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상분(石箱墳)
 석상분 또는 석상묘는 판석으로 짠 상자형의 무덤으로서 석관묘라고도 불리며 영어로 시스트(Cist)라고 하는 것에 해당된다. 이 석상분에는 흔히 판석 뿐 아니라 괴석이나 냇돌로 벽을 쌓은 석곽묘도 함께 포함시키는데 두 형식은 서로 직결되는 관계에 있기도 하나 구조상으로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둘로 구분하여 설명하기로 한다.
 뚜껑과 네 벽을 각각 한 장의 돌로 만든 석상분은 시베리아의 예니세이 강 상류지방에서는 청동기 초기인 안드로노보(Andronovo. 기원전 약 1700~1200년경)기에서 시작하여 카라스크(Karasuk. 기원전 약 1200~700년경)와 타가르(Tagar. 기원전 약 700~200년경)기에 걸쳐 발견되고 있으며 안드로노보기에는 어른을 굴장한 것과 크기 0.5m*0.3m와 높이 0.38m의 매우 작은 석관에서 유아의 뼈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카라스 크기가 되면 석관의 크기가 2m*1m*1m 정도로 커지고 머리 쪽은 발이 있는 쪽보다 약간 폭과 높이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석관위에는 얕은 봉토가 덮이고 주위에는 원형 또는 방형으로 돌이나 판석을 울타리처럼 돌리고 있다.
 그리고 타가르기를 지나서 기원후가 되면 석상분 대신 토광 위에 돌을 쌓아 올린 적석묘가 유행하고 있다.
 한편 만주지방에서는 서남쪽인 요하(遼河)상류에서 적봉(赤峰)과 만리장성 남쪽인 하북성 일부, 그리고 동쪽은 길림에서부터 백두산 쪽 송화강 상류 유역과 연길(延吉)에서 두만강 연변에 이르는 일대에 판석으로 짝 석곽묘들이 분포되고 청동기, 석기 등이 발견되고 있다.
 이 석곽묘들은 시베리아의 석상분에 연결되는 것이라 믿어지지만 벽이 한 장의 돌로 된 것이 아니고 여러 개의 돌로 짠 것이 다르고 시체는 반드시 신전장인 동침으로 우리 선사시대 토장묘의 특성과 일치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 일대가 기본적으로 같은 퉁구스-문헌에 나오는 예목족의 무대였음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청동기시대에 나타나는 석상분은 시베리아에서 만주로 뻗어온 석상분과 연결된 것이 분명하지만 만주식인 여러 개의 돌을 사용한 형식도 있으면서 만주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네 벽이 각각 한 장으로 된 형식이 있음이 주목된다.
 지금 1매식과 수매식의 분포를 볼 때 전자는 황해도, 평안도 등 한강 이북의 서북지방에 모여 있는데 대해 후자는 주로 한강 이남에 분포하여 남북간의 대조를 보이고 있다. 석상분 자체로 볼 때 1매식이 형식상 고식이고 수매식의 형식이 새로운 것처럼 보이나 이 문제를 쉽게 단정하기에는 여러 가지 미비한 점이 있으며 앞으로 자료 증가와 함께 새로운 연구를 기다려야 하겠다.
 1매식으로는 강계의 풍룡동과 공귀리 강성군 태성리, 사리원 상매리, 봉산군 어수구, 봉상군 연탄읍 그리고 양구군 대곡리, 충북 단양군 안동리 등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풍룡동의 것은 뚜껑과 바닥돌이 완비된 것으로 크기가 2.4m*0.6m*0.7m로 신전장이 가능하고 머리쪽의 폭이(60cm) 발이 있는 곳(45cm)보다 약간 넓어져서 카라스크의 특색있는 석상분과 통하고 있다. 이 무덤은 머리를 서쪽으로 두고 있으며 빛깔이 검고 목이 긴 장경호와 입이 큰 항아리, 관옥 27개, 마노옥 1개, 석촉 등과 함께 청동제의 단추형 장식 1개가 부장품으로 발견되었다.
 한편 강계 공귀리에서는 큰 석관 옆에 벽석 1매를 공유하는 작은 석관이 부설된 것이 있었으며 이것은 아마 모자(母子)의 합장묘라고 생각된다.
 강계 공귀리 것도 길이 2.4m로 풍룡동 것과 함께 신전장이 가능한 석관형식이지만 기타지역에서는 길이가 짧아 굴장을 하였다고 인정되며 이 굴장 역시 시베리아의 묘제와 연관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즉, 사리원 상매리에서 발견된 인골은 길이가 1.3m로 뼈의 원상으로 보아 발을 구부리고 옆으로 누운 측와굴장(側臥窟葬)이었다고 믿어진다.

 충북 단양군 안동리의 산기슭 냇가에서 발견된 석상분도 뚜껑 바닥을 갖춘 1m*0.5m*0.5m의 크기로서 역시 굴장이었음이 분명하여 내부에서 인골 일부와 마제석촉 13개가 발견되었다.
