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제45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가야 고분군이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 고분군을 세계 유산 목록에 등재하면서 “더 강력한 중앙집권화를 이룬 주변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공존하면서도 정치적으로 연맹 체계를 유지했던 독특한 동아시아 고대문명에 대한 특출한 증거이다. 

 

신청 유산은 동아시아 고대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라고 평가했다.

 

 경상남도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를 위해 10여 년의 노력 끝에 결실을 본 것이다. 등재된 가야 고분군 7곳은 고령 지산동 고분군,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형동고분군,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등이다. 

 

이들 고분군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고분군은 함안 말이산고분군이다. 

 

 가야는 부족국가인 삼한 (마한, 진한, 변한) 중 변한이 거의 그대로 계승된 체제이며, 대체적인 영역은 현재의 경상남도 대부분과 경상북도 서부 전라도 동부로 지정한다. 

 

찬란했던 ‘가야’라고들 하지만 삼국시대의 부각으로 가야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삼국시대라고 하여 고구려 백제 신라를 들지만, 국력은 고구려 백제 가야 순이었다고 한다.

 

 ‘가야’라는 이름은 가락국(駕洛國) 일명 가라(伽羅, 加羅) 육가야 등에서 발생한 이름이다. 이 가락국에 관한 역사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가락국기, 신증 동국여지승람 등에 기록이 되어 있으나, 이 모든 역사서는 가락국 당시에 기록한 것이 아니다. 

 

가락국기는 가락국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지만, 고려 문종 때 금관 지주사가 지었다고 한다. 내용은 김수로 왕 전설과 금관가야에 관해 기록된 것으로 삼국유사에도 기록되어 있다.

 

 가야는 복수 국가였다. 가야가 연맹 체제를 벗어나 중앙집권 국가로 발전했다면 4국 시대로 명명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하고 망했다. 가야 연맹 안에는 지도력이 있는 세력이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었다. 

 

 가야 초기인 1~2세기에는 금관국 고자국 안라국 독로국 체제였으나 쇠퇴한 이후 금관국 안라국 반파국 삼두 체제였다. 

 

 6가야 (금관가야, 대가야, 성산가야, 고령가야, 아라가야, 소가야)는 여러 제국의 모임이지만, 전기에는 금관가야가 주도했고 후기에는 대가야가 주도했다고 한다. 

 

우리 지역 소가야는 6세기 국제 정세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아라가야와 포상 팔 국의 난 등 행적을 남겼다.

 

 교과서에는 금관가야가 532년, 대가야가 562년 멸망했다고 하지만 문헌에 따라 차이가 난다. 가야는 기원후 3세기에서 676년 신라에 의해 멸망된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가야는 옛 문헌에 남은 기록이 많지 않다. 구릉 능선이나 언덕에 조성된 무덤에서 나온 토기 철기 장신구 등 유물이 가야의 면면을 드러내고 있다. 

 

가야 고분군은 가야 문명을 실증하는 증거로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 그러나 600여 년에 이르는 가야사 정립에는 공백이 여전히 많다. 

 

 삼국 통일을 이루는 데 가장 공이 큰 장수 김유신은 김수로왕의 후손이며 가야금을 만든 우륵도 가야 출신이다.

 

 우리 고성군에서도 가야의 유물이 많이 남아 있다. 송학동 고분, 내산리 고분 등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그 역사를 증명하고 있으나, 이미 일본강점기에 도굴을 당해 일부만 남아 있을 뿐이다. 

 

 ‘소가야’라는 명칭에 대해서도 학설이 분분하다. “어느 바보가 자신을 ‘소가야’라고 했겠느냐?”라며 소가야라는 적을 소(小)자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소가야가 아니라 쇠 가야였다’라는 주장도 나왔다.

 

 가야의 한자 표기도 세 가지다. 우리 지역 소가야만 해도 小伽倻, 小伽耶, 小加耶 등으로 표기되어 통일이 안 돼 있다. 

 

물론 가야시대에도 우리말은 있었으나 우리글이 없어 한문을 빌려 쓰다 보니 이런 문제가 일어난 것이다.       

신라 애장왕 3년(802년)에 창건되었으며,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합천 해인사 일주문에는 ‘가야산해인사(伽倻山海印寺)’라고 적혀 있다. 

 

943년 이후 기술했다고 추정하는 ‘가야산 해인사 고적(伽倻山海印寺사古籍)에도 가야(伽倻)로 표기되어 있으나, 다른 여러 문헌에는 伽耶, 加耶로 표기되어 있어 혼란을 유발한다.

 

 어느 학자는 “사람이 사는 곳을 표기 하므로 사람 인(人) 변을 붙이는 것이 맞다”라고 했다.송학동고분군도 지나치게 성형을 했다. 나의 기억으로는 지금처럼 조성하기 전에는 일반 묘지보다 조금 큰 무덤이었다.

 

성형해서 보기는 좋으나 역사에 어울리지 않게 지나치게 성형을 한 것이다. 거류산성도 복원한답시고 현대판 시설로 성형을 해 놓았다. 옛 유적을 복원한다지만, 오히려 사료에 흠집을 내는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소가야를 드높이려 ‘해상왕국 소가야’라고도 하고, 경상남도가 세계 유산 등재에 힘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나 ‘경남 가야 고분군 세계와 만나다’라며 가야 고분군이 경남에만 있는 것으로 오해를 낳게 한다.

 

 가야 고분군이 유네스코 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회로, 더 많은 사료와 유적을 찾아 가야사를 정립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