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옹관묘(甕棺墓)
 옹관은 항아리에 시체를 넣어서 파묻기 위한 것으로 이 풍습은 고금의 세계각지에 퍼져 있는데 대체로 횡사, 병사 등 정상적인 죽음이 아닌 경우에 쓰인 듯 하며 중국에서도 예기(禮記)에 와관(瓦棺)은 7세 이하의 어린이에 쓰인다고 하였으며 실제로 어린이 옹관묘군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근동지방의 죠르단에서는 지금도 어린이가 죽으면 옹관에 묻고 볼리비아에서는 쌍둥이가 어려서 죽으면 옹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옹관은 짐승이나 나무뿌리 따위에 의한 관의 침식과 파괴를 막을 수 있는 견고하면서도 간편한 장법이며 지역에 따라서는 정상적인 성인을 위해서도 옹관을 쓰고 있는 경우가 있다.
 동양에서 고대 옹관이 발견된 곳으로는 연(燕, 349~370)나라의 옛 땅인 하북성 양현(陽縣)과 요녕성 요양지방 그리고 사천 성서안 반파등지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반파의 것은 신석기 시대의 어린이용 옹관들이고 또한 요양의 옹관은 기원전 2~3세기경의 것으로 2~3개의 항아리를 맞붙이거나 연결해서 북침으로 수평 매장한 것들로서 모두 어린이 것임이 남아있는 뼈로서 알 수 있는 도합 350개 가까운 옹관이 모여 있는 큰 공동묘지였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주, 한나라의 역사시대로 들어가면 옹관사용이 점점 쇠퇴 소멸된 모양이고, 6세기의 송서(宋書)에는 ‘옹관은 동호(東胡)의 풍습이다’라고 쓰여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평안남도 강서군 태성리, 황해도 신천군 명사리, 충청남도 공주군 탄천면 남산리, 전라남도 광산군 신창리, 김해시 회현동 패총, 동래 낙민동 패총 등에서 나오고 있으며 평양 정백리 221호 낙랑고분 입구 옆에서도 1개가 발견되었다. 일본의 북 큐우슈우 지방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요녕지방의 것과 함께 넓은 의미에서 한반도 옹관권을 형성하고 있다하겠으며 서로 교류된 것이 분명하다고 믿어진다.
 우리나라의 옹관은 이렇게 북에서 전해 내려오면서 기원전 3세기경부터 약 200~300년간 특수묘제로 쓰이다가 지역에 따라 삼국시대까지 존속한 것이다.
 태성리의 옹관 5기는 항아리 두 개를 서로 맞붙인 소위 합구옹관(合口甕棺)으로서 남북장축으로 수평 매장한 것인데 항아리가 회색승석문의 한식 토기이며 그 연대와 배경을 말하고 있다.
 신천 명사리 것도 같은 한식토기이지만 작은 쪽 항아리는 양쪽에 혹같은 손잡이가 달린 장경원조호(長頸圓底壺)로 신창리 옹관의 그것과 같은 것임이 주목된다. 공주 남산리의 옹관은 바닥에 구멍을 뚫은 고운 태토의 갈색토기를 낮은 구릉의 능선에 수직으로 묻고 판석 뚜껑을 덮은 것으로 뼈만을 담은 세골장이 아니면 갓난아이의 무덤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토기바닥의 구멍은 앞서 말한 중국 반파의 옹관에서도 볼 수 있다.
 광산군 신창리의 옹관은 경사가 약한 산기슭에 공동묘지를 이루고 있었으며, 24m*4m의 발굴구역내에서 53개의 합구옹관이 발견되어 한 평에 옹관 두 개가 묻힌 꼴인데 본래 묘지의 넓이는 초소 50m*50m 정도는 되었다고 생각되며 원래 약 250개의 옹관이 묻혀있는 큰 묘지였다고 추측된다.

 옹관들은 밝은 갈색의 무문토기이며 기형은 긴 계란형으로 광구평저(廣口平底) 항아리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크기는 최소 49㎝, 최대 130㎝이며, 그러한 옹관 두개를 합한 것으로 전장을 알 수 있는 28개중 60cm대가 10개, 70cm대가 5개, 80cm, 50cm대가 각각 5개, 90cm, 100cm, 130cm대가 각각 2개로 60cm대가 가장 많다.
 또 방향은 기본적으로 동서장축이고 머리가 들어있는 큰 항아리가 동쪽에 있기 때문에 동침으로 믿어지며 그 후의 삼국시대 옹관에 동침이 전혀없는 것과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옹관들 속에는 부장품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내부에서 나온 것은 철편 한 개뿐이고 작은 토기 5개가 옹관 밖에서 발견되었다.
