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구려 시대의 고분
 고구려의 고분은 처음 근거지였던 환인(桓仁) 압록강 연안으로 남하했을 때의 통구지방, 그리고 마지막의 평양지역의 고분들의 연대가 서로 겹치고 신고(新古) 두 형식이 뒤섞여 있는 것을 보면 평안도 지방에는 일찍부터 지방 세력가들이 내려와 있었고 평양시대에도 통구지방에 귀장(歸葬)한 왕이나 귀족들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고구려의 고분은 크게 석총과 봉토분의 두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석총(石塚)
 고구려족의 본래의 무덤이 바로 석총이다. 석총은 냇돌이 많은 강가나 땅을 파기 힘든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고구려의 석총은 압록강의 만주 쪽 지류인 훈강과 한국쪽 지류인 독로강 유역에서 평양지방에 이르는 여러지방에 퍼져 있으며 5세기 이후로는 봉토분에게 주도권을 빼앗겼지만 그래도 고구려말까지 존속하였다.
 고구려 초기의 석총들은 훈강 유역의 환인지방과 독로강 유역의 시중군, 자성군 등지에 분포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강변의 평지에 냇돌로 쌓은 적석총이었고 그 중에는 선사시대와 연결되는 오랜 것도 섞여있다.
 이러한 적석총은 우선 땅 위에 냇돌을 방형으로 깔고 그 중심부에 동서로 긴 편평부를 만들어 동침으로 목관을 놓고 다시 그 위에 단을 만들며 돌을 덮은 것이었다.
 또한 단독장도 있지만 관대가 두 개 있는 합장묘도 많으며 적석총이라는 구조 때문에 순장(殉葬)을 추축케 하고 있다. 이렇듯 고구려 초기의 적석총은 관대의 위치가 지상에 있고 관대에 벽이 없는 것이 특색이다.

 환인 15호분은 초기 적석총의 좋은 예이다. 먼저 기단부에 돌을 깔되 그 1변 길이 11.4m, 제1층은 1변 길이 8m, 높이 1m, 제2층은 길이는 6.4m, 높이 0.5m이며 돌은 모두 쪼개서 떼어낸 활석이었다. 그런데 이 처음 무덤의 남쪽에 잇대어 또 하나의 석축을 후에 연결하여서 전체 기단부의 남북 길이는 17m의 장방형 쌍분으로 만들었으며, 자갈을 깐 관대부는 제 1층 상면에 있고 불에 탄 뼈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기원 후 2~3세기경부터는 강변평지에 묻던 무덤이 산기슭이나 중턱으로 옮겨가고 돌 역시 냇돌이 아닌 산돌을 쓰고 있다. 그리고 기단식이라 하여 제 1단은 주변에 편평한 판석을 돌리고 폭도 넓어져 기단부 같은 성격의 것으로 되었다. 또 풍천리 13호분에서 보는 것처럼 관대 주위에 돌을 돌려 벽 축조의 시작임을 연상케하며 동시에 관대의 평탄면을 확대시켜 연도부를 형성하려는 듯한 것도 있다. 또 이런 새로운 고분에서는 관대 방향이 종래의 동서방향에서 남북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환인지방에서는 적석총 중심부에 동서 또는 남북방향의 연도 달린 석실을 만들고 그 석실의 석축을 보강하기 위해 그 바깥에 1,2단의 석축을 붙여 만든 것 같은 인상의 예가 있어 서울 성동구 석촌동 4호분의 축조법과 유사한 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방형계단식 적석총으로 가장 발달한 것이 소위 장군총이라고 불리는 광개토왕릉과 태왕릉(太王陵)으로 불리는 거대한 파괴분이다.
 장군총은 즙안읍의 동쪽 산기슭에 있는 큰 석총으로 잘 다듬어진 화강암을 7단으로 쌓은 피라밋형이다.
 1변의 길이는 약 30m, 높이는 13m로 4귀가 각각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있으며 정면은 서남쪽으로 통구평야를 바라보게 되어 있다. 각 변의 제1단에는 각각 3개의 큰 자연석을 기대어 세웠으며 이 호석은 시베리아 지방의 봉토분(쿠르간)에서 보는 봉토호석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믿어진다.
 현실은 제3단의 상면을 바닥으로 하는 상자모양의 방형실이며 현실안에는 두 개의 관대가 평행으로 있고 현실앞에는 연도가 있어 환인지방의 석실적석총과 연결되고 있다.
 한편 고분의 정상부에서는 석회질물과 자갈을 섞어 만든 것으로 표면이 둥글게 지붕처럼 되어 있었고 가장자리 돌에는 같은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 있어 난간 같은 것을 세웠던 것처럼 보인다.

