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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
부모가 생존해 계실 때 일락이요 영재를 길러서 공부시킬 때 두 번째 락이요 대분 밖에 나서서 하늘을 우러러 보아도 세상을 널리 살펴보아도 한 점 부끄러움 없는 그런 사람이 군자삼락에 해당 되느니라.
부모에게 효, 옛사람에게 효야 그저 기본이 아니던가.
그런데 요즘은 이 효를 행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가 않다.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바가 효와 어긋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효는 원래 절대적인 성질을 지닌다.
그래서 부모의 말에 왜 그래야 합니까라고 되묻지 않는다.
엄동설한에 죽순을 먹고 싶어 하는 어버이를 눈밭을 헤집어가며 죽순을 찾아 나서는 농부의 이야기는 그래서 나온 이야기이다.
그야말로 절대순종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 같은 일은 정신 나간 일로 치부된다.
소위 합리적 사고라는 것 때문이다.
이치를 따져서 옳은가 그른가를 효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엄동설한에 죽순을 찾는 것은 부모의 잘못이요 그 말을 듣고 죽순을 찾아 나서는 자식도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야말로 커다란 잘못이다.
합리적 인간관계를 따진다면 굳이 효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합리적 성실성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 어째서 영어 혹은 서양 어느 언어에도 우리식의 효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억지로 옮기자면 울며 겨자 먹기라는 말을 써야 하는데 그게 바로 합리적 성실성을 말하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에게는 부모와 자식 간이라도 합리적 인간관계가 그 한계이자 우리처럼 절대 순종의 미덕은 서양인들에게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는 하늘이 명한 관계라는 관점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학교에서도 효를 그런 식으로 가르친다.
효라는 말을 쓰지나 말지 왜 효 사상을 왜곡시키는가.
효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가르친다면 효의 원래 사상을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닌가.
효를 소위 말하는 현대적 합리성으로 고친다면 그건 이미 효가 아니다.
친구를 대할 때, 이웃을 대할 때처럼 부모를 대하는 것은 효가 아니다.
그래서 요즘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삼일장으로 후딱 해치우고 이내 출근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쫓겨나기 십상이다.
누가 죽으면 일주일 또 누가 죽으면 사흘, 그나마 외조부처럼 외척의 경우는 돌아가시면 효도하고 형제들 무고를 확인하라고 허락 받는 시간은 딱 하루뿐이다.
그러나 두루두루 형제와 우애 돋우는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살다가는 이 바쁜 세상 실패하기 십상인 것이다.
결국 맹자의 제일락은 요즘은 오히려 일우가 된 셈이다.
그래도 어쩌랴. 하늘이 명하신 효인 것을 맹자의 제 이락은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교사라는 직업이 아주 부끄러운 직업이 되어버렸다.
속담 말로 선생 욕하는 소리는 다반사이고 군사부일체라는 말은 구닥다리 아이디어이다.
어디까지 인가하면 교사들의 영원한 친구인 줄 알았던 교육인적자원부마저 교사를 평가하는 잣대를 만들어 학생들과 학부형들 손에 부치겠단다.
아. 유대의 배신으로 동족의 손에 죽어야 했던 예수의 심장이 이런 것이었으리라.
교사의 철밥통을 깨고 능력에 따라 차등보수를 적용해야 한다면 교사가 누리는 항산마저 위협하고 있다.
무항산이면 무항심일텐데 어쨌건 요즘의 교사는 부끄럽다.
이제 맹자의 삼락으로 가보자.
맹자는 이 시끄러운 세상에 가장 중요한 한마디를 던진다.
군자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나 천하를 통일하여 왕이 되는 것은 여기에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교사는 권력과 부귀영화를 좇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갈하고 있다.
권위를 먹고 사는 교육이 그 권위를 잃고 제자들 앞에 떳떳이 설 수 있는 교사가 흔치 않게 된 것은 모두가 맹자의 이 말을 유념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공자가 맹자의 틀림없는 스승임을 확인 할 수 있는 말이 논어의 계씨편에 나온다.
왕이 되는 것이 삼락에 포함되지 않는 까닭은 권력과 부가 공자가 말한 세 가지 헛된 즐거움을 누리게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 세 가지 헛된 즐거움은 고만으로 인한 즐거움이고 편안히 노는 즐거움이며 잔치를 좋아하는 즐거움이다.
직책이 어떠하든 가르치는 일의 중요함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며 파티와 연회로 몸을 피로하게 해서는 안 된 일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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