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에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 안에 안치된 (삐에타)를 함마를 휘둘러 파손시킨 범인은 ‘내가 예수그리스도’라고 범행동기를 말했다. 1973년에는 뉴욕에서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빨간 잉크를 뿌린 청년이 있었는데 그도 범행동기를 ‘나는 예술가다. 나는 진리를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1970년에 베르메어의 (사랑의 편지)라는 그림이 부럿셀에서 도난당한 일이 있었다.
 범인은 범행동기에서 파키스탄 피난민들에게 3백5십만 달러를 구호금으로 배정하라고 요구했다.
 역사상 최대의 미술품 도난 사건은 1974년 4월에 아일랜드의 더불린에서 일어났다. 도난당한 미술품의 가격이 2천만 달러에 달했다. 주범은 아일랜드 공화국을 지지하는 영국여성이었다.
 미술품을 포함하는 모든 문화재는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후손과 그 고장을 떠나서는 본래의 가치를 상실하고 골동상품으로 전락한다. 문화재는 인간의 창조적인 재능과 투쟁과 희망과 신앙과 예술적인 감각을 다음 세대에게 실증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문화재를 보존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떠한 역사적인 상황속에서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갖는 과거와 현재의 의미를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또 모든 사람이 그것에 자유로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생각할 때 모든 사람들이 향유하게 만들어진 예술품을 그 상업적인 가격이 상승하기만을 기다리고 금고속에 사장시키는 일은 슬픈 일이다.
 예술작품 수집가들은 또 다시 시장에 유통이 되나 은행이나 다른 기업체들이 그 예술품의 상업적 가치의 상승을 기다리고 은행금고속에 사장해 둔 예술품은 종적을 감추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용서못받을 도둑이 소위 도굴이라는 행위다. 첫째로 조상의 무덤을 도굴해서 보물을 찾는다는 것은 우리의 윤리가 도저히 용서하지 않는다.
 이러한 파렴치한 호리꾼의 장물을 사들인다는 것은 무지 무식의 소치일수도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그들은 도둑과 한패거리라고 처벌 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것은 자기가 갖고 싶은 남의 물건을 도둑을 시켜 훔쳐오게 하는 행위와 같다.
 1969년에 미국의 보스턴 미술관이 라파엘의 한 소녀 초상화를 사들인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 초상화가 불법적으로 수출된 작품이라는 사실이 판명되었을때 보스턴 미술관은 그 그림을 원 소유자인 이탈리아로 돌려보냈다. 이로 인해서 보스턴 미술관장은 사임하게 되었다. 이처럼 출처가 분명치 않은 문화재를 사들이는 사람이 없다면 도둑과 도굴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의 예를 든다면 1972년에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고대 그리스의 유푸로니우스 크래타 병을 사들인 일이 있다. 뒤에 이탈리아의 경찰은 그 병이 이탈리아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된 사실을 밝혀내고 반환을 요구했다.
 메트로폴리탄은 그것을 합법적으로 구입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탈리아가 구매값 일백만 달러를 변상해 준다면 그 병을 돌려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일백만 달러를 연출할 수 없는 이탈리아는 현품을 확인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문화재 불법반출의 또 하나의 통로는 외교관 특권을 남용하는 특히 선진 부자 나라의 외교관들이다. 70년 초에 그레고리 핸더슨이라는 전직 미국 외교관과 우리의 문화재 보호협회간에 핸더슨씨 소장품에 대한 우리 문화재 반환요구를 둘러싸고 옥신각신한 신문보도가 있었다.
 그 때 내 생각으로는 왜 유독 핸더슨씨 만이 물의의 대상이 되었는지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가 한국에 재직하던 때보다 더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에 문화재를 해외로 반출해간 사람이 많이 있음을 우리는 주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 도굴, 밀수출, 밀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국내법도 있고 국제 협약도 있다. 그러나 열 사람이 한사람의 도둑을 못 지킨다는 말이 있듯이 제일 긴요한 일은 교육이다. 우리도 문화재 보호를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사실 문화재에 관한 교육에는 별로 관심이 쏠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재의 밀매매를 방지하기 위하여 문화재의 상업적인 거래를 금지하고 문화재에 상품가격을 붙이지 못하게 하자는 제안도 있다.
 문화재 사법을 다루는 특수경찰대를 조직하자는 안도 있고 전담 경찰을 가지고 있는 나라도 있다.
 박물관 보안직원을 병력 의무와 같은 범주에 넣어 그 방면을 공부한 대학생들에게 시키면 여러 가지 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이것은 특히 현대 서구사회에서 지루하고 단조로운 일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경향을 감안해서 유능한 보안직원을 채용하는 방편으로 나온 말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도굴과 밀수출을 방지하는 일이다. 첫째, 문제는 도굴꾼과 중매쟁이와 장물아비를 함께 가중처벌 하는 식으로 엄격히 다루어야 할 것이다.
 사회의 공공질서를 파괴하는 자들로서 뿐만 아니라 민족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 문화 자산의 파괴자로 처벌해 마땅하다. 둘째, 밀수출 내지는 불법 반출에 대해서는 국내적인 경찰력이나 국민의 계몽도 필요하지만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국제협약에 가입해서 이러한 사례가 발생했을 경우에 국제기구를 통해서 그의 반환을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의 문화재가 현재 어느 나라에 얼마만큼 나가 있는지의 조사도 아울러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끝으로 각 사찰과 개인 주택에 보존되고 있는 지정문화재의 보존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재들은 항상 화재와 도난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불안하기 짝이 없다.
 특히 개인이 주택안에 보관하고 있는 소장품들을 공공 박물관에 대여하여 보존 전시시킬 방도가 없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