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초보은이란 말을 쓰는 노인들을 더러 보게 된다. 죽어서 은혜를 갚겠다는 뜻이다. 결초보은의 이야기에 나오는 장본인인 위과(魏顆)가 한 말이다. 효자는 종치명(慫治命)이요, 부종난명(不從亂命)이라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오패(五覇)의 한사람인 진문공(晋文公)의 부하 장군에 위주라는 용사가 있었다. 그는 전쟁에 나갈 때면 위과와 위기(魏錡) 두 아들을 불러 놓고 자기가 죽거든 자기가 사랑하는 조희(祖姬)라는 첩을 양반의 집 좋은 사람을 골라 시집을 보내주라고 유언을 하고 떠났다.
 그런데 막상 집에서 병들어 죽을 임시에는 조희를 자기와 함께 묻어달라고 유언을 했다.  당시는 귀인이 죽으면 그의 사랑하던 첩들을 순장하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과는 아버지의 유언을 따르려 하지 않았다. 아우인 위기가 아버지의 유언을 고집하자 위과는 “아버지께서는 평상시에는 이 여자를 시집보내주라고 유언을 했었다. 효자는 정신이 맑을 때 명령을 따르고 어지러울 때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하고 장사를 마치자 그녀를 좋은 집으로 시집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두 형제는 두회(斗回)라는 진(秦)나라 대장을 맞아 싸우게 되었다. 두회는 하루에 호랑이를 주먹으로 쳐서 다섯 마리나 잡는 기록이 있고 키가 열자에 손에는 120근이나 되는 큰 도끼를 휘두르며 싸우는데 온 몸의 피부가 구리처럼 단단해서 칼과 창이 잘 들어가지 않는 용맹한 장수였다.
 위과와 위기는 첫 싸움에 크게 패하고 그날 밤을 뜬 눈으로 새우다시피 했다. 그런데 꿈인듯 생시인듯 위과의 귓전에서 청초파(靑草坡)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위기에게 물어도 위기는 아무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청초파란 지명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리로 진지를 옮겨 싸우기로 했다. 이날 싸움에서 적장 두회는 여전히 용맹을 떨치고 있었다. 그런데 위과가 멀리서 바라보니 웬 노인이 풀을 잡아매어 두회가 탄 말의 발을 자꾸만 걸리게 만들었다. 말이 자꾸만 무릎을 꿇자 두희는 말에서 내려와 싸웠다. 그러나 역시 발이 풀에 걸려 자꾸만 넘어지는 바람에 필경은 잡혀 포로가 되고 말았다.

 그날 밤 꿈에 그 노인이 위과에게 나타나 말했다. “나는 조희의 아비되는 사람입니다. 장군이 선친의 치명(治命)을 따라 내 딸을 좋은 곳으로 시집보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미약한 힘으로 잠시 장군을 도와드렸을 뿐입니다.” 하고 낮에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다시 장군의 그 같은 음덕으로 뒤에 자손이 왕이 될 것까지 일러주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동주열국지 55쪽에 나와 있는 실화(實話)다. 결초보은은 풀을 매어 은혜를 갚는다고 전해오는 고사이며 조희의 아버지와 같은 보은(報恩)하는 신(神)이 얼마나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