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척(用尺)의 문제
 고분은 하나의 건조물이고 관,광,곽(棺,壙,槨)등 크기 설정은 아무렇게나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규법에 따라 정하였으며, 크기를 재는데 있어서는 자(尺)를 썻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고분 연구에 있어서 관,광,곽의 크기는 현재 쓰고 있는 미터법이 아니고 그 당시에 사용하던 용척으로 각각 계산하여야 하며 그것을 통해서 시대, 지역, 신분과 그에 따른 고분 크기의 변천, 변화등을 고찰할 수 있을 것이다.
 고대 우리나라에서 어떠한 자를 사용했는가 하는 것은 건축사학자, 고고학자들의 관심거리로 사지(寺址) 석조물 등을 통해서 용척의 복원 노력을 해왔다.
 이 용척 복원 문제에 있어서 그 시기에 해당되는 중국 대륙에서 사용되고 있었던 자를 살펴보면 당연한 일이나 중국자체에 있어서도 자의 길이가 나라와 시대에 따라 변화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자를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각지에서 사용하고 있던 자가 모두 현지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중국 본래의 자와 비교하면 그 길이가 달라졌을 것은 지금 우리들이 쓰고 있는 30cm자의 경우를 생각해도 뻔한 것이다. 또 우리나라 자체에서도 선사시대부터 내려오는 토착고유의 도량법이 있었을 것인즉, 중국 자를 기준으로 삼았다 하더라도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쓰고 있던 재래의 것이 가미되었을 것이므로 중국 자의 길이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 목조 건축이니 석탑이니 하는 비교적 정확성을 요하는 건축물에 있어서는 현재 측량한 치수가 비교적 정확한 수치를 나타낼 수 있을지 모르나 토광이나 막돌을 쌓은 석실 따위에서 정확한 숫자를 얻기는 어려우며 설사 맨 처음의 설계자가 정확한 수치를 머리에 두었다 하더라도 그 수치가 무덤에 그대로 재현되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또 일제시대의 고분 조사 보고서에서는 치수 모두를 척(尺)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그 척수가 과연 미세한 부분까지 정밀하게 계속되었는지도 의문이며, 또 미터로 환산한다하더라도 수치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서 고분의 크기를 중국자로 환산해보아 용척의 종류를 추정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는 작업이며 어떤 시대의 중국 자 길이로 고분의 각변의 길이가 과부족없이 계산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연, 우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각각 오차가 있는 고대의 자로서 처음부터 부정확하게 계획되고 부정확하게 시공된 그 결과를 현대의 자로 부정확하게 측량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수치를 따져보았자 그리 큰 확술적 의의가 없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그저 보고된 수치만을 나열하였을 뿐 중국자를 살펴보고 환산하여 복원하는 따위는 일체 고려하지 않는다.

 1. 선사시대
 ▲ 토장(土葬)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보편적인 매장법은 시체를 땅을 파고 묻어버리는 방법을 토장이라고 하겠다. 다만 토장은 그 구조가 간단한 데다가 시체가 빨리 썩어 없어지므로 오늘날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나 두만간 하류지방에 뼈가 남아있는 경우가 있어 그 매장법을 알아볼 수 있다.
 즉, 두만강 어귀의 웅기 용수동 패총에서는 간단한 토장묘가 호수가 있는 경사진 땅에서 집터와 함께 발견되었는데 여기서 나온 14구의 사람의 뼈는 모두 모래지대를 파고 동침신전(東枕伸展:머리가 동쪽으로 놓여있고 몸은 수평으로 발을 뻗고 누워있는 자세)으로 되어 있으며, 머리쪽에는 항아리가 놓여있고 두 다리사이에는 석촉을 부장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동침신전장의 토장묘는 두만강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간 회령군 봉의리에서도 발견되었다. 한편 같은 두만강 연안인 종성군 지경동에서는 토장묘 속에서 시체 주위에 냇돌을 돌린 형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같은 토장묘들이 모두 머리를 뻗어 하늘을 향해 누운 동침신전앙와장(仰臥葬)인 것은 우리나라의 지역적인 특색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으며, 고신라의 경주고분 역시 동침인 것과 서로 통하고 있다고 믿어진다.
 두만강 유역의 토장묘들은 줄문토기시대의 후기부터 다음의 무문토기시대에 걸친 것이라고 생각되며 이들 토장묘가 다음에 말할 적석총보다 더 오랜 것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생각된다.

