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제의 고분
 ▲ 서울지방의 고분
 백제 초기의 중심지였던 서울지방에는 성동구의 뚝섬, 광나루 일대, 중곡동, 가락동, 석촌동, 방이동 등의 강변 충적평야에 면한 낮은 구릉지대 및 평야속의 조그만 대지, 또는 평지에 고분이 산재하고 있다. 이들 고분은 적석총과 일반 봉토분의 두 가지로 크게 나누어지고 봉토분은 다시 석실총과 토광묘로 나눌 수 있다.
 적석총은 1916년까지도 4기가 석촌동에 있었으나 1974년에는 1기만이 남고 그것도 적석의 대부분이 운반되어버린 상태이다. 그러나 이파괴분(석촌동3호)의 발굴조사 결과 그것이 기변길이 30mm, 높이 5~6m 정도인 방형의 3단으로 된 계단식 적석총이었음이 밝혀져 환인부군의 고구려 초기의 적석총과 상통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적석은 우선 두툼한 장방형 판석을 지대석처럼 한 줄로 깔아 기단부 외곽으로 하고, 그 위에 크고 작은 할석을 자갈돌과 함께 쌓아 2단의 계단식 층단을 만든 것인데 중심부의 태반이 파괴되어 어떠한 구조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와같은 판석을 기단 주변에 깐 형식은 이미 고구려 고분에서 본 바와 같다.
 이 석총은 그 크기나 묘의 특수성으로 보아 왕릉임이 틀림없으며, ‘삼국사기’의 개로왕(455-475)조의 기록에 ‘큰 돌을 욱리강에서 주워 석곽을 만들고 아버지 뼈를 묻었다. (취대석욱리하작곽 이장부골)라고 한 것과 비교되는 고분이라고 생각된다.
 이 3호분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4호분은 위가 편평하고 평면이 둥근 봉토분이지만 발굴 결과 3호분과 같은 3단의 계단식 방형 적석총으로 밝혀졌다.

 이 적석총은 1변의 길이가 13m의 정사각형으로 되어 있으며, 활석으로 높이 2m의 석벽을 쌓아 올리고 그 바깥쪽에는 벽이 무너지지 않게 한단 낮은 제2의 석단을 돌린 다음 그 안은 찰떡같은 진흙을 수평으로 다시 올라가는 소위 판촉법을 써서 메우고 있다.
한편 제2단은 괴석을 한겹 기단처럼 깔고 그 가장자리에는 판석을 이어 돌리고 있다. 이렇게 외부구조를 할석, 자갈돌을 섞어서 쌓은 적석총으로 만든 다음 내부의 판촉 된 진흙 상면에 1변의 길이 4.8m의 방형으로 할석을 몇 겹으로 쌓아 마치 석실의 벽처럼 돌리고 남벽의 중앙에는 폭 1.6m, 길이 1.6m의 연도와 같은 구조를 돌로써 나타내고 있다. 이 석벽의 바닥에 매장 주체부가 있는 것처럼 보이나 이 석벽은 그저 형식적인 적이고 주체부는 석벽바닥의 진흙을 파고 거기에 돌이 쌓여 있었다. 도굴을 당하여 확실하지는 않으나 이 적석부 속에 목관을 동침 또는 서침으로 놓았던 모양이고 이 적석부 위에 돌을 봉토형으로 덮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 적석총에 따로 봉토를 덮었는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으나 제3단 상부만은 흙을 덮어 그것이 차차 흘려 내려서 현재와 같은 엷은 봉토층이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4호분은 외형에 있어서는 환인이나 독로강 지방의 소위 기단식 적석총과 똑같으면서도 내부 구조에서는 판축, 토광, 적석 등 이질적인 요소가 섞인 것으로 백제를 건국한 고구려 이민들이 현지의 장법을 가미한 새 형식의 무덤이라고 느껴진다. 기단식이라든가 냇돌이 아닌 산돌을 써서 축조한 것으로 보아 고구려 적석총으로서는 제2기 형식에 해당되며 그 연대로 4~5세기경이 아닌가 추측된다.

