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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
2024년 05월 24일 (금) 06:36:33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 이 발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4월 총선에서 '친박 공천 학살' 때 쓴 표현이다. 

2022년 8월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평가를 묻자 한 말이기도 하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1월 김용남 전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 기자회견에서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비판하면서 한 말이다.
 
 지난 9일 군청사 입구에서 더불어민주당 군의원 3명의 기자회견을 보고서 필자는 이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너무 많이 나간 것인가? 그러면 이렇게 바꾸어 보자. ‘군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로. 지금은 지방자치 시대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구분하여 부르니 이렇게 바꾸어도 나무랄 사람은 없을 터이다. 
 
왜 이 말이 떠올랐는지 기자회견 내용을 살펴 보자. 군은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 주관 일자리 연계형 지원주택 공모사업에 선정돼 2023년 9월부터 2024년 1월까지 무려 5개월 동안 군청사와 14개 읍면 청사 입구에 대형 현수막을 걸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였다. 
 
'고성군 2023년 국토교통부 주관 일자리 연계형 지원주택 공모사업 선정, 총사업비 944억 확보, 군부 최초 2개소(고성읍, 회화면) 선정, 최다 국비 확보'. 군민들은 적어도 한두 번은 이 현수막을 보았을 것이다. 
 
군은 총사업비 944억 원 중 80%인 755억 원이 국비라고 홍보했지만, 41%인 366억 원은 주택도시기금 융자로 밝혀졌다. 실제 확보한 국비는 총사업비의 39%인 348억 원이다. 
 
그런데도 왜 고성군은 수개월 동안이나 홍보를 했을까? 불과 몇 개월 후에 총선이 있다는 사실은 공교로운 일로 덮어두어야 할까? 
 
정점식 의원의 4·10 총선 후보용 공보지에는 ‘고성군 일자리 연계형 지원주택사업 2개소 선정 기여(총 944억원, 국비 80%, 군비 20%)’로 기재되어 있다. 
 
국비 80% 확보라고 하면 어느 누구도 그 속에 융자 41%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융자 부분을 누락하였다는 합리적 의심도 가능하다. 
 
국비나 도비는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에서 지원해 주는 돈이다. 공무원들은 군에 필요한 공모사업을 신청하면서 국비, 도비, 군비 부담 비율을 잘 살펴서 신청한다. 
 
국비나 도비는 쉽게 얘기해서 공짜돈이니 당연히 비율이 높을수록 좋다. 이번 사업은 국비 80% 확보가 아니라 국비 39% 확보라고 해야 맞다. 
 
군의 홍보는 거짓이었고 군민을 속인 행위다. 전 도의원인 필자도 군의 홍보를 믿었는데 하물며 군민들 중에 몇 사람이나 정확한 내용을 알고 있었을까? 이 정도면 ‘군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말이 잘못되거나 허황되지는 않을 것이다.
 
군이 확보한 국비 348억 원도 적은 금액은 아니다. 문제는 고성군이 부담해야 할 사업비가 700억 원이 넘는다는데 있다. 
 
고성군이 부담해야 할 금액을 단순 계산해 보자. 총사업비의 20%인 230억 원과 주택도시기금 융자 366억을 합하면 596억 원이다. 
 
주택도시기금 융자는 30년 거치 15년 상환의 조건이다. 고성군은 30년 동안 주택도시기금 융자 366억 원에 대한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연 이자율이 1%로 약 4억 원이다. 30년 거치 조건이니 이자만 120여억 원에 달한다. 군비 230억 원, 융자 366억 원, 여기에 융자에 대한 연간 이자 120억 원을 더하면 716억 원이 된다. 
 
2024년 당초예산 기준으로 고성군의 재정자립도는 10.3%이다.(출처:경상남도 재정현황) 재정자립도는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에 가까울수록 재정운영의 자립능력은 우수함을 나타낸다. 
 
10%를 오르내리는 재정자립도라면 716억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융자 366억 원은 30년 거치로 당장 갚지 않아도 되지만 30년 후에는 15년 동안 매년 원금 24.4억 원(366억 원/15년)과 남은 금액에 대한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오롯이 군민의 세금으로. 
 
사업에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려고 고성군 홈페이지를 찾았다. 아래와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군부 유일하게 2개소 공모 선정! 최다 국비 확보!’ ‘민선 8기 최대 성과! 정점식 국회의원 사업비 확보에 큰 역할’. 고성군은 SK오션플랜트 조선해양특구산업 본격 추진과 무인기종합타운 구축으로 많은 근로자가 지역 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읍과 회화면에 공실이 없고 ......... 임대주택이 건립되면 근로자들에게 주거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우수 인재의 타 지역으로의 유출을 방지하여 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인구증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들의 주거 기반 제공, 우수 인재의 타 지역으로의 유출 방지. 인구증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등 듣기 좋은 말들의 잔치다. 
 
