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면서 순하다 머리가 좋다 특기가 있다 진실하다 사기성이 있다는 등 온갖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다. 여론조사를 통해 대통령을 비롯하여 지도자를 평가하기도 한다.

 

평가는 바른 잣대로 이뤄져야 한다. 만약 초등학생에게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다뤄야 할 문제를 제시했다면 올바른 평가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연 25조 원에 이르고 족집게라는 유명 강사의 년 수입은 무려 300억 원이란다. 그런 족집게 강사에게서 배워 좋은 대학을 다녔다고 해서 우수한 사회인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요령 주의 한탕주의 인간을 만들 수 있다.

 

지난 6월 26일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공정한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을 실현하는 한편, 사교육 맞춤 대응을 통해 사교육을 경감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먼저 앞세운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 ‘킬러 문항 핀셋 제거’이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을 학원에서 문제풀이만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이른바 ‘킬러 문항’을 콕 집어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킬러 문항’이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없는 어려운 문제로써 변별한답시고 출제한 초고난도 문항을 일컫는가. 이를테면 대학에서나 배울 정도인 어려운 문제이다.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에는 다른 과목은 몰라도 수학 과목은 일본 입시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선생님은 전년도 일본 어느 대학 문제라며 학생들에게 중점 지도했다. 하지만 그 문제는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40여 년간 교직에 근무하면서 수업뿐만 아니라 평가에서도 교육목표에 따라 했다고 기억한다. 수업 시간마다 배울 교육목표를 칠판에 적어 놓고 목표에 따라 가르쳤다. 

 

옛날에는 월말고사가 있었으나, 정규 시간에 배우지 않은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수능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에도 없는 어려운 문제를 내고,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하지만, 학원에서는 가르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그런 문제를 낸 사람은 명강사라는 이름을 띄며 문제집까지 만들어 가르친다니 분명 잘못이다. 이런 문제를 거르지 않고 수능에 출제한 것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인 것이다. 

 

교육부는 최근 3년간의 수능 시험과 지난 6월 모의평가의 국어 수학 영어 영역을 분석해 총 22개의 킬러 문항 사례를 함께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킬러 문항’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 킬러 문항과 준 킬러 문항이 다르냐? 라며 기준이 모호하고 크게 달라지는 게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공개된 킬러 문항들이 제대로 된 ‘가이드 라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험 문제는 항상 어렵다. 교육과정 안에서 출제한다지만 문제를 꼬아서 복잡하게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오히려 사교육 경감은커녕 부추길 수 있다고 내다본다. 

 

교육계에서는 ‘사교육 경감’이라는 방향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절대평가가 아니고 상대평가 경쟁에서 사교육이 어떻게 줄겠느냐고 한다.

 

“대학입시와 고교 정책에서 점수 경쟁교육의 폐단을 바로잡는 과감한 대책 없이, 사교육이 줄어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도 한다. 누군가는 이겨야 하는 싸움이기 때문에 사교육은 계속해서 유지가 될 것이라며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야당이나 학생, 학부모도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고 사교육은 늘어날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대학을 가야만 성공한다는 우리나라의 문화가 사라지기 전까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공교육이 사교육을 이기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한다. 

 

사교육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아예 다른 친구를 못 따라갈 정도로 공교육이 부실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공교육의 부실은 학교 교육을 황폐케 한다. 요즘 교실 풍경은 실망스럽다. 학교에는 졸업장을 따기 위해서 다니고 공부는 학원에서 하며 학교 수업 시간에는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교사는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다. 체벌은 고사하고 꾸중도 못 한다.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다. 훈육했다가는 자리를 보전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사교육 경감보다 ‘교사 인권조례’ 등 공교육 충실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교육 문제는 출산 기피 현상과도 연관이 있다. 엄청난 사교육비 등으로 자식을 낳아봐야 자신의 생활 수준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사람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의·식·주이지만,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학·식·주 세상이 되었다. 

집단이 있는 곳에는 항상 서열이 있다. 서열의 종류도 다양하여 나라마다 GNP라던지 소득의 서열에서부터 행복 순위 등 여러 가지로 평가한다. 

 

세계의 부자나 나라 안의 재벌 각 지역의 재산가 공직자의 재산 순위 등 여러 가지 분류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만도 지자체별로 인구 순위와 행정, 소득 서열 등 다양한 평가를 한다. 우리 고성군만 해도 년에도 따라 어떤 분야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는 홍보를 하고 있다.

 

서열이 나쁜 것은 아니다. 문명은 나라나 집단, 개인의 서열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운동경기에서 점수로 서열을 매기듯이 공정한 잣대가 있어야 한다. 

 

공정한 잣대로 평가하지 않고 특정인을 위한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고쳐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