 것은 얼굴의 백색을 들어내기 위한 하나의 위장술로도 보여진다.
 18세기의 혜원풍속도를 보면 기생은 이를 접어서 머리위로 올려매고 가니마라 하였다. 이것은 기녀에 있어서는 고려초기 이래의 전통이었다.

 2. 귀걸이
 이는 원시시대 이래의 전통이라고 보여져 신라의 고분에서 그 유물이 나와 정교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조선중기에 이에 대한 금령이 나오는 것을 보면 그때까지 사용하였던 것 같다. 이 금령이 나온 것은 선조시대 부터이므로 16세기까지 하였다고 보여지고 당시는 남녀 다 같이 하였고 여자만 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한말의 평안북도 지방의 여자가 금제의 원형의 귀걸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아 일부에서는 그 뒤에도 계속 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귀걸이는 지금도 많이 하고 있으므로 없어진 풍습도 아니지만, 아직 남자가 하고 있는 것을 볼일이 없으니 남자의 경우는 없어진 풍습이라 보여진다.
 신라의 귀걸이를 보면 저런 귀걸이를 무거워서 어떻게 달고 다녔을까. 의아하게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귀걸이를 거는 구멍을 어떻게 뚫었을까 의아하게 생각되는 경우도 많다. 지금이야 기계로 간단히 뚫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콩으로 양쪽에서 압박하여 구멍을 뚫었으니까 그 뚫는 과정에서도 아름다움을 향한 남녀의 집념이 얼마나 강했느냐 하는 것을 실감케한다. 팔찌, 목걸이, 지환, 전, 과대, 금관 등 팔찌는 지금도 있으니까 없어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드나 요즈음 것은 새로운 악세서리로 들어온 것이고 신라고분에서 나오는 팔찌와 계통이 다르다.

 이건 것을 보면 우리 고속에 남방적 요소가 있었다고 보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설문해자에도 있으니 반드시 남방적 요소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이 팔찌는 고분에서 나오는 것 외에 역사시대에 이에 대한 기록은 없다. 목걸이도 세계적으로 이집트 문화이래 다 같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요구이며 주술성까지 지니고 있는 것이지만 지환은 보다 높은 장식용이라 한다. 목걸이에 있어서의 비치옥의 출자를 놓고 일본인 학자가 일본 원산을 주장하던 일이며, 곡옥은 자기가 죽인 적의 이를 상징한다는 등 여러 가지 학설이 꼬리를 물고 있는 장식품이다. 현재까지 한국인이 사용하고 있으니 장신구란 점에서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은 우리 고대의 것과는 다른 출자이다.
전(鈿)은 여자의 머리 장식용으로서 중국에서 줄곧 수입되었고, 이것이 신라의 화판(花判)으로서 일제시대까지 여자의 조바위 등에 잔존하고 있었던 것이고 신라의 과대는 가장 주술성이 강한 샤만의 유습이라고 하지만 그 주술성의 하나하나의 근원은 아직까지 해명되지 않은 수수께끼인 것 같다. 그러나 조선조까지 남자가 하고 있던 주머니와 같이 기능면도 지니고 있었다. 과대에 따라다니는 숫돌의 존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더구나 신라 금관의 출자가 그 형태에 있어 스키타이와 연결되므로 해서 이러한 것을 종합한 주술적인 면을 빨리 해명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문자에 의해 기록된 단군신화를 천작하기 전에 이런 가시적으로 남아있는 장신구를 통하여 고대의 사유 형태를 추궁할 수 있는 다각적인 고찰을 기대하는 바 많다.
 아울러 이들은 다 금속공예이다. 여기서 우리는 선민의 기술과 교역의 함수를 문화사적으로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3. 연지, 곤지, 입술연지, 분, 이 물들이기
 이런 문제는 한국화장사의 부분인데 이에 대하여는 아직 학적으로 개척된 바가 없다. 연지는 옆 볼에 찍는 것이고 곤지는 이마에 찍는 연지이지만 애초에는 다른 색을 사용했는지도 알 수 없다. 연지의 사용은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지만 주변국가의 이런 얼굴에 가하는 장식을 감안할 때 우리 민족의 고속에도 별다른 전통이 있었을 것 같다. 원래 붉은 악귀를 물리치는 색이므로 주술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지만 조선시대의 인습적으로 준용되었고 그런 연지곤지를 찍음으로서 어떤 사람에게 예속된다는 복종 관념에 물들게 되었다. 이것은 이를 검게 물들이는 풍속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백제의 흑치상지의 이름을 알고 있었으나 최근 충청도 서부에 그런 사례가 있었던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검게 물들이는 방법은 무쇠를 초에 담구어 수개월 넣어 놓으면 갈색의 액이 된다. 이것을 놋그릇에 넣어 끊여 오배자 가루와 더불어 이에 바른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 연지는 중국에서는 홍화의 화즙을 응고시켜 발랐다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하였는지 조사해 볼만도 하다. 아울러 오늘의 립스틱에 해당하는 입술연지를 하였는지도 호치단순의 숙어는 있지만 여성이 아름다워지려는 욕망은 동서양의 같은 것이니 우리가 자란 어릴 적의 박가분과 고구마의 녹말 성분으로 만든 동동구라분을 생각하면 오늘의 화장품 업계의 진전은 놀랄만하다.
 이런 것이 전통이 없는 곳에서 생산되니 외제화장품에 쏠리기 마련이지만 이를 탓하기 전에 우리나라 화장품사의 정립부터 시도해 보면 어떨까? 이것도 풍속 복식학자의 소일이다. 녹두가루로 세수하던 고속을 놓고 그것이 알카리 성분이라면 그만이지만 이런 것을 민속 속에 조사해보려는 학적인 태도도 아쉽다. 그래서 요즈음은 규합총서에 의한 염색의 연구를 일부 호사가나 학자들이 시도하고 있다. 치자, 쪽, 잇(홍화:紅花)의 염색 방법의 탐구 같은 것이 전통 염색의 재생이란 명제로서 높이 살만하다.
 이런 복고적인 시도도 있어야 문화민족으로서 염료의 개발 등 향토적이고 동양적인 칼라를 찾는데 바람직한 시도이다. (참고문헌: 중앙박물관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