마치 이번 사업 선정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근로자들이 고성에 거주함으로써 무너진 인구 5만이 되살아나 이상근 군정의 구호인 고성을 새롭게 군민을 힘나게 할 것만 같다. 
 
지난 2년 동안 전혀 새롭지도 않았고 힘나지도 않았으니 군민들이 군수님께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겠다. 
 
또, 이상근 군수는 국비 확보에 최선을 다해 주신 정점식 의원과 큰 결단을 해 주신 원희룡 장관께 감사드리는 직접 쓴 손편지를 보냈다고 홍보하고 있다. 갑자기 궁금하다. “과연 백두현 전 군수는 재임기간 동안 몇 통의 감사 편지를 써야 했을까?” 
 
과도한 군비 부담에 관해 살펴 보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불성실한 의회 보고와 군민을 기만(欺瞞)했다는데 있다. 
 
의회 최초 보고 시 정확한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면 사후에라도 보고했어야 한다. 『고성군 공모사업 관리 조례』 제7조제1항에는 “고성군이 신청하는 국비·도비 등이 포함되는 공모사업으로 군비 부담 없이는 사업이 불가능한 사업으로써 총 사업비 10억원 이상은 사전보고하여야 하며, 사전 보고가 곤란한 경우에는 예산의 편성 이전까지 그 사유와 함께 사후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여야 한다’는 반드시 하도록 규정하는 강제조항이다. 2023년 8월 22일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는 사업비 중 융자 41%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의회 최초 보고는 언제였는지, 융자 부분은 언제 알았는지, 융자 부분을 알고난 후 의회에 그 사실을 보고했는지, 의도적인 누락이나 조직적 은폐는 없었는지, 궁금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번 사업은 당초 고성군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공동시행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LH는 수요산정 근거와 사업계획의 구체성 부족을 이유로 공동시행이 불가하다고 결정했다. 
 
LH는 30년 기준 약 480여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전문공공기관인 LH가 사업을 포기했다면 고성군은 이때라도 수요 조사와 사업 타당성 등 면밀한 검토를 했어야 한다. 
 
공모사업 선정에만 집착하는 무모한 성과 위주의 행정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업 백지화를 포함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도 중요하지만 행정은 미래를 보고 나아가야 한다. 설계가 잘못되면 부실하고 하자(瑕疵) 많은 집을 짓는다. 설계를 잘해서 미래세대에게 튼튼하고 건강한 고성을 물려주어야 함은 기성세대의 의무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이상근 군수에게 있다. 군수가 직접 군민들에게 정확한 내용을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절차상 잘못이 있거나 행여 의도적인 누락이 있었다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행정은 어떤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적확(的確)하고 투명하여 군민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군민들에게 신뢰를 잃으면 군정을 제대로 펼칠 수 없다. 군민들의 신뢰는 군정의 기반이자 추진력이고 추구해야 할 가치, 그 자체다. 
 
이번 사태로 행정이 군민들의 신뢰를 잃어 군정이 나아갈 방향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필자의 마음이 그저 우려(憂慮)에 그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우리 고성군 공무원들은 중앙정부나 경남도의 공모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안다. 이번 일로 인해 사기(士氣)가 꺽이거나 업무에 지장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을 보는 동안 필자의 마음을 칡덩쿨처럼 칭칭 옭아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다. 
무려 1백억 원짜리(?) 의회를 두고 의원들이 왜 군청사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지, 도로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인도에는 기자들이 서 있다. 
 
보기 힘든 광경이라 지나는 군민들이 의아해하지 않았을까? 또, 기자회견은 왜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만 나서야 하는지 필자의 짧은 식견(識見)으로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5월 10일자 지역신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부군수를 비롯한 담당공무원들을 질타했다는 기사가 실렸다.(제목: 일자리연계형 주택지원사업 재검토 요구) 기자회견 장소와 의회 차원의 기자회견 등에 여야간 이견(異見)이 있어 보이지만 사태의 본질은 아니라는 점에서 접기로 한다. 
 
지방의회는 주민을 대표해서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하고 통제한다. 이번 사태는 의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의회가 사업 내역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으니 군민들에게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이런 일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네 편 내 편을 따져서도 안된다. 의회 차원에서 나서서 재발 방지를 위해 그 책무(責務)를 다해야 한다. 
군민을 속인 행정과 감시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의회에 군민들이 분노하고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고성군의 주인은 군민이다. 군민들도 두 눈 부릅뜨고 행정과 의회를 지켜보자. 
 
 
글을 마무리하면서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는 이 말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아~ 군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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