 이 옹관들 속에서 인골이 발견된 것은 하나도 없었으며 누가, 어떻게 묻힌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옹관의 길이나 직경으로 보아 어른의 신전장이나 굴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른의 세골장이 아니면 모두 어린이장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부장품의 빈약한 것이나 외국의 예로 보아 역시 이것은 어린이 옹관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으며 이 신창리 옹관묘지는 고대, 특히 선사시대에 있어서 유아의 사망률이 높았던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 신창리 옹관의 연대는 옹관 내부에서 발견된 철로 보거나 명사리의 한식 옹관과 닮은 기형의 존재로 보거나 그 시대는 낙랑군과 병행하는 시기인 기원전 1~2세기경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해 패총 밑에서 발견된 옹관 3개도 동침의 합구옹관이며 형태는 아가리가 크고 바닥이 좁은 독 모양으로 길이 1.4m의 것이 2개, 1m 되는 것이 1개로 성인의 신전장용은 못되나 아가리가와 허리의 직경이 60~70cm 정도여서 굴장은 가능하다. 그리고 이들 중 한 관안에서 벽옥관옥(碧玉管玉)이 3개 나왔고 따로 관 밖에서 동검 2개와 동제삭기 7개가 나왔다. 이 동기의 성격으로 보아 옹관의 연대는 기원전 300년경이라고 생각되며 우리나라 옹관으로서는 가장 빠른 쪽의 것으로 피장자 자체도 옹관묘제를 가지고 들어온 초기 이주민이 아니었던가 추측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동래의 옹관 4개는 긴 목이 달린 장난형(長卵形) 항아리 2개를 합친 것이며 그 형태도 신창리 것과 통하지만 내부에서 유리구슬과 철제품이 나와 그 시대는 기원전후이고 선사시대 옹관으로서는 후기의 것이라고 믿어진다.
 선사시대의 옹관은 대체로 이상과 같은데 신창리의 어린이 공동묘지를 제외하고는 그 수가 적어 대체로 특수한 묘제였던 모양이다. 또 그것이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나 영산강 하류지방에서는 지역적인 유행을 보여 삼국시대까지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 토광목곽묘(土壙木槨墓)
 이 형식은 토광묘라 불리고 있지만 전형적인 예는 그 내부에 목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목곽묘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이 토광목곽묘는 청동기시대 후기부터 초기 철기시대에 걸쳐 새로 퍼진 특수한 묘제이다.
그 전형적인 예에서는 장방형의 광을 파고 판자나 각재로 상자형의 목곽을 짠 것이며 내부에는 한 개 또는 두 개의 목관을 넣고 그 위에는 봉토를 올리고 있다. 이러한 토광목곽묘에서는 많은 청동기와 철기와 부장품으로 발견되고 있으며 그 종류로는 세형동검, 세문경, 청동차마구, 철제무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토광목곽묘는 고대 북아시아에서 유행된 목곽분의 전통에 속하는 것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위만조선과 낙랑군시대의 권력자들의 무덤으로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토광목곽묘의 존재가 새로 밝혀진 것은 1957년에 평남 강서군 태성리에서 토광묘군이 발견조사된 뒤부터이며 이것을 통해 해방전에 발견된 경북 영천군 어은리나 월성군 임실리 또는 6.25 동란 중에 발견된 월성군 구정리 등의 청동유물 유적들이 토광묘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게 되었다.
 태성리의 토광목곽묘들의 경우 봉토의 크기는 직경 10~20cm 정도에 높이 2~4.5m의 저평(低平)한 것으로 그 중에는 낙랑 고분에서처럼 봉토의 형태가 방대형, 즉 위가 잘린 피라미드형인 것도 있다.
 토광의 크기는 대체로 길이 3m, 폭 1~1.5m 정도의 장방형이며 모두 남북장축으로 북쪽의 폭이 남쪽보다 약간 넓은 경우들이 있고 북쪽 끝에 부장품들이 있어 북침이었다고 믿어진다. 그리고 태성리 10호분의 경우는 토광을 동서로 2개 나란히 파고 낙랑고분식으로 동쪽에는 여자, 서쪽에는 남자를 각각 목관에 넣어 묻고 있었다.

 황해도 봉산군 송산리의 당촌에서 발견된 고분은 2.3m*1m*0.3m의 광속을 직경 8.9cm의 통나무로 바닥과 벽을 둘렀고 북쪽의 끝 70cm를 따로 구분하여 토기를 부장하는 부곽으로 하였으며 천장은 판자를 덮고 있었다.
 한편 평양 근방의 부조예군묘와 고상현묘에서는 각각 부조예군, 고상현인이라는 은제도장이 발견되었는데 후자에서는 따로 부조장인과 영시 3년(기원전 14) 명을 가진 양산대가 나왔다. 부조는 낙랑군 25현 중의 하나로 모두 그 연대가 기원전후의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은율군 운성리의 고분에서는 마탁에 기원전 60년에 처음 주조된 천상횡문오수전이 달려있어 그 연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
 한편 남한에서도 월성군의 유적들이 토광목곽묘임은 앞서 말한 바와 같으나 1971년 전남 하순군 대곡리에서 발견한 예는 지하 1.2m깊이에 풍화된 암반을 파고 2.1m*0.8m 크기의 목관을 넣었던 것으로 부장품은 동검 3개, 세문경 2개, 쌍령구 2개, 동부 1개, 삭구 1개 등의 청동제품이 나왔다. 한편 김해군 양동리에서도 1969년 토광묘가 발견되었으며 기원 1세기경의 한경, 철검 2개, 철모 2개 청동제 사마형검파두 등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토광목곽묘는 시기적으로 전기, 후기의 두 군으로 나눌 수 있으며 전기의 부장품으로는 동검, 동삭구, 세문경이 있고 그 시기는 대체로 기원전 300년 경에서 기원전후까지 이다. 후기의 묘에서는 동검과 세문경이 없어지고 그 대신 청동 및 철제차마구와 철제무기가 나오며 그 시기는 기원전후부터 2세기경까지라고 생각된다.
<디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