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석묘(支石墓)
 지석묘를 영어로는 돌멘(Dolmen)이라고 하며 그것은 프랑스의 부리따니 지방에 남아있는 켈트계 브리튼 어에서 온 것으로 ‘책상모양의 돌’이라는 뜻이 된다.
 이러한 돌멘은 유럽에서는 대서양을 끼고 있는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으로부터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지중해 일대까지 퍼져 있는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에 걸친 무덤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돌멘은 인도에도 있고 중국의 절강성, 산둥성의 해안지방에도 있으나 동양에서는 우리나라가 단연 돌멘의 집중지역으로서 최소 2천여기의 지석묘가 현존하고 있다.
 지석묘는 일종의 거석문화(巨石文化)로서 서로 연관을 가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유럽의 지석묘가 동양의 지석묘와 직결된다는 적극적인 이유는 찾을 수 없고 현재로서는 우리나라의 지석묘는 독자적 발생이었다고 보는 수밖에 없다. 또 거석이라든가 거목에 대한 숭앙은 고대에 있어서 세계 각지에 널리 퍼져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석재가 있는 곳에서는 독자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며, 굳이 세계의 지석묘를 모두 서로 연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 우리의 지석묘는 가장 빠른 것도 기원전 천년대로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기원전 2천년대로 올라가는 유럽의 지석묘보다는 시간상 뒤떨어지고 있다.

 지석묘는 우리나라에서는 무문토기시대의 묘제이며 기원전 8~9백년 대에 이미 나타났다가 곳에 따라서 기원전 후까지도 남아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형식의 지석묘가 있으며 지역적으로도 크게 남북으로 갈라지기 때문에 북방식, 남방식으로 부르고 있다. 북방식은 대체로 한강 이북에 퍼져 있고 남방식은 한강 이남, 주로 경상도, 전라도 지방에 있으며 이것이 곧 예맥과 한의 지역적 차이라고도 하겠다.
 북방식은 책상처럼 지상에 벽과 같은 판석을 세워 석실을 만들고 그 위에 천장석을 얹은 것으로 묘실 또는 현실은 지상에 있고 남방식은 천장석을 몇 개의 작은 괴석으로 괴고 시체 매장부는 따로 지하에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남방식이라 불리는 것 중에는 그런 받침돌이 없이 큰 판석을 그대로 지상에 놓은 형식도 있으며 이와 같은 형식이 해방 후 북한에서 수백기가 발견되어 그것들을 변형 지석묘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학자도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나 북한의 북방식 지석묘에 대응할 수 있는 남한식 지석묘는 호남, 영남지방의 바둑판 모양의 지석묘이고, 지석이 없이 판석만이 놓은 형식은 북방식 지석묘가 변화 퇴보한 북한 특유의 형식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이것은 개석식(蓋石式) 지석묘라 하여 따로 구분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따라서 우리나라 지석묘는 북방식 지석묘, 남방식 지석묘, 개석식 지석묘등 세 가지로 구별하고 이 새로운 형식 구분에 의해 설명하기로 한다.

 ① 북방식 지석묘
 길쭉한 판석 두 개를 마주보도록 세우고 양쪽으로 작은 마구리 돌을 각각 한 개씩 안쪽으로 끼워서 세워 평방형 또는 장방형의 석실을 만들고, 그 위에 큰 천장석 한 개를 덮은 것으로 마구리 돌 한 개를 시체를 넣은 뒤 마지막으로 막은 것이라고 믿어진다. 또 석실 바닥에는 자갈을 깔거나 판석을 깐 예도 있으나 그냥 맨땅으로 된 것이 보통이다. 석실 안에는 인골이 남아 있는 예는 거의 없고 부장품으로 석부, 석촉 따위가 채집된 예가 있다. 이러한 북방식 지석묘는 황해도 은율군 운산리(雲山里)에서 발견된 것처럼 천장석의 크기가 8.5*6m, 전체높이 2.12m에 달하는 것이 있긴 하지만 보통은 천장석 길이가 2~4m 정도이다.
현재에는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지석묘 2천여기 중 북방식의 수는 720여기, 남방식은 590여기이지만 형식 불명의 것이 750여기 가량 있어, 북방식 지석묘의 실지 수효는 1천여기가 넘을 것이 확실하다.
 이 북방식은 주로 한강 이북에 분포하고 있으나 평안남도, 황해도 지방의 대동강, 예성강 유역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고 북한강 유역에도 있으나 평안북도와 함경남도에는 매우 드물고 함경북도에는 하나도 없다. 또 이들은 강변에 면한 구릉사면 평야 등에 군(群)을 형성하고 있으며, 평안남도 용강군 석천산(石泉山) 일대에는 동서 2Km, 남북 3Km의 면적 안에 120여기가 모여 있다. 통괄해서 지석묘는 산악지대에는 고성, 춘천을 연결하는 북한강 유역인 대체로 북위 38도선을 한계로 북방식 지석묘의 분포가 끝나고 있다.
 한편 서해안 평야지대로 나오면 분포지역은 남쪽으로 뻗어 최남쪽은 전북 고창에 이르기까지 퍼져 있으나 수원, 용인을 연결하는 북위 37도선까지가 주요지구이고, 그 이남에는 거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북방식 지석묘의 남쪽 한계선은 대체로 38도에서 37도선을 잇는 사선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하겠다.
 북방식 지석묘는 원래부터 지상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내부가 일찍부터 교란되어서 매장의 처음 모습을 알 수 없고 부장품도 거의 없어 연대나 문화내용에 관해서 자세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 지석묘의 발생, 편년, 남북 두형식의 선후관계등이 미심하거나 모르는 점이 많다. 그러나 북방식이 유럽에서 보는 따위의 전통적 지석묘 형식이고, 북방식에서는 석제 곤봉두(棍棒頭), 다두석부(多頭石斧)등 근동의 코카서스 지방에서 시작하여 내몽골의 오로도스 지방으로 들어오는 청동제품을 모방한 석기들이 나와 남방식 지석묘에서 나오는 마제 석부, 석촉 등보다 시원적(始原的)이고, 또 남방식에서는 제주도, 일본에서의 예처럼 기원 전후 무렵까지 시대가 내려오는 것들이 있어 남북 두 형식이 오랜 기간동안 공존하거나 겹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역시 발생은 북방식이 먼저였고 기원전 2~3세기 경에는 북한에서는 자취를 감추었다고 생각된다.

