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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의 세시풍습
논설위원 심상정
2012년 09월 07일 (금) 11:46:30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백중(百中)은 음력 7월 보름이며, 백중절, 중원절, 백종일, 망혼일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때 즈음이면 여러 가지 과일과  곡식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때이다. 백종(百種)이란 갖가지 많은 종류를 뜻하는 말이고, 백종(白踵)이란 농사일을 마치고 논밭에서 흙빛으로 물들었던 발뒤꿈치가 제 빛을 띠는 뜻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 농가에서는 '백중'이라는 속절(俗節)을 두어 농사일을 멈추고, 잔치와 놀이판을 벌여 노동의 고단함을 달래고 삼복더위로 쇠약해지는 건강을 회복하고자 했다. 농가에서는 백중날 머슴들과 일꾼들에게 노자와 휴가를 주어 즐겁게 놀도록 했다. 따라서 이 날이 되면 머슴들과 일꾼들은 주인으로부터 특별히 장만한 아침상과 용돈을 받는 것이 풍습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 시기에 서는 장을 특별히 ‘백중장’이라 하여 풍악이 울리고 씨름 등을 비롯한 갖가지 흥미 있는 오락과 구경거리가 있어서, 농사에 시달렸던 머슴이나 일꾼들은 마냥 즐길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이 날 지역에 따라 농신제(農神祭)와 더불어 집단놀이가 행해지는데 이를 '백중놀이'라고 한다. 이 놀이는 농촌에서 힘겨운 세벌논매기를 끝내고 여흥으로 놀이판을 벌여 온 데서 비롯된 일종의 마을잔치이다. 밀양의 ‘호미씻기’ ‘꼼배기참놀이’ 등의 행사가 대표적인 백중놀이다.
  또한 이 날은 사찰의 선원에서 3개월 동안 두문불출하며 수행을 해 온 스님들의 안거를 푸는 날이기도 하다. 수행하는 스님들이 한 곳에 모여 공부하는 하안거(夏安居)의 결제(結制) 기간이 끝나는 해제(정신적 육체적 규제가 풀림)의 자자(自恣:그동안 지은 좌를 고백하고 반성함)일에 서로의 잘잘못을 이야기하고 반성한다는 뜻에서 백중(白衆)이라고도 한다.
 
 고려시대에는 불가에서 우란분회(盂蘭盆會)를 행할 때 수많은 곡식과 과일 공양을 올린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이날 행하는 우란법회는 지옥의 문이 열리는 날이라 하여 돌아가신 망자의 극락왕생과 천도를 발원하는 전통과 풍습이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천도되지 않은 원혼이나 조상을 극락왕생 시키는 법회는 목련존자가 지옥의 부모를 구했다는 우란경에서 기인된 것으로 이날 절에서 부처님께 공양하면 조상의 영혼을 천도시킬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우란분절의 유래를 살펴보면, 우란분은 거꾸로 매달림이라는 의미이다. 부처님이 사위국에 있을 때였다. 목련존자가 비로소 6신통을 얻어서, 자신을 길러 준 어머니에게 은혜를 갚고자 하였다. 그러나 죽은 어머니가 아귀의 세상에서 굶주리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을, 천안통(天眼通)으로 본 목련은 자신의 능력으로 어머니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없음을 알고, 슬프게 울며 부처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부처님은 목련에게 백중날 밥과 100가지의 음식으로 여러 스님들에게 공양하면, 그 스님들의 위신력을 얻어 현재의 부모와 7대의 조상과 6종의 친족이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그리고 부처님은 불자가 항상 효순한 마음으로 부모와 조상의 은혜에 보답하게 하기 위하여 우란분을 만들었다고 설한다. 우란분절에 지장기도를 통해서 시커멓게 엉켜있는 우리의 업장과 그 무게에 눌려 신음하고 있는 중생의 집착과 고통, 그리고 함께 인연한 부모, 남편, 자식, 이웃들의 아픔과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도가에서는 중원절(中元節)이라 하여 인간의 죄를 사하는 지관대제(地官大帝)가 강림하여 뭇 중생들의 죄를 씻어준다 한다. 백중날 밤에 도사들이 경문을 읽어주면 아귀나 지옥에 갇힌 조상들이 천도된다고 한다. 중원(中元)은 도가에서 말하는 삼원의 하나로 이 날에 하늘의 관리가 인간의 선악을 살핀다고 하는 데서 연유했다.
 민간에서도 도불의 영향을 받은 이날을 망혼일이라 하여 조상을 위한 제사에 삼나물, 삼실과, 술, 밥을 올렸다. 무속에서도 이날 조상을 해원, 천도하기 위한 등을 달고 재를 지내기도 한다. 
 입하로부터 시작되는 초여름은 '농사짓다'라는 뜻의 '녀름짓다'라는 옛말처럼 밭매기와 논매기 등 농사일이 한창인 계절이다. 그러나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옛말처럼 농촌의 7월은 바쁜 농번기를 보낸 뒤이면서, 한편으로는 가을 추수를 앞둔 때로 잠시 허리를 펼 수 있는 시절이다.
 특히 이날 즐기는 풍속으로 '호미씻이'가 있는데 그 해에 농사가 가장 잘 된 집의 머슴을 뽑아 얼굴에 검정 칠을 하고 도롱이를 입히며, 머리에 삿갓을 씌워 우습게 꾸민 다음 지게 또는 사다리에 태우거나 황소 등에 태워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놀이다. 그 때 집주인들은 이들에게 술과 안주를 대접한다. 호미씻이는 지방에 따라서 초연(草宴), 풋굿, 머슴날, 장원례(壯元禮)로도 불렸다.
 또 마을 어른들은 머슴이 노총각이나 홀아비면 마땅한 처녀나 과부를 골라 장가를 들여 주고 살림도 장만 해 주는데, 옛말에 '백중날 머슴 장가 간다' 라는 말이 여기서 생겼다. 이 날은 산신(山神)들이 곡식을 추수하는 날이라 들에 나가 일을 하면 방해가 된다고 해서 남자들은 들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바닷일을 더 많이 했다. 백중날에 살찐 해물이 더 많이 잡혔기 때문이다. 또 한라산에 '백중와살'이라는 산신이 있는데 백중 때 잘 익은 오곡과 과일을 사람들이 따 가면 샘을 낸다고 하여 산신제를 지낸다.
 오랫동안 우리 겨레가 속절로 지내온 백중날은 이제 우리 곁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그것은 농촌에서 백중놀이를 할 사람이 없어진 탓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전통이 영원히 사라지는 일이기도 하다.
 사라져 가는 백중날의 풍습을 되돌릴 수야 없지만 최소한 백중날의 유래와 세시풍속의 의미를 살피는 것이 뜻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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