 이상과 같은 북한식 1매형식에 대해 긴 벽을 몇 개의 돌을 이어서 만든 수매식은 1매식이 변하였거나 만주에서 직접 퍼져온 것이라고 하겠으며 남한에서는 단독 석상분으로서뿐 아니라 지석묘의 지하구조로서 널리 유행하였으며 낙동강 유역에서는 삼국시대까지 내려오고 있다.
 부여군 가증리에서 발견된 5기의 석상분은 짧은 벽이 1매, 긴 벽은 2~3매의 관석으로 만들었고 크기는 길이 0.6m~1.5m 폭과 높이가 각각 40~60cm 정도의 비교적 작은 것이었다.
김해 회현동 패총밑에서도 5기의 석상분이 발견되었는데 그 중 3기는 1매식, 다른 1기는 수매식 그리고 나머지 1기는 할석을 옆으로 쌓아올린 것으로 석관묘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데 이 석상분들은 그 옆에 있는 옹관묘들과 얕은 석축에 의해서 격리되어 있는데 이러한 돌담 같은 것을 왜 만들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으나 연대적, 문화적 또는 사회계급적 배경이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추측된다.
 끝으로 이 석상분을 만든 사람들과 지석묘를 만든 사람들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었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데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지석묘가 단연 우세하며 석상분은 약세 집단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 한국이 만주지방과 대립하는 지석묘 지역으로서 석상분이 처음에는 이질적 존재로 소수의 이주민에 의해 건조되다가 그것이 간편하다는 점에서 토착 지석묘인들의 출현과 함께 분묘의 기본적인 구조로 상당기간 동안 남게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므로 남한에서는 지석묘와 석상분 사이에는 주민들 자체의 차이는 없고 빈부 또는 계급의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추증된다.

 ▲ 석곽묘(石槨墓)
 곽이라는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관(棺)을 담은 궤 또는 외관(外棺)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즉, 관을 넣는 이중관의 뜻이며 조선초기의 석제 외관은 문자 그대로 석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석곽이라는 말은 선사시대나 역사시대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으며 보통 작은 석실묘나 석상분등을 말할 때 쓰이고 있다. 이렇게 석곽이라는 용어의 정의가 명백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고 혼돈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석상분 중 벽이 판석 대신에 괴석이나 할석을 사용하여 쌓은 것을 말하기로 하되 판석과 괴석을 섞어서 쓴 것도 포함시키기로 한다.
 만주지방에 괴석으로 축조한 석상분, 즉 석곽묘가 퍼져 있음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고 거기서 직접 우리나라로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있기도 하지만 남한의 석곽분은 우리나라 내부에서 석상분이 변형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가능성도 많은 것이다. 이렇게 남한의 석곽분 전부가 석상분에서 발전 변화한 것이라고 단언해 버릴 수는 없고 그 중에는 대전 괴정동의 예처럼 처음부터 석곽묘로서 만주지방의 것과 직결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1967년 청동제 일괄 유물이 나와 유명해진 대전시 괴정동 고분은 대전 서북쪽 교외의 낮은 구릉지대에 있으며 사면의 벽은 큼직큼직한 산돌로 쌓았고 그 크기는 길이 2.2m, 폭 50cm, 깊이 1m로 남북을 장축으로 하였고, 뚜껑은 없으나 바닥에는 썩은 목질이 깔려 있어 목관을 넣었던 것이 아니면 나무 뚜껑을 썼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장품으로는 북쪽에서 토기와 청동기들이 나왔으며 남쪽에서는 작은 옥류들과 마제석촉들이 발견되었다.
 또한 중간부분에서는 칼끝이 북향한 동검이 발견되어 피장자는 머리를 남쪽으로 두고 목걸이와 단검을 차고 있었다고 믿어진다.
 이와 비슷한 형태의 석곽은 부여 연화리에서도 발견되었으며 검, 거울, 청동기와, 새파란 천하석으로 만든 반달형 옥 등이 함께 나왔다.
 이와 같은 청동제품들이 많이 나오는 무덤은 늦어도 기원전 4~5세기의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모두 당시의 지배 계급이나 특수배경의 사람들의 무덤이라고 여겨진다.
 특히 대전 괴정동의 경우 그 정교한 청동기류는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종류며 기술이여서 청동기 생산집단과 직결되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따라서 이 괴정동 고분의 주인들은 만주 요녕성 일대에서 발견되는 청동기를 부장한 석곽묘, 토장묘들의 주인공들과 넓은 의미에서 연결되는 사람들이라 하겠다.
 한편 대구 대봉동의 지석묘군에서는 수매식 석상분과 섞여나오고 있어 석상과 석곽의 교류접촉을 보여주고 있는데 김해 패총에서도 앞서본 것처럼 1매식과 수매식의 석상묘와 석곽묘가 혼재하고 있다. 이 김해 석곽의 깊이는 2.5m로 괴정동이나 연화리의 석곽과 같이 신전장용의 무덤으로 이러한 석곽묘는 남한에서는 삼한시대~삼국초기를 거쳐 기본적인 고대 묘제로서 차차 퍼지게 되었다.
 ※ 참고문헌 : 중앙박물관(박물관 신문)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