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에 의한 피해를 ‘자연재해’라고 하는데 자연 현상으로 기상, 지변, 생물 등에 의해 급격히 나타나는 천재지변과 인간에 의해 일어나는 인재로 구분된다. 

 

기상재해는 태풍, 강풍, 호우, 폭설, 대설, 이상 저온 현상이나 폭염, 한파 등이고 화산활동 지진 산사태 등 피해를 보는 것은 지변이다. 

 

생물 등에 의한 재해로는 농작물 병충해나 전염병 등이 있다.

자연재해는 급격한 환경 변화 때문에 나타나므로 인간에게 큰 피해를 주는데, 이러한 재해가 발생하면 막기가 어렵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예보시스템이나 방지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완벽하게 예측하고 막아내기엔 어려우므로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와 행정기관에서 때때로 휴대전화에 태풍, 폭우, 폭염, 한파, 폭설에 대비하라는 경고가 ‘안전 안내 문자’로 들어 온다. 감사할 일이나 예사로이 여기는 때가 많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위기에 처했는데도 설마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날까? 하는 방심이 큰 화를 부른다.

 

현대에 들어서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인간의 활동으로 일어나는 인재도 많아 재산이나 생명에 큰 피해를 준다.

 

대형 사고가 나면 우선 관련자들부터 책임을 따지려 들고 관련자는 회피하기에 전전긍긍하며 정치권은 정쟁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많다. 

 

천재와 인재는 OX나 단답형 문제처럼 간단하지 않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설사 인재라고 해도 그 책임은 한 사람에게만 지울 수는 없다. 

 

사고를 당한 피해자 자신부터 미리 대비 못 한 시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적용해야 한다. 

 

정부는 다시는 그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대비책부터 찾아야 할 것이지만 관련자 문책에만 급급해한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벗어나 올바른 판단과 개선책을 찾아야 재난의 반복을 막을 것이다. 

올해 장마는 유달리 많은 재난을 일으켰다. 

 

50년 사이 가장 많은 장맛비가 내렸으며 곳곳에 기록적 폭우가 내렸다. 

특정 지역에는 며칠 동안의 폭우가 일 년 강수량의 반 이상 내려 피해가 더욱 컸다. 

 

예년에는 주로 태풍이 지날 때 폭우로 인한 산사태나 침수 피해가 일어났는데, 올해에는 장마가 폭우를 동반해 예상 못 한 피해가 일어난 것이다. 

 

지난 장마철 폭우로 사망이나 실종이 50명에 이르고, 산사태로 가옥 200채를 덮쳤으며, 이재민도 5,000명이 넘었단다. 

 

농경지 침수도 3만 ha에 이르고 가축 피해가 69만 마리에다 63곳의 학교 피해와 열차 선로 유실로 며칠간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대통령은 전국 13개 지방 단체에 특별 재난지구를 선포했으며, 공무원들에게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버려라’라고 경고했다.

 

대표적인 피해로 사망자 14명이 나온 오송 지하차도 참사이다. 

7월 15일 오전 8시 45분경 폭우로 미호강 둑이 터져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 지하차도에 물이 삽시간에 쏟아져 들어 오면서 발생했다. 

 

길이 430m 지하차도 터널은 2분여 만에 6만t가량의 강물이 찼고 아무런 통제 없이 터널을 지나던 차량 17대가 빠져나오지 못하여 큰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사고 발생 2시간 전부터 여러 차례 위험 신호가 감지됐지만 관할 기관에서의 차량 통제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차량 진입 통제만 제때 이뤄졌더라도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지하차도 침수 원인을 제공한 미호강 범람 역시 부실한 제방 관리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오송 지하차도 범람 위험성을 주민이 세 차례나 112에 신고를 했으나 경찰은 다른 지역에 출동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119 전화 신고에도 인력이 없다는 말만 들었단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폭우가 주원인이지만, 신속히 대처하지 않은 게 밀접한 원인으로 나타나 천재지변이라기보다 인재에 가깝다.

 

인재와 천재의 차이점은 사고를 당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막을 수 없었다면 천재이고, 바른 대응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면 인재인 것이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집중호우로 인한 하천의 범람이 원인이지만, 범람이 예견됐음에도 도로 통제나 시민 대피와 같은 행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인명 피해와 관계가 있다고 본다.

 

이번에 내린 역대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자 4대강 보(洑)가 또다시 소환됐다. 

4대강 보는 이명박 정부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유역을 정비한 사업으로,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4대강 보 16개 중 3개 보를 해체했으며, 일부는 상시 개방하도록 했다. 

 

이번 충남과 전라의 물난리는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된 지역 하구를 중심으로 물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수해를 두고서 전· 현 정부 책임론이 불거졌다. 

4대강 보 해체한 지역에 피해가 심하게 일어났다는 주장과 오히려 보가 홍수를 높였다는 주장이 충돌한 것이다. 

 

4대강 보 설치나 해체는 정치적으로 시행했음을 국민은 알고 있다. 

큰 사고만 당하면 정쟁으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정치적 태도는 고쳐져야 한다.

 

사고가 나면 책임 한계부터 따진다. ‘사후 약방문’이니 ‘도둑맞고 대문 고친다’라는 등 인재를 따지기도 하지만, 천재(天災)와 인재(人災)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다. 

 

정쟁으로 몰아가는 한국 정치의 현실이 안타깝다. 

세상은 흑백(黑白) 논리로만 나눌 수 없다. 우리나라 정치는 언제까지 ‘네 탓’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