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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군의 유머
논설위원 심상정
2012년 10월 12일 (금) 11:24:50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선비가 의관을 정제하고 지팡이를 들었을 때는 군자가 되지만 남녀가 옷을 벗고 이불 속에 들어갔을 때에는 해학의 한 장면을 연출해 내게 된다. 또 화사한 웃음을 띠고 고운 대화를 주고  받을 때에는 얼굴에 가느다란 미소가 생기지만 거칠게 흘러나온 말은 목에 가시가 되어 상대방의 마음을 후비고 파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요즈음 대선 정국을 보면서 각 진영에서 등용하는 인선내용을 보면 춘추전국시대 합종연형으로 유세하여 나라나 백성 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해 의리와 도리를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대원군의 선비 등용에 관련된 유머가 생각난다. 대원군은 외척인 김씨 세도 밑에서 수십 년 동안 고생하며 살아서인지 사람을 분별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견문이 넓었다. 그는 권력을 잡은 뒤에도 백성들의 어려운 사정을 극진히 살피려 노력했으며, 특유의 유머로써 소인배나 부유(부패하여 쓸모없는 유생)들을 곯려 준 일이 많았다.

 대원군이 집권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시골의 한 선비가 운현궁에 문안을 들었다. 서로 문안 인사를 마치자 운현 대감이 선비에게 친절하게 물었다.
“처가가 어디인가?”
 선비는 ‘아무 집에 장가들었습니다’ 했으면 좋았을 것을, 자기의 유식함을 자랑하기 위해서 ‘황문(黃門)에 취처(娶妻)하였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대원군이 그 특유의 유머가 번뜩인다.
 “항문이라니, 똥구멍에 장가드는 사람도 있단 말인가?”

 이와는 반대로 대원군에게 두 번 절하고 군수 벼슬을 얻은 유머도 있다. 임금의 생부에다 어린 왕을 대신하는 섭정을 집행하고 있을 때라 그 위력은 삼천리를 뒤흔들고도 남았다. 그런데도 대원군은 주위에 두고 쓸만한 인재를 구하지 못하여 고민을 하고 있던 터였다.
 대원군은 불우한 때에 생계의 수단으로 난초를 그려 팔았는데 정권을 잡은 후에도 난초를 그리는 것만은 놓지 않았다.
 그날도 골똘히 난초를 그리고 있었는데 웬 시골선비가 찾아와서 알현을 청하였다. 대원군의 분부를 받고 방으로 들어왔으나 대원군은 그대로 난초만 그리고 있었다.
시골 선비는 공손히 절을 하였다. 그래도 대원군이 선비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난초만 그리고 있었다. 시골 선비는 무안해 했다. 무어라고 말을 붙일 수도 없고 그냥 서 있자니 송구하기도 해서 아주 거북한 상황이 한참이나 계속되고 있었다. 시골 선비는 머뭇머뭇하다가 또 한 번 절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슬그머니 절을 했다.
 이때 대원군이 난초 그리던 붓을 던지면서 벽력같은 소리를 질렀다.

 “이 고이얀 놈 같으니, 죽은 사람에게 재배지 산 사람에게 웬 재배란 말이냐?”
 보통 선비 같았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텐데, 그 선비는 상당한 기지와 도량을 가진 위인이라 여유롭게 유머를 구사하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런 게 아니올습니다. 처음에 한 절은 와서 뵙는다는 절이옵고, 이번 절은 물러간다는 절이옵니다.”
 그 대답을 들은 대원군은 실로 오랜만에 쓸만한 사람을 하나 얻었다고 생각하고 흔쾌히 여기면서 말했다.
 “거 어디서 온 누구인고?”
 나그네가 또렷하고 공손히 대답하자 대원군은 물러가 있으라고 말하고, 선비가 물러간 지 사흘이 되지 않아 그에게 영광 군수의 발령이 내려졌다.
 기지에 찬 유머 한마디가 인생을 뒤바꾸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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