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쾰른이라는 도시가 있다.
 라인강이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고 600년이 걸려 완성된 유명한 대성당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이 도시에 천 평 정도 규모의 공장과 종업원 100명 정도의 자그마한 회사가 있다.
 나는 매년 3~4차례 대기업 직원과 이 공장을 방문했다. 한국중소기업의 공장이지만 우수한 기술력과 경쟁력 있는 제품을 사기 위한 사전조사의 방문이다. 회의실에 들어서면 양국 국기와 함께 정장을 하고 대기하는 직원의 모습에도 제품 못지않은 예의와 배려를 느낀다. 회의 때면 매번 똑같은 질문이 나온다.

 - 공장이 몇 평이냐?
 - 종업원이 몇 명이냐?
 - 1년 매출액이 얼마냐?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공장에 실망과 업신여기는 대기업 직원의 질문이다.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은 길고, 높고, 크고, 많은 것을 좋아한다.
 ‘다리는 길면 길수록 좋은 다리고, 건물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건물이다’라고 생각하고, 공장은 크면 클수록, 종업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회사고 일류회사라고 생각한다.
과연 선진국인 독일인의 기준은 어떨까? 아니다.

 좋은 회사란 공장의 크기와 종업원의 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 첫째, 얼마나 우수한 기술력과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며,
 - 둘째, 국가와 은행에 의존하지 않는 튼튼한 재무구조,
 - 셋째, 직원의 복지와 급료가 그들이 좋은 회사라고 판단하는 기준이다.
 정말로 합리적이고 정확한 판단이 아닌가!
 이러한 사고가 평생 한 번 갖고 싶어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같은 명차를 만들고 현재 위기의 유럽을 이끌어가는 저력을 갖고 있지 아니한가.
 바꾸어 말하면 도시도 마찬가지다. 내가 살고 있는 고성은 어떠한가.
 - 고성을 대표하는 경쟁력 있는 상품은 분야별(농ㆍ수산ㆍ상업, 공업 등)로 얼마나 되며
 - 중앙정부에 손 벌리지 않는 자립도는 몇 %이며
 - 각 분야에서 종사하는 군민의 수입은 적당하며, 복지는 군민이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걱정스러운 수치에 부끄러워 좋은 도시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고성은 통영과 통폐합의 갈림길에 있다.
 고성의 운명과 군민의 삶이 결정되는 엄청나고도 중대한 사안이다.
 고성군이 생긴 이래 이처럼 절박한 현실에 처해 본 적은 없다.

 본인은 찬성론자도 반대론자도 아니다.
 단지 이 시대를 고성에서 살고 있는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미래를 걱정하며 과연 어느 쪽이 좋은 도시를 만들까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왜 군수는 이 절박한 상황에도 침묵하고 있는가?
 뭘 망설이고 두려워하며 계산하고 있는가? 립스틱 짙게 바르고 경남도청이라도 가볼 셈인가? 아니면 박근혜 캠프에 빈자리라도 찾고 있는가? 이렇게 무책임한 침묵으로 감히 서민 우선행정, 군민 감동행정을 군민에게 외칠 수 있단 말인가?
 정구죽천(丁口竹天)이다. (가소롭다)
 통폐합에 대한 갈등은 위험수위다.
 1. 경거망동하며 날뛰지마라. (반대)
 2.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찬성)
 마치 전쟁이라도 할 듯한 외침이 군민 서로의 가슴을 찌르고 있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더 이상의 대립과 갈등이 행동으로 나타나면 얼굴 맞대고 살아야 할 군민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남기고 고성은 공포의 공룡나라가 된다.

 군수 나서라!
 이보다 절박하고 중대한 사안은 없다.
 계산기도 끄고 립스틱도 지우고
 2년 전 3선 후보로 돌아가 5만 군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고성의 주인은 군민이다.
 그 어떠한 권력도 무리도 주인을 바꿀 수는 없다.
 통폐합의 주인은 군민이다.
 군민은 통폐합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불안해하며, 알고 싶어한다.
 불법현수막은 철거하고 더 이상 군민의 귀와 눈을 막지 말라.
 통폐합에 대한 주민설명회, 공청회, 토론회라고 개최하라.
 군민은 군민스스로가 미래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가 있다.
 당당한 군민의 권리를 찾고 싶다.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나의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군민권리 찾기 운동이라도 나서겠다.
 군민의 힘이 태산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