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심기가 끝나 너른 고성들에도 모내기가 끝났다. 지금은 품종 개량과 시설 영농으로 사철 씨앗을 심어 재배하지만, 옛날에는 식량 위주의 벼 보리를 재배해 망종을 기준으로 여름철 식물을 심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식량이다.

 

‘사흘 굶어 담을 넘지 않는 사람이 없다’라고 할 만큼 굶고는 못 산다. 세계 3대 식량으로는 쌀을 비롯해 밀, 옥수수지만, 우리나라에는 쌀이 주식이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쌀에 대한 애착이 깊다.

 

‘쌀’이라는 영화도 나왔으며 들에 관한 이야기도 거의 쌀을 주제로 만들어졌다. 

 

북한 김일성 소원으로 “인민에게 이밥(쌀밥)에 고깃국”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다고 한다.

 

“쌀밥 한 그릇 먹어보고 죽었으면”하는 애원도 있었으며, 기력이 없어 보이면 “쌀죽도 한 그릇 못 먹었나?”라는 핀잔의 말도 있다.

 

‘섬 처녀는 쌀 서 말도 못 먹고 시집간다’라고 했었다.

 

이렇듯 소중하던 쌀이 식생활의 변화와 소비의 감소, 과잉 생산 등으로 남아돌아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올해 생산되는 쌀을 정부에서 모두 수매하도록 의결했지만,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쌀 재배 농민은 억장이 무너질 입장이지만, 정부는 모두 소비할 수 없는 쌀을 국민의 세금으로 무한정 사들일 수 없다고 한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은 본인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농민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줌으로써, 어느 정도 적당히 눈치를 보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해까지 수매한 쌀을 처리 못 해 몇 년간 창고에서 썩고 있단다.

 

쌀을 이용한 쌀국수나 쌀과자 등을 만들지만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쌀 전업 농민으로서는 분개할 일이지만, 지금은 쌀만 먹거리가 아니고 식품이 다양하다.

 

더구나 정부에서는 스마트팜이라고 해서 시설 농민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주어야 하니, 남아도는 쌀을 전량 매입할 형편이 못 된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한 해 수십만 톤씩 북한에 지원하면서 재고 처리를 하였으나, 남북관계가 경색된 후에는 지원이 중단되면서 재고가 넘쳐나고 소비는 줄어드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농림부에서 남아도는 묵은쌀을 가축 사료로 판매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어떻게 귀한 쌀을 짐승에게 먹일 수 있느냐?는 반발 때문에 철회해야 했다. 

 

요즘 닭도 입이 가져서인지 사료에 섞인 쌀도 먹지 않고, 우리 집에서는 물에 불려서 먹인다.

오래전에 벽방산 정상에 올랐다.

 

마침 등산객 중 한 사람이 고성들을 가리키며 일행에게 “이 너른 고성 들을 봐라. 옛날 쌀값이 비쌀 때 이 고성들에서 나는 쌀로 자식을 교육해 전국에서 인재의 고장이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한때에는 정·재계에서 고성 출신이 주름잡던 때도 있었다.

 

먹거리가 소중하던 시대에는 쌀이 살림 밑천이었다.

 

옛날에는 쌀을 생산하는데 사람 손이 많이 간다고 해서 쌀 미(米)자를 쓴다.

 

미(米)자는 뜻글자로 팔십팔(八十八)로 구성되어 있다.

 

요즘에는 기계화로 영농 방법도 간편해졌으나, 쌀을 생산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농촌 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판국에 그나마 벼농사는 지하수 개발과 기계화 등으로 쉽게 지을 수 있는 수단이다.

 

젊은 농민들은 스마트팜이나 상품성 높은 작물을 가꾸지 논농사를 선호하지 않는다.

칠십 대가 넘는 농촌의 노인은 배운 농사가 논밭의 재래식 농사뿐이다.

 

대대로 전해오는 귀한 농토를 놀릴 수는 없어, 주말이나 휴일에 자녀들을 불러서 재배하고 있다. 

고령 농민들마저 쌀농사에서 손을 떼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정부에서도 벼농사 대신 다른 작물을 심도록 각종 혜택을 지원하면서 유도하고 있다. 올해에는 쌀 재배 10% 줄이기 운동을 하며 서명을 받기도 했다. 

 

요즘은 지방마다 생산되는 쌀을 선전하며 팔고 있다.

우리 고성에는 ‘고룡이 쌀’이 있지만, 전국 8도에서 유명한 쌀은 경기도 여주 이천 강원도 철원 전남 해남 쌀 등이다.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쌀은 이천 쌀이란다.

이는 토질과 관계있다.

 

품종도 여러 가지여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쌀도 200여 종 된단다.

우리나라에는 옛날부터 재배해 오던 벼가 있었지만, 소출이 적고 병충해에 약하여 다양한 품종 개발을 했다.

 

‘통일벼’라는 새 품종을 개발했고 지금은 윤기 있고 찰기 있는 쌀을 선호한다. 

 

일본에서 들어온 ‘고시히카리’ ‘아키바레’ 등의 품종이 찰기와 윤기가 좋았으나, 지금은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일품’ ‘영호진미’ 등 18종의 좋은 품종을 개발하여 내놓고 있다.

 

쌀의 색깔도 흰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녹색, 황색, 흑색 등 다양하다.

이들 쌀로써 밥이나 떡을 만들어 더욱 입맛을 돋운다.

 

옛날에는 어머니들이 부엌에서 땔감으로 밥을 지으면서 눈물 콧물 흘렸지만, 지금은 가스· 전기 레인지며 압력밥솥 전기밥솥이 생산되어 조리법이 간편해졌고 밥맛도 좋다.

 

어릴 때 쌀이 귀해서 타작하고 나면 새 쌀밥을 지어 식구들이 먹었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반찬 없이 간장만으로도 먹을 수 있었다.

 

이처럼 추수 때나 명절 제사 등이 아니면 쌀밥을 먹을 수 없었다.

요즘 아이들이 쌀밥을 좋아할까?

 

밥보다는 빵이나 피자 등 서구 음식을 좋아한다.

 

한국 사람은 건강을 위해서 잡곡밥을 먹지만 ‘밥’ 없이는 못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