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가 익을 시기란 뜻인데 어떤 직책을 띠고 멀리 객지로 나가 있는 벼슬아치들이 일정한 기간을 가리켜 과기(瓜期)가 찼다고 하기도 하고 과만(瓜滿)이 되었다고도 한다. 그 유래를 설명하면 이렇다.
 춘추전국시대의 오패(五覇)의 한 사람인 제환공(齊桓公)의 형 양공(襄公)은 그의 이복누이 문강(文姜)과 시집가기 전부터 좋아 지냈는데 그녀가 노나라 환공(桓公)에게 시집을 간 뒤에도 옛 정을 있지 못하고 부부를 함께 제나라로 초청해 몰래 밤을 즐겼다. 그것이 발각이 되자 뒷일이 겁이 난 양공은 공자 팽생(彭生)을 시켜 술에 만취가 된 노환공을 수레에 모시게 한 다음 도중에 옆구리를 눌려 죽게 만든 그런 무도한 임금이었다.

 그 양공이 연칭(連稱)과 관지부(管至父) 두 장수에게 규구(葵邱)라는 국경지대를 수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부임인사차 들어온 두 장수는 양공에게 고하기를 “신 등이 임금의 명을 받아 규구로 떠나기는 하옵니다만 언제쯤 교대를 해주시겠습니까”하고 물었다.
 마침 그때 양공은 새로 막 익은 참외를 먹고 있던 중이었다.
 “이 참외가 다시 익으면 교대해 주지” 하고 아무생각 없이 약속을 했다. 어느 덧 일 년이 지나 다시 참외철이 돌아왔건만 두 장수에게는 교대하라는 명령이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두 장수는 기다리다 지쳐서 혹시 임금님이 잊고 있지나 않나 싶어 일부러 사람을 보내 변방의 군인들이 농사를 지어 딴 참외라면서 임금에게 참외를 바쳤다.
 그러나 임금인 양공은 괘씸한 생각에 화를 버럭 내며 다시 한 해를 더 기다리라고 전해 보냈다.

 두 장수가 임금인 양공을 미워하고 우습게 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들은 부하 장병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잘 이용해서 반란을 일으킬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이리하여 그 해 겨울 임금 양공이 고분이란 곳으로 사냥 나간 틈을 타서 두 장수는 군대를 이끌고 간단히 임금을 해치운 다음 미리 내통하고 있던 공자 무지(無知)를 임금으로 세웠다.
 그래서 교대할 시기를 가리켜 과기니 과시니 하게 되는데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과의 약속을 파기하는 것은 권력이라는 배경 때문에 더욱 반감을 사게 되고 그 결과가 무서운 사태를 빚게 된다는 것을 지도자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