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의 대결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가 죽은 뒤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 진제국(秦帝國)은 천하를 통일한 지 불과 15년만에 멸망하고 말았다. 그 후 천하를 2분하여 싸운 것이 초(楚)나라 패왕(覇王) 항우와 한왕(漢王) 유방(劉邦)의 두 영웅이다. 이를 중국 역사상 초한(楚漢)의 싸움이라고 한다.
 두 사람의 싸움은 약 3년간에 이르렀다. 이 싸움의 전반은 항우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였다. 유방은 항우의 강력한 군대에 압도되어 싸움마다 고전을 면치 못하였다.
 그런데 싸움이 1년이 지나 2년째로 접어들 무렵부터는 형세가 바뀌어 가기 시작하였다. 전술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항우쪽이 우세하여 공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차츰 피로의 기미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와는 반대로 공격을 당하는 유방쪽에는 오히려 여유조차 보였다.
 3년째를 맞이하면서 형세는 완전히 역전된다. 그리하여 전술쪽으로도 유방쪽이 우위를 차지하고 항우의 열세는 숨길 수 없게 되었다. 드디어 항우는 사면초가(四面楚歌)상태에 빠져 ‘우(虞)여 우여 그대를 어찌하리’하고 우미인(虞美人)을 끌어 안으면서 멸망의 구렁텅으로 떨어져 갔던 것이다.

 우세했던 항우가 왜 패배한 것일까. 유방이 역전승을 거두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거기에는 다음의 세가지 이유를 들 수가 있을 것이다.
 첫째로 유방측의 항우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한 것이다. 유방은 처음 열세였을 때 이미 포위망 형성에 착수했는데 그것이 1년 후에 결실을 맺어서 점차 항우를 독안의 쥐와 같은 상태로 몰고 갔다. 이는 전략전술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둘째로는 유방쪽의 모략공작으로 항우의 진영을 이간시켜 군신(君臣)관계를 헝클어뜨린 것이다. 이로써 항우쪽은 조직의 힘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셋째로는 보급의 문제이다. 유방쪽은 병참이나 후방의 원호체제가 확립되어 병력 물자의 보급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그들은 패배를 거듭하면서도 태세를 정비하여 상대에게 결정타를 허용하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반면 항우쪽은 후방의 보급망을 확보하지 못하였다. 그 때문에 소모된 전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점점 열세의 구렁텅으로 빠져 들어간 것이다. 전략 전술상에서 본다면 이상의 세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유 외에도 승패를 가르는 큰 이유가 된 것은 바로 두 영웅의 그릇의 차이였다.

 유방은 항우를 멸망시키고 낙양(洛陽)으로 개선했을 때 자신의 승인(勝因)과 항우의 패인(敗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유악(유幄...본영(本營))안에서 계략을 짜서 승리를 천리 밖에 결정짓는 점에서는 나는 장량(張良)을 따를 수 없다. 그리고 내정(內政)의 충실 민생의 안전 군량의 조달 보급로의 확보라는 점에서는 나는 소하(蕭何)를 따를 수 없다. 백만 대군을 자유자재로 지휘하여 승리를 거둔다는 점에서는 나는 한신(韓信)을 따를 수 없다. 이 세 사람은 모두 걸물(傑物)이라 할 수 있는데 나는 이들을 잘 부릴 수 있었다. 이야말로 내가 천하를 얻은 이유인 것이다. 항우에게도 범증(范增)이라는 걸물이 있었으나 항우는 이 한사람조차 잘 부리지 못하였다. 그것이 나에게 패한 원인이다.”
 여기에서 유방이 말하고 있는 장량, 소하, 한신 이 세 사람은 하나하나의 능력을 비교한다면 모두 유방을 훨씬 능가했다. 유방은 그런 유능한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다 그들을 적절하게 잘 부렸다는 점이 그의 승인(勝因)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부하를 잘 부린다는 것은 무조건 순종시키거나 손발같이 마구 부려 먹는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유방이 부하를 부리는 데는 두가지 특징이 있었다. 첫째로 부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유방이라는 사람은 자기가 일방적으로 지시나 명령등을 내리는 일이 없었다. “어쩌면 좋겠소”하고 부하에게 의견을 묻고 의견을 물은 뒤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유방의 독특한 방법이었다.
 두번째로 전승(戰勝)에 대한 보상을 베푼 점이다. 전쟁을 이기면 자연히 전리품(戰利品)이 손에 들어온다. 그러나 유방은 그것을 한 푼도 자기 주머니에는 넣지 않고 전부 공적을 세운 부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현대식으로 말하면 이익을 올렸을 때는 후하게 보너스를 주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부하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의견이 채택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고 또한 책임감도 강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어떻게 해서든 성공시키려고 노력을 한다. 성공을 하게 되면 그에 합당한 보수가 약속되어 있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두가지 방법으로 부하에게 자발적인 의욕을 심어준 것이 유방이었다.

 그에 반하여 항우란 사람은 자신의 재능에 대단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전쟁을 하게 되면 연전연승 무적의 힘(역발산 기개세:力拔山 氣慨世)을 발휘했고 더구나 나이도 젊었다. 25세에 군사를 일으켜서 유방에게 쫓겨 전사한 때가 30세라는 젊은 나이였으므로 그가 활약한 것은 20대의 불과 몇년 동안이었다. 지나친 자신감에 빠져든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 독특한 기백때문에 부하의 진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언제나 독단으로 일을 처리했다. 또 전리품이 손에 들어오면 모두 혼자서 차지하고 부하에게는 나누어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 결과 항우는 유능한 부하를 잇따라 잃고 고군분투하는 신세가 되었다.
 요컨대 유방이 집단적인 힘을 잘 이끌어내어 싸운 것에 반하여 항우는 그것에 실패했다. 이와 같은 차이가 두 사람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큰 이유였다.
 -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