 ② 남방식 지석묘
 남방식 지석묘는 영남과 호남지방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북방식과 기본적으로 다른 것은 매장 주부인 석실이 지하에 만들어진 점이고 지상에 석실을 만들기 위한 벽석의 필요가 없기 때문에 벽석이 조그만 괴석으로 퇴보하고 있는 점이다.
 지하의 석실은 판석 또는 냇돌로 축조하였으며 사람을 신전장할 수 있을 정도의 큰 것들도 많지만 길이 1m 이하의 것도 있다. 창녕군 유리(幽里)의 경우는 세골장(洗骨葬)을 한 것이라고 믿어진다.
 그러나 시베리아에서는 이러한 아주 작은 석관에서 유아의 뼈가 나온 예가 있어 덮어놓고 세골장이라고 단정해 버리기는 어려운 점도 있다.
 또 석곽의 주위에 판석 또는 냇돌을 깐 것도 있으나 보통은 석곽에 두께돌을 덮고 있으며 전라북도 고창군 상갑리에서는 나무 뚜껑을 사용하였던 흔적이 있다.
 한편 발굴하여 보면 지하에 아무 시설도 없는 예도 발견되는데 이러한 것은 구덩이를 파고 시체만을 묻었던 단순한 토장식 지석묘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남방식 지석묘에서는 부장품으로 마제석검, 마제석촉 그리고 홍도(紅陶)라고 불리는 붉은 색의 원저장경호(圓底長頸壺)가 많이 나오고 있으며 때로는 고흥군 운대리, 김해군 무계리의 경우처럼 동검, 동촉 등 청동기가 발견되는 예도 있다.
 이러한 남방식 지석묘는 북방식 지석묘의 한 지역적 형식이라고 믿어지며 연대적으로 북방식과 병행하다가 북에서 새로 일어나는 개석식 지석묘의 파급에 따라 차차로 쇠퇴하여 삼국시대 초기의 석관묘로 옮아간 것이라고 생각된다.

 ③ 개석식 지석묘
 지상에 큰 판석이 받침돌 없이 놓여 있어 그것이 바로 땅 밑에 만들어진 석곽의 뚜껑을 겸하고 있는 것과 석곽에 따로 뚜껑이 있는 두 종류가 있다.
 석곽은 판석 또는 냇돌로 쌓아서 만든 것이며 그 크기는 사람을 신전장할 수 있는 크기의 것과 굴장, 세골장 또는 어린이용이라고 생각되는 작은 것들이 있다.
 이 개석식은 북방식 지석묘를 크게 간략화 한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그 이유로는 인구의 증가에 따른 지석묘에 대한 수요 증가와 석상묘와 같이 간단하고 새로운 묘제로부터의 계시로 추측되는 바이다.
 이 개석식 지석묘는 그 구조면에서나 분포면에서 북방식 지석묘로부터 변화 발생한 것이라고 믿어지며 그것이 남쪽의 남방식 지석묘 지대에까지 영양을 주어 지하 석실을 변화시키고 남방식 지석묘를 퇴화시키면서 자시도 퇴화하여 지상의 판석이 소멸하고 지하구조만이 계승되어 삼국초기 소위 삼한시대의 소형 석곽묘로 옮아가 삼국시대의 큰 석곽묘로 발전한 모양이다.
※ 참고문헌 : 중앙박물관(박물관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