 이 거대한 석총의 기부 주위에는 각 변에서 30m 가량되는 범위안에 냇돌을 깔아 묘역처럼 만들었고, 능의 뒷면에는 두 개의 조그만 배총이 만들어져 있었다.
 한편 유명한 광개토왕릉의 비는 그로부터 약 1Km되는 지점에 서있기 때문에 장군총이 곧 광개토왕릉이라고 믿어지고 있는 것이다.
 광개토왕은 413년에 죽었지만 그와 같은 거대한 무덤을 만드는 데는 적어도 3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처음에는 능앞에 사당이 있었던 모양이며 1946년 경주 호우총에서 발견된 유명한 ‘을묘년국강상광개토지호태왕호우십(乙卯年國岡上廣開土地好太王壺?十)’명의 청동함은 원래 광개토왕 사당에서 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경주까지 흘러간 것이다.
 이 광개토왕릉은 5세기 초에 있어서 고구려 왕릉이 잘 정비된 피라밋형 석총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토총의 발생시기에 대해서 가장 근거가 되는 자료이다.

 ▲ 토총(土塚)
 적석총에 비해 토총은 고구려에 있어 외래적인 것으로 그것은 중국의 봉토분에서 배워온 것이다. 고구려는 기원 후 1~2세기경부터 요동반도나 낙랑지방을 통하여 중국의 고분들을 영역안에서 중국식 봉토분을 만들고 있기도 하였다. 평안남도 순천군에 있는 요동성 총이나 황해도 안악의 동수묘는 고구려 영토 안에서의 중국계 주민에 의한 외래식 무덤이며 특히 동수묘는 고구려 벽화고분의 선구자와 같은 존재로 매우 중요하다.
 동수묘의 주인공인 동수는 336년에 요동에서 고구려로 귀투한 무장이며 357년에 죽어서 안악 유순리에 묻힌 것이다. 그의 무덤은 현무암과 석회암의 큰 판석으로 짜여진 석실로서 전실과 측실이 남북방향으로 연결되었고 전실에는 따로 좌우에 조그만 측실이 하나씩 달려있다. 그러므로 무덤 전체의 평면은 옆으로 긴 전실에 방형의 후실이 달려 T자 또는 凸자형이고, 입구는 남쪽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평면형태는 기본적으로 낙랑의 목관분이나 전축분에서 유래된 것임을 알 수 있지만 그것이 곧 고구려 토총의 본보기로 되었을 것이다.
 
 더구나 이 동수묘에서는 각실의 천장이 고구려 토총의 특색으로 되어 있는 말각조정이어서 고구려 고분과의 관계를 더욱 직접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 말각조정은 천장의 4귀에 삼각형으로 받침틀을 놓아 그 공간을 좁히고 맨 위에 판석 한 장을 덮는 방법이며 그것은 근동지방의 건축에서 일어난 중앙아시아를 거쳐 한 대의 중국으로 들어온 것이다.
 한편 동수묘의 서쪽 측실에는 동수내외의 초상화, 동쪽 측실에는 외양간, 창고, 부엌등을 그리고, 전실의 서쪽벽에는 무사행렬, 후실의 동쪽과 북쪽에 만들어진 길이 10m 이상의 회랑벽에는 250명을 넘는 백관행진도가 모두 채색으로 그려져 있어 순수한 고구려 고분은 아니나 고구려 계통의 벽화고분으로는 연대가 확실한 최고의 벽화분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고분은 전실, 측실에 주인 부부 초상을 신상처럼 그리고 또 백관행렬도등의 그림들이 고구려 벽화와는 달리 인물을 서로 겹치게 해서 공간의 깊이를 나타내고 있고 또 무엇보다도 연대를 포함한 명문을 벽에 쓰고 있다는 점 등이 모두 중국적인 전통이며 이 무덤의 배경이나 성격을 반영하고 있지만 인물 필치 등 그 화가가 낙랑거주의 중국계 화가였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