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신은 참으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눈을 믿기 힘들었습니다.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참상을 보고 신은 자신이 이런 종류의 인간을 창조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혹시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이 아닌지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동물들을 창조하고 나서 그만 두어야 했던 것은 아닌지,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지 말아야 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인간들이 너무나 파괴적으로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은 인간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위해 지상에서 세 명의 대표를 불러들였습니다. 러시아와 미국, 영국에서 각기 한 명씩 대표가 소집되었습니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 후 강력한 세력으로 등장한 나라들의 대표자였습니다. 신은 러시아 대표자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대는 계속해서 더 많은 파괴를 준비하는가? 만일 필요한 게 있으면 내게 말하라. 내가 즉시 그대의 소원을 들어주겠다. 하지만 더 이상의 파괴는 안 된다.”
 러시아 대표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습니다. “이보시오, 나는 당신 말을 믿지 않소! 우리들에게는 우리 나름대로의 삼위일체가 있습니다. 마르크스, 레닌, 스탈린이 우리의 삼위일체요!”
 성스럽지는 않지만 어쨌든 공산주의자들에게는 그들만이 삼위일체가 있습니다. 러시아 대표가 계속 말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아니라 그들을 믿소. 하지만 우리들로 하여금 당신을 믿게 만들려면 당신이 증거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신이 물었습니다. “어떤 증거를 원하는가.”러시아 대표가 말했습니다.
 “미국 놈들을 없애주시오. 아주 깡그리 쓸어버리시오! 이 미국이라는 병균덩어리를 자취도 없이 깨끗이 청소하란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도 당신을 받들고 존경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교회에서 다시 기도소리가 들릴 것이고, 사원이 다시 열릴 것입니다. 이 소원만 들어주면 당신을 위해 새로운 사원을 지어주겠습니다.”

 신은 기가 막혔습니다. 미국을 깡그리 쓸어버리라니,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신이 아무 응답도 없는 것을 보고 러시아인이 말했다. “만일 그런 일을 할 수 없다고 해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직접 할 테니까! 물론 당신이 하는 것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 일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만일 당신이 그럴 능력이 없다면 그냥 그렇다고 말만 하십시오.” 신은 이 돼먹지 않은 러시아 대표를 외면하고 미국 대표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 그대의 소원은 무엇인가? 무엇을 원하는가? 미국대표가 말했습니다.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아주 간단한 소원 밖에는 없습니다. 저 러시아를 지도상에서 없애 주십시오! 우리는 지도상에서 러시아라는 나라를 보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별로 대단한 소원은 아닙니다. 그냥 러시아가 없어지기만 하면..... 그러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저 러시아라는 나라는 무척 골치 아픕니다. 
 그들 때문에 우리는 미칠 지경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없애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만일 당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우리가 그 일을 성공하도록 축복이나 내려주시오.”
 이제 신은 더 기가 막혔다. 러시아 대표의 말은 그렇다고 치자, 어차피 그들은 신을 믿지 않으니까 별로 놀랄 일도 없다. 그러니 미국은? 미국인들은 신을 믿는다. 그런 신자와 불신자 사이에 아무 차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자본주위와 공산주의, 독재국가와 민주국가 사이에서도 다른 점이 없는 것 같다.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그들의 욕망은 똑같다. 그래서 신은 영국 대표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습니다. 영국 대표는 더 인간적이고 이해심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이니 최소한 신사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영국 대표는 참으로 신사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신이 “그대의 소원은 무엇인가? 무엇을 원하는가?” 하고 묻자 영국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신이여, 저는 아무 소원도 없습니다. 다만 저 두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시오!” 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의 역사를 인류의 역사라고 하지만 파괴적인 동물의 역사가 아닌지 한번 뒤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돌에 새기고 쇠붙이에 녹여 부어 수천수만 년을 남겨왔어도 결국 서로를 물어 찢으며 싸움한 기록이라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아닐지 모릅니다. 개인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간 역사는 모두 후회할 것이 많아 누가 감히 자기의 과거를 자랑할 수 있을 것인가? 어거스틴이나 루소만이 참회록을 쓸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자기의 과거를 쓰면 다 후회요, 참회 일 것입니다. ‘지낼 과(過)’자가 본래 ‘허물 과’입니다. 뱀이 허물을 벗어 버리고 새로이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지금 정치 실세들이 ‘마른 콩 먹고 배 터져 죽는 소’꼴처럼 수사를 받아 수감되는 꼴을 보니 사람의 본성은 참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