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은 북태평양 서부 열대 해상에서 저기압으로 발생하여 풍속이 초속 33m 이상인 강력한 폭풍우를 말한다. 

 

바다 수온이 높아져서 태풍의 에너지가 되어 성장한다. 태풍은 6월부터 11월까지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이때를 ‘태풍의 계절’이라고 한다. 

 

태풍은 지구 온난화 여파로 10년 동안 한 해 평균 26개 발생하지만,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태풍은 3개 정도에 이른다.

 

태풍이라는 이름의 근원은 그리스 신화 틔폰(Typhon)에서 유래했다. 틔폰은 100개의 뱀 머리와 강력한 손과 발을 가진 용으로, 아주 사악하고 파괴적이어서 제우스 신의 공격을 받아 불길을 뿜어내는 능력을 빼앗기고 폭풍우 정도만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오늘날 태풍이라는 이름은 2차 대전 후 미국 공군과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순(順)하여지라는 뜻에서 처음에는 이름을 여성으로 지었다가 그 후 여성과 남성으로 번갈아 지었으며, 2,000년부터 아시아 지역 14개 회원국에서 각각 10개씩 제출한 고유 이름으로 140개의 태풍 이름을 지어 차례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개미 나리 장미 수달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나비 등 이름들을 제공하고 있다.

 

태풍은 현재의 과학으로서는 막을 도리가 없는 천재지변의 일종이다. 아무리 재난시스템에서 주의나 경고를 알리지만 당하고 보면 속수무책이다. 지나가는 경로에 따라 철저히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따름이다. 

 

역대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친 태풍은 사라, 루사, 매미 등이었다. 1959년 추석날 우리나라를 강타한 사라호는 내 기억에도 생생하다. 

 

나는 폭우에 마당의 물꼬를 트기 위해 알몸으로 나섰는데 빗줄기를 맞으니 몹시 아팠다. 우리 지방에서는 아침에 들이닥친 태풍으로 제사를 지내지 못했으며, 태풍이 지나간 점심때에야 제사를 지냈다. 당시에는 초가지붕이 대다수여서 피해가 더 컸다. 

 

사라호는 가장 큰 인명피해를 입혀 무려 849명이 사망했다. 2002년에 우리나라를 통과한 루사는 하루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으며 246명의 인명피해를 입혔고 이재민 88,000명에 이르렀으며, 피해액도 5조 원대였다. 

 

2003년 바람의 태풍이라 일컫는 매미호는 131명 인명피해와 4조 원대의 피해를 줬다. ‘매미’라는 이름은 북한에서 제출한 명칭인데 큰 피해를 줬음인지 이름을 ‘무지개’로 바꿨단다.

지난 태풍 ‘카눈’은 8월 1일 중국 남부 해안에서 열대저기압으로 발생하여 점차 강해져서 태풍으로 성장한 것이다. 

 

‘카눈(Khanun)’이라는 이름은 태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태국의 과일 중 자두이며 자두 맛처럼 부드럽게 지나가라는 의미로 지었단다. 

 

‘카눈’은 보기 드문 진로를 보여줬다. 발생 후 처음에는 중국으로 북상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진로를 꺾어 일본으로 향했다. 다시 제주도로 향해 술에 취한 사람처럼 갈지(之)자 행보를 하다가 제주에 이르러서는 예상 경로를 따라 지나갔다. 

 

남해안을 거쳐 거제에 9시 20분경 상륙한 카눈은 강도가 약해져 ‘중’ 정도의 강도로 15시간 한반도를 종단했다. 서울을 지나 평양을 이르러 이틀 만에 생을 마감한 태풍 ‘카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통 태풍은 속도가 빨라 대체로 하루 만에 한반도를 지나가지만, 카눈은 속도가 느려 이틀이나 걸쳐 지나갔다. 

 

공식적인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속도가 느리고 반경이 넓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했으나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정부는 국민 안전을 위해 24시간 컨트롤 타워를 가동하고 중앙대책본부에서는 위기 3단계로 격상하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 사고가 잦았음인지 태풍 ‘카눈’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재난 경고 문자가 왔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인명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1951년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남북 종단을 하여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은 처음이다. 태풍의 경로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고 기상학자들은 입을 모았다. 

 

카눈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과 평양을 이은 것이다. 동족 간의 전쟁으로 적대의 70년 동안 한민족이 이루지 못한 남북통일의 길로 간 것이다.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한 것이 우연이지만 나는 우연으로 넘기고 싶지 않다. 하늘은 한반도의 통일을 지향하는데 남북한이 두 갈래로 나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달콤한 열대 과일의 이름을 가진 카눈이 갈팡질팡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올곧게 한반도를 관통한 것을 계기로 통일이 앞당겨지리라 기대해 본다.

 

미신이요 우상숭배라고 할지 모르나, 인류의 조상들은 별이나 자연의 움직임을 보고 점을 쳤다. 성경에도 예수의 탄생을 동방박사들이 별을 보고 찾아갔으며, 삼국지에서도 전략가들이 별을 보고 점을 쳤음을 기술하고 있다. 지대한 자연의 섭리가 한반도의 통일을 지향하지만, 인간의 욕심 때문에 자연의 섭리를 거슬리는가 싶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써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사상 때문에 우리 민족과 한반도가 피해를 보고 있다. 태풍 ‘카눈’이 열은 하늘길이 뚫리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