 끝으로 엄밀하게 말해 토장은 아니지만 토장의 일종으로 춘천시 교동의 굴장이 있다. 이것은 주거굴 안에 시체를 매장 또는 유기한 것이며 굴은 산 경사면의 부식한 화강암반을 파고 들어간 인공굴로서 직경 4m정도, 높이 2m가 되는 원형으로 벽과 천정에는 그을음이 두껍게 묻어 있으며 중앙에는 불을 피우던 노지(爐址)도 있었다.
 이 굴 안에는 3구의 해골 바퀴살처럼 발을 중앙으로 모으고 머리는 각각 벽쪽을 향하여 누워 있었으며 그 옆에는 토기, 석촉, 관옥 등이 놓여 있었다. 유행병 따위로 세 사람이 함께 죽었기 때문에 주거굴에 뉘어 두고 집을 포기한 모양이며, 염기(厭忌)사상에 근거한 매장법이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위지동인전의 기사에 병이 생기거나 사람이 죽으면 살던 집을 버리고 새집을 짓는다라고 나오는 것은 삼한시대의 강원도지방 주민들의 이야기지만 그것이 선사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라고 생각하면 이 춘천시 교동의 주거굴 집단 매장도 이해될 것이다.

 ▲ 적석총(積石塚)
 적석총은 구덩이를 파거나 구덩이없이 시체를 놓고 그 위에 흙을 덮는 대신 돌을 쌓은 것으로 토장묘와 함께 가장 원시적이고 간단한 묘제이다. 특히 춥고 바람이 강한 시베리아의 초원지대에서 널리 보급되어 바이칼지방에서는 신석기 시대 초기부터 나타나 기원후 약 3천년 동안이나 유행하였으며 우리나라 신석기시대 적석총도 이 시베리아에서 남하해 온 전통이라고 믿어진다.
 지금 우리나라 신석기시대의 적석총으로 남아있는 것은 극히 흔하지 않으나 냇돌이 많은 강가에서 살던 신석기시대의 주민들은 토장묘보다 적석총을 더많이 건조하였을 가능성이 있기도 하다.
 또한 이 신석기시대 적석총의 전통이 청동기시대의 지석묘를 거쳐 역사시대로 연결되고 경주 신라고분이 적석목곽분에까지 흔적을 남기게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경기도 부천시 시도에서 발견된 줄문토기후기의 적석총은 땅을 타원형으로 약간 파고 그 위에 돌을 덮은 것으로 뼈는 없었으나 숯이 많이 나왔고, 적석부의 크기는 1.64*1.45m로 높이가 불과 20cm정도의 타원형이어서 사람을 묻었다해도 역시 발을 구부린 굴장(窟葬)이 있었을 것이다.

 이보다 시대가 떨어지는 적석총은 춘천 소양강변에 남아있다.
 춘천 교외의 천천리에 있는 3기의 적석총은 모두 중심부에 2~3개의 석곽이나 석관을 두고 그 전체를 큼직큼직한 석괴로 덮은 것이며, 석관은 판석을 짜서 만들었으나 석곽은 괴석을 쌓아서 만든 것이고 모두 큰 판석 한 장을 따로 뚜껑으로 쓰고 있었다. 그리고 부장품으로는 마제석총 토기 파편등이 나왔다.
 이들 석곽들은 모두 동서방향을 장축(長軸)으로 하고 있으며, 이 역시 토장묘에서와 같이 동쪽으로 머리를 두었던 모양이다.
 또 석곽의 크기는 길이가 1.2~1.4m 정도이고 석관은 길이가 불과 40cm정도이어서 성인을 신전장하였다고 생각하기 어려우며 역시 몸을 구부려서 묻은 굴장이 아니면 시체를 일단 묻거나 지상에 방치했다가 뼈만을 추려서 매장하는 이중장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천천리 적석총은 분명히 청동기시대에서 초기 철기시대에 걸친 것으로서 몇 개의 석관이나 석곽을 하나의 적석으로 덮는 것은 몇 개의 석관을 석기(돌담)로 돌린 바이칼지방의 청동기시대 무덤들과 통하는 것이라고 믿어지는 바이며 그것이 영남지방(소가야)의 다곽식 지석묘를 거쳐 경주의 다곽식 신라고분으로도 연결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음호에 계속>
※ 참고문헌 : 중앙박물관(박물관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