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革新)이란? 묵은 조직을 새롭게 바꾸는 것으로, 전에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긍정적이어야 한다. 발명처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때 혁신이지 껍데기만 바꾼다면 혁신이라고 볼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정당이 위기에 처하면 혁신을 한다며, 당명을 바꾸거나 대통령이 탈당하는 등 눈가림만 했을 뿐 ‘그 나물에 그 밥’이였다. 

 

혁신이라면 혁명과 버금가야 하나 얼마 안 가서 과거 체재를 답습해 정치의 후진성을 면치 못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리당략과 거짓으로 얼룩진 정치에 신물이 난 민심이 싸늘해지자 여·야가 ‘혁신’이라는 승부수를 내 걸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에서 혁신안을 내세워 김은경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회를 만들었지만, 50일 만에 위원장이 노인 비하 논란만 남기고 도중하차 했다. 

 

아울러 위원회에서 발표한 혁신안도 흐지부지된 것이 불과 몇 개월 전이다. 

 

 내년 총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야가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국민의 힘에서는 보궐선거에 참패하면서 혁신을 하겠단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보궐선거 결과는 당연한 것이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귀책 사유는 전 구청장이었던 국민의 힘 김태우 후보에게 있었다. 김태우 후보는 청와대 특별감찰반 근무 시절의 비위를 폭로하여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아 지난 지방 선거에서 구청장으로 당선되었지만,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당하여 도중 하차했다. 

 

비위 폭로 35건 중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으나, 공무상 비밀 누설죄는 못 벗은 것이다. 국민의 힘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잘못된 판결이었다며, 김태우 후보를 3개월 만에 특별사면시켜 다시 보궐선거 후보로 내세웠다. 

 

 강서구는 전 구청장 김태우의 판결로 40억 원의 보궐선거 비용을 물게 된 것이다. 아무리 진보 성향의 대법원장 체계 하에서의 판결이라지만 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다시 사면 복권시켜 재도전하게 만든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 힘에서는 비록 보궐선거 비용 40억 원이 들였지만, 힘 있는 여당 후보로서 더 큰 지역 사업 유치 예산 확보를 하겠다고 했으나 강서구민은 믿지 않았다. 

 

퇴장당한 선수를 대통령이 특별 사면하여 또다시 그 지역의 보궐선거 후보로 내세웠으니 강서구민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수용할 수 있었겠는가!

 

 차라리 후보자를 내지 않은 것만 못하다. 서울 강서구는 역사적으로 더불어민주당 텃밭이었다. 그러고서도 반성은커녕 그걸 빙자하여 혁신하겠다니 두고 볼 일이다.

 

 국민의 힘에서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교수를 임명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외모로 보나 국적으로 보나 동양인이 아니다. 국적은 한국과 미국의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요한 위원장 스스로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요 고향은 순천’이라고 밝혔다. 인요한 위원장의 할아버지는 3.1 운동을 지원하였고 아버지는 6·25전쟁 인천상륙작전 유엔군이었으며 본인은 5.18 민주화 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데 참여하여 3대에 걸쳐 대한민국 근대사에 이바지했다. 

 

 한국 사회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특별 귀화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인 위원장의 발언 중에는 “존경하는 김대중 선배님” “무조건 음식은 전라도랑께”라는 호남 껴안기 냄새가 난다. 

인 위원장은 임명 후 줄곧 통합을 강조해 왔으며 “모든 조직이 변화를 두려워하는데, 그런 두려움을 깨는 것이 혁신위”라고 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에서 제1호 혁신안으로 ‘대 사면’을 내세웠다. 하지만 사면의 대상에 오른 당사자인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 힘 대표는 반발하고 있다. 당에서 없는 죄를 만들어 자기들을 억지로 징계했다는 것이다.

 

 혁신위 2호 안으로 ‘선거혁신’을 내세웠다. 지역구 3선을 제한하여 3선 초가 의원은 불출마 선언하거나 서울 험지에 출마할 것을 내세웠다. 

 

참으로 필요한 제도라고 느껴진다. 터줏대감처럼 꽃 방석에 주저앉아 ‘내 아니면 안 돼’라며 버티는 체제를 혁파하여 지역의 젊은 일꾼에게 길을 터 주어야 한다. 

 

여권 일각에서는 혁신위에 대한 불신과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대통령과 영남 주류 세력의 반대로 제대로 된 개혁은 하지 못할 것”이란 평가도 많다. 

 

인 위원장은 “제 얼굴 자체가 좀 다르다. 변화를 상징한다”라면서 “제가 좀 망가지고 희생되어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 성향을 보면 진보세력은 전라도, 보수 세력은 경상도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진보 정신을 바탕에 둔 인물을 국민의 힘 혁신위원장으로 뽑은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나라를 통합하여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국민의 힘은 영남 정당이라는 딱지를 떼야 한다.

 혁신위원회에서 아무리 좋은 혁신안을 만들어도 각 정당의 기득권 세력이 따라 주지 않고 국민의 정치 수준이 혁신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예의가 없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거나 국민을 속이는 인물은 완전히 솎아내야 한다. 무슨 거짓말을 해도 무조건 지지하는 국민의 정치 수준도 문제다. 

 

이런 국민이 있는 한 정치 혁신이나 정치 선진화는 이룰 수 없다.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자질 미달의 후보는 걸러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