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ㆍ통영 통합에 대한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지역간 갈등에 더해 민민간의 분열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고성지역에서는 통합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관내기관ㆍ사회단체 인사 등을 중심으로 지난 2일 ‘고성ㆍ통영 통합반대군민추진위원회’가 출범하여 통합반대 분위기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반면, 아직도 통합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걸고 있는 일부 군민은 중앙정부나 통영시의 논리를 옹호하거나 주창하면서 감정 대립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고성군민의 일상생활과 미래에 실로 막대한 영향을 미칠 행정통합에 대해서는 보다 논리적인 사고와 냉정하고도 차분한 접근이 요구되며, 특히 과거의 경험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시ㆍ군 통합 찬성론자들은 대개 행정비용의 감소와 효율성 제고, 지방경쟁력 강화등을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즉, 통합지지자들의 중요한 이론적 논리는 첫째, 통합을 통해 조직, 기구, 인력, 공공시설등에 대한 중복비용을 줄이고 공공서비스 생산에 드는 단위원가를 떨어뜨린다. 둘째, 도시계획, 상하수도, 보건위생, 환경 등의 분야에 광역행정사업을 추진하여 재정적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이나 생산적 자본을 역내로 유치하는데 있어 긍정적 효과를 가져와 지역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주장들은 경험적 증거를 갖고 있는가? 지난 1995년 본격적 지방자치 실시를 앞두고 대대적인 시ㆍ군 통합을 통해 탄생한 30개 통합시(예, 사천군+삼천포시=사천시, 통영군+충무시= 통영시, 진양군+진주시=진주시)를 대상으로 통합효과를 경험적으로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시ㆍ군 통합이 통합지지자들이 주장하는 기대효과를 성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한양대학교 유재원ㆍ손화정 교수는 통합시가 출범한 1995년을 기점으로 통합 전 12년, 통합 후 12년을 포함하여 총 24년에 이르는 1984~2006년의 기간을 연구대상하여 분석한 ‘시ㆍ군 통합효과에 대한 경험적 분석’이라는 논문을 통하여 통합이후 조직이나 공무원의 감축이 미미하며 재정적 효과와 경제적 효과도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은 경험적 근거에 더해 지난 2010년 국회가 제정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 24조(공무원에 대한 공정한 처우 보장)에는 “①지방자치단체의 통합으로 초과되는 공무원 정원에 대하여는 정원외로 인정하되... ②통합자치단체는 폐지되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에 대하여 인사상 동등하게 처우하여야 한다.”고 명문화 하고 있어 통합이 되더라도 인력이나 기구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혹자는 통합시 제공되는 중앙정부로부터의 인센티브를 들어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하나, 이는 통합에 소요되는 엄청난 이전비용(transitional costs)이나 갈등조정비용들을 간과한 발상이며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는 중앙정부의 지원내용과 범위등이 대부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애매모호하게 명시되어 있어 정권이 바뀌거나 상황이 달라질 경우 약속이행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야기될 가능성에 내재되어 있다.
 대통령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시ㆍ군 통합이 되면 지역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시의 명칭, 통합청사의 위치, 제반 공공시설 및 기반시설의 재배치, 지역발전계획 등에 대한 사전합의 없이 통합이 덜컹되면 인구와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지역에 작은 지역이 흡수통합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고성ㆍ통영의 경우 통합시청이나 각종 주요기관 및 편의시설은 통영이 차지하고 예산배분이나 지역발전구상도 통영에 집중될 것은 누구라도 예견할 수 있다.

 더욱이 연예산 4,000억원 안팎에 재정자립도가 20% 중반에 불과한 통영으로부터 연예산 3,500억원 안팎에 재정자립도 10% 중반대인 고성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없다. 두 지역 모두 자체적으로 공무원 봉급을 줄 수가 없을 정도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실정인데 둘을 합친들 무슨 시너지 효과가 있으며 경쟁력 강화 효과가 있겠는가?
 이제라도 중앙정부의 달콤한 통합논리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찬성론자건 반대측이건 모두가 진실을 정확히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주민설명회, 공청회, 토론회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통합에 따른 득실과 문제점이 소상하게 드러나야 한다. 그런 연후에 주민투표를 통하여 군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이고 순리이다.
 지금과 같은 중앙정부의 일방적 졸속통합 추진은 갈등과 분란만 야기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