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분의 뜻
 고분은 옛무덤이란 뜻으로 가까운 과거나 현대의 무덤(분묘)에서 역사적 또는 고고학적 자료가 될 수 있는 분묘를 말한다.
 한마디로 무덤이라고 하지만 그 속에는 여러 종류의 분묘 양식이 있어 고고학에서는 무덤 건설 방법을 묘제라 부르고 있다. 묘제에는 땅 속에 파묻는 토장, 물속에 넣어버리는 수장, 지상에 시체를 노출시켜 썩게 하거나 짐승에게 먹이는 풍장, 불에 태우는 화장 등 여러 기본 형식이 있다. 이러한 시체의 매장은 결국 육신의 연부(軟部)를 썩히고 뼈를 보존한다는 기본 정신으로 그것이 더 발달해서 육신 전부를 보존하려는 것이 소위 인공 미이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장례가 시체의 단순한 방치나 포기나 다른 것은 죽은 사람에 대한 애착, 존경 또는 영혼에 대한 숭앙(崇仰)등 정신적 입장에서 일정한 형식의 매장 방법을 쓰는데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매장이라는 것은 동물 중에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분묘는 인류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존재이다.
 인류가 정확하게 언제부터 무덤을 만들기 시작했느냐 하는 것은 알 수 없으나 현재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는 구석기 시대 중기부터이며 약 7~8만 년 전의 것이 가장 오래다. 즉, 이 중기 구석기 시대의 매장에는 세계의 몇 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잘 알려진 프랑스의 도르돈느 지방의 한 동굴에서는 땅을 약간 파고 묻은 성인 두 명과 어린이 두 명이 발견되었다. 성인남자 한 명은 머리에 판석을 덮고 있었고, 여자는 굴장(屈葬)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후기 구석기 시대가 되면 시체에는 장신구를 달고 있으며 붉은 산화철이 위에 뿌려져 있다.
 이 붉은 산화철은 사람의 피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믿어지며 생명과 직결되는 피의 부활에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신석기 시대가 되면 공동체의 크기가 커지면서 많은 인원이 가능하게 되고 지석묘와 같은 거대한 석조 건조물이 무덤으로서 나타나게 되었다. 그리고 청동기 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 도시가 발생하고 국가가 건설됨에 따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무덤은 점점 더 커지게 되었고 기원전 2천년 대에는 한 변의 길이가 230m, 높이 146m, 무게 2.5t의 석재가 무려 230만개가 소요된 기제(Gizeh)의 쿠우(Khufu)왕의 피라밋 같은 것이 건설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무덤에서는 유명한 투트앙크 아몬완이 경우처럼 호화로운 부장품이 가득 들어있으며, 살아있을 때의 권위와 사치를 내세(來世)에까지 그대로 끌고 간다는 의도가 분명하였다. 또 재물뿐만 아니라 시종들을 죽여서 함께 순장하는 풍습도 퍼져 중국의 안양 서북쪽의 무관촌에서 발견된 은나라때의 한 무덤에서는 모두 76명의 시종과 수십마리의 말이 순장되어 있었다. 이와 같은 순장은 고대국가에서는 어디에나 공통적인 현상이었으며 제왕들은 웅장한 외관의 무덤을 만들고 그것을 영구보존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렇게 무덤이 커지고 내부에 각종 부장품들을 풍부하게 매장하였기 때문에 고분의 매장 방법을 통하여 고대인들의 사상 및 신앙, 기타 관계되는 풍습과 제도 등을 알 수 있다. 또한 장신구, 무기, 용기 등으로 그 시대의 문화, 미술, 공예 수준과 내용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분은 기록에 나타나는 고대인들의 생활과 풍속을 실지로 보여주거나 보충 설명해 줄 뿐 아니라 기록에 전혀 나타나 있지 않는 시기의 문화와 생활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고 있으며 그러한 점에서 고고학이나 미술사학 연구를 위한 중요하고 기본적인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거대한 고분들은 모두 소수지배 계급의 것이며 거기에서 얻어지는 자료나 정보는 일반 대중과 서민들의 생활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거기 반영된 미술이나 공예는 한 나라, 한 민족의 그 당시의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이며, 그 수준이 결국 당시 문화의 척도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분은 지배계급이건 귀족계급이건 고고학이나 역사학을 위해서는 중요하고 기본적인 자료라고 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고고학에서는 고분의 연구가 중요한 분야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고분을 통해서 알고자 하는 것은 비단 그 속에 들어 있는 유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그 매장의 방법 즉, 분묘의 구조, 그 건설방법, 시체의 안치방법, 부장품의 배치방법 등 한 분묘가 지니고 있는 일체의 세부인 것이며 그것을 통해서 당시의 사상, 문화, 예술 등 모든 것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분발굴을 단순한 보물찾기로만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며 고고학에서는 한 개의 병, 한 개의 항아리가 어떻게 생겼느냐는 것과 못지않게 그것이 어디에 어떻게 무엇과 함께 나왔는지를 알 수 없다면 그 가치는 절반 이상을 상실하게 되며 다만 진귀하다는 점 이외에는 그가 본래 가졌던 역사적, 문화사적 가치를 잃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고분의 도굴행위는 역사 자료로서의 유의 가치를 없애버림과 동시에 고분의 원래 상태를 완전히 망가뜨려 그 연대조차 알 수 없게 해버리는 파괴적인 행위인 것이며 그것은 마치 한 권의 역사책에서 글자 하나하나만을 가위로 오려내는 것과 조금도 다름없다는 것이다.
 고분의 도굴은 옛날부터 행하여지고 있어 이미 삼국시대에도 많은 감시원을 왕릉에 배치하여 보호하고 있었으나 최근처럼 도굴이 성행한 일이 없으며 수많은 종류의 고분들이 무지한 도굴배들의 손에 의하여 무참하게 파괴된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우리는 고분의 중요성이 어디에 있는가를 잘 인식하고 우리 민족의 이력서, 족보와도 같은 이 고분들을 힘을 모아 보존하여 그 파괴를 막아야 하겠다.

 ▲ 침향(枕向)
 시체를 묻을 때 시체의 머리를 어느 방향으로 두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로 민족, 지방, 종교 등에 따라서 각각 다른 것이다. 선사시대의 우리나라에서는 동쪽으로 머리를 두는 동침(東枕)과 남쪽에 머리를 두는 남침(南枕)이 기본이었으나 중침이 압도적이었으며 이것은 해가 뜨는 방향과 햇빛이 뜨겁게 비쳐주는 방향이 다시 생명을 부활시킨다는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선사시대 기본형은 그 뒤 중국 한나라에서 시작되는 북침 풍습의 영향을 받아 고구려, 백제에서부터 북침으로 차차 바뀌게 되었으나 신라에서는 동침의 전통이 7세기경까지 뿌리깊이 내려오고 있었다.
 또 백제 영산강 지방의 옹관묘에서는 서침이 압도적인데 이 지방의 선사시대 옹관의 동침 풍습이 역사기에 들어와서 서침으로 바뀐 것은 매우 주의할 만하다.
 고구려, 백제의 북침 경향은 그들의 석실묘 제도와 함께 경상도 지방으로 퍼져 경주 외곽 지대에서는 5~6세기경부터 출현하기 시작하나 경주지방은 고 신라말기까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신라 통일기로 넘어가면서부터 북침이 차차 우세해지고 그것이 그대로 고려 조선을 거쳐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호 계속>
참고문헌 : 중앙박물관 (박물관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