 한편 봉토분은 그 수가 적지 않으며 앞에서 말한 것처럼 토광묘와 석실묘의 둘로 나눌 수 있는데, 553년 이후에는 이 지방이 신라 영토로 되었기 때문에 석실묘 중에는 그 구조로 보아 신라의 고분이 섞여있을 가능성이 있다.
 토광묘는 땅위에 구덩이를 파고 목관을 매장하는 가장 간편한 형식인데, 봉토의 표면 가까이에 돌이나 기와를 한겹 깔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1969년에 발굴된 가락동 2호분은 평지에 있는 봉토분으로 봉토의 크기는 12*15*2.5(높이)이고, 봉토안에는 옹관 1개와 토광 3개가 들어있었다. 옹관 밖에는 표면을 반들거리게 갈고 각선문대(刻線文帶)를 돌린 고구려 계통의 흑도(黑陶) 항아리가 발견되었다. 흑도는 아니나 이와 똑같은 형태와 문양의 회도(灰陶)는 앞에서 보듯이 5세기 초경의 중국 청자와 함께 원성군 법천리의 석관분에서 발견되었다. 봉토는 우선 황색점토를 덮고 그 위에 석회와 점토를 섞은 것을 한층 더 씌우고 다시 그 위에 냇돌과 석편으로 한 겹 덮은 다음 마지막으로 흑갈색의 점토를 덮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 석실묘는 평지아닌 구릉지대에 있으며 가락동 2호분은 방형석실의 남벽 중앙에 입구와 연도가 고구려식 방선형 평면이었다.
 중곡동의 것은 장방형 석실에 몇 장의 석판으로 천장을 덮고 역시 남쪽에서 연도가 달려 있는데 네 벽은 안쪽으로 약간씩 기울어져 있고 현실 내부에는 북쪽벽과 동쪽벽에 붙어 ㄱ자로 석축관대를 만들고 있다. 경기도 여주 매룡리에는 석침을 가진 석실묘들이 있어 종래 백제 고분으로 생각되어 왔으나 앞에서 보듯이 그들은 방이동의 석실분과 함께 신라 고분일 가능성이 크다.

 ▲ 공주지방의 고분
 공주시대의 고분은 공주에서 대전, 부여로 통하는 국도의 동쪽에 있는 금학동, 주미리, 신기리 일대의 구릉지대의 공주읍 북교의 송산리, 금강 북쪽의 폐목동, 신관리 등에 산재하고 있다. 이렇게 공주지방에는 평지묘가 없고 구릉에 모여 있는 점이 서울지방의 평지, 구릉 혼재방식과 다르다. 공주지방의 고분은 기본적으로 방형 석실묘, 장방형 석실묘, 전축분 등 세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1. 방형 석실묘
 이것은 고구려 시대의 ㄱ자 평면에 돔천장을 가진 횡혈식 석실이며 고구려의 단실묘를 본보기를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송산리의 무녕왕릉 부근에 있는 석실분들이 바로 이 형식이지만, 금락동 능치, 웅진동, 옥용동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송산리 5호분은 산 경사면에 광을 파고 할석으로 네 벽을 구축하였으며, 현실은 3.26*3.46(남북)*3.15(높이)인데 벽선은 평면이 직선이 아닌 낙랑식으로 약간 밖으로 휘어져 있으며 남벽에 동편해서 연도가 달려 있다. 바닥에는 벽돌로 만든 관대가 동서 양쪽에 하나씩 있고 연도에는 배수구가 있다. 벽은 바닥에서부터 1m정도까지 수직으로 올라가다가 둥글게 내경에서 돔을 이루었고 좁혀진 천장에는 판석 한 장이 덮여 있다.
 이 ㄱ자형 석실분들은 공주 시대의 가장 정통적인 형식이었다고 믿어지며, 그 중의 몇 기는 분명히 왕릉이었을 것이다.

 2. 장방형 석실묘
 길이 3m정도의 장방형 석실로 남쪽벽에 짧은 연도가 달리는 횡혈식인데 천장의 구조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괴석으로 네 벽을 수직으로 쌓고 천장은 몇 개의 판석으로 덮은 형식으로 이것은 다른 것보다 크기가 작아 2*0.7*0.8m(높이) 정도여서 실(室)이 아니라 곽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둘째, 네 벽면을 여러 장의 판석을 세워서 만들고 장벽 윗 부분에는 할석을 2단쯤 되게 안쪽으로 기울도록 쌓고, 그 위에 천장석을 덮은 것이다.
 셋째, 역시 판석으로 석실을 짜되 천장은 판석을 양쪽에서 맞세워 꼭 맞배지붕처럼 만든 것이며, 이러한 합장 천장은 고구려의 것인 평양 진파리 10호분에서도 볼 수 있다.
 넷째, 할석으로 네 벽을 쌓았으나 동쪽과 서쪽의 긴 벽은 안으로 경사지게 하여 그 좁혀진 천장을 여러 장의 판석으로 덮고 있는 것이며 이 형식은 터널형 전축분을 돌로 모방한 것이라고 믿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