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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에 부쳐
2024년 03월 29일 (금) 04:21:07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 강홍우(고성문협 자문위원)

사람은 병 없이 오래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기계라도 오래 쓰면 닳고 낡아지기 마련이다. 

오늘날은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유병장수 시대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의료대란 상태이다. 원인은 정부에서 의과대학 정원의 증원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4일 경상대학교 병원에 진료차 갔다. 
 
나는 4년 전에 뇌졸중을 앓아 신경과와 루마티스 내과에서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다.
 
주차장에 들어가니 평소 가득 찼던 주차장이 한산하다. 
 
병원의 복도며 진료실도 마찬가지다. 
 
신경과 주치의는 의료대란에 참여했는지 대신 다른 교수가 맡았다. 
 
내 진료는 경상대병원 권역 심뇌혈관질환 센터장이 맡았는데, 처음 맡아서인지 친절하고 세심했다. 
어찌 보면 오히려 잘 된 셈이다. 
 
이어 루마티스 내과에 갔다. 
 
다행히 나의 주치의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진료실에 들어서면서 먼저 ‘감사하다’라는 마음이 들어 정중히 인사했다. 
 
관절센터 내에 함께 자리한 정형외과와 관절재활의학과 진료실은 의료대란으로 휴진이라 모두 비어있고 환자도 없다. 
 
얼마 전에 내 친구는 인공관절 수술 날짜를 받아 놓고서도 의료사태로 의사가 없어 수술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2월 6일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5학년도부터 5년 동안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씩 늘려 연간 총 5058명을 선발하겠다는 방안이다. 
 
정부가 발표한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의료인력 확충뿐만 아니라 지역 의료 강화, 의료 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4가지다.
 
의사들은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속 전공의의 약 80%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근무지를 이탈한 의사도 8,000여 명이나 된단다. 
 
의대생들도 휴학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고 교수들도 동참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생명과 직결되는 뇌혈관 학회는 “병원 지키겠다”라고 발표했다. 
 
의료계는 의료대란 현실이 정부의 태도가 비협력적이고 진료비체제가 일관성이 없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문제의 원인으로 들었다. 
 
현장 경험을 통한 전문적 견해를 충분히 고려하여 정책이 수립되지 않고,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 때문에 정책이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우리보다 인구당 의사가 많은 선진국에서도 의사를 더 늘리고 있으며, 2035년이 되면 우리나라 의사가 1만 5천 명 부족해진단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국민 1,000명당 2.6명으로 OECD 국가 중 끝에서 두 번째란다. 
 
지금 증원하는 2,000명은 2031년부터 배출되어 2035년까지 1만 명에 이른다. 
 
이번에 증원해도 2.3명 수준이 된단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어 의료 수요는 가파르게 늘고 있으며, 2035년까지 의사 1만 명을 확충하려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다. 
 
 전국 의과대학 정원은 2006년 이후 19년째 동결된 상태다. 
 
정부에서는 여러 차례 의대 입학 정원을 확충하려 시도는 했었지만, 의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국민 여론은 10명 중 8명이 증원에 찬성하고 있단다. 
 
의과대학 증원 정책은 130차례 사회 각층과 논의하였으며, 전문가와 의과대학 측이 고심해 결정한 규모란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에서도 의사 증원 자체는 필요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다만 현재 입학 정원의 65%에 해당하는 인력을 한꺼번에 증원하는 것은 의대 교육 질 저하를 비롯해 시스템적으로 부담이 크다. 
 
한국은 의료체계가 일본이나 미국과 비슷한 수준인데. 단번에 2,000명이나 증원한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세다. 
 
정부에서는 고령화로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이지만, 의사들은 저출산으로 국내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으므로 인구당 의사 수가 크게 부족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정부와 의사들이 모두 공감하는 문제는 지역 및 전공별 의료 불균형이다. 의사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그중에서도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등은 선호하면서 내·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가 악화하고 있다.
 
 의료대란의 책임은 의료계와 논의 없이 의대 정원의 65%가 넘는 증원을 일방적으로 강행한 정부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지만, 전공의들이 주 8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노동을 감내하는 의사들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단다. 
 
세계적으로 수준은 높고 대한민국의 필수 의료를 지키는 데는 전공의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전국광역시·도의사 회장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의료대란의 원인은 전적으로 정부 정책 실패에 기인한 것이라며 전공의와 의과대학 학생들을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정부와 의사들이 강 대 강 대치를 해왔다. 
 
정부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에게 법정 최고형인 면허 취소와 각종 명령 등으로 압박하면서, 의대 증원 확대에 일체의 타협은 없다고 강압적이더니 이제 유예를 하겠다면서 대화 문을 열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주장을 들어보면 각각 일리가 있다. 
 
옛말에 ‘큰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맞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맞는다’라는 격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국민이 선호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중대한 직업이다. 대학입시부터 수재들이 선발되어 6년간이나 긴 학업을 닦는다. 
 
정부도 현실을 적시하고 타협으로 최선의 정책을 수립하고, 의료계도 최고 지성인들인 만큼 이 난국을 슬기롭게 풀어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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