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현충일을 맞은 지난 6일 오전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전국 곳곳에서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나라사랑의 뜻을 기리기 위한 추념식이 거행됐다.
 고성군은 고성읍 남산충혼탑 광장에서 6.25 참전용사와 월남참전 용사 및 군경 유가족들이 참석해 엄숙한 가운데 조국을 위해 쓰러져간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현충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국군 장병의 넋을 위로하고 유지를 기리는 날이다. 일본이 우리 국권을 강탈했을 때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북한이 동족에게 총부리를 겨누었을 때는 이 땅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가 피를 뿌렸다. 현충일은 우리 역사의 영광과 아픔을 그대로 함축하고 있다. 광복 전선의 역정이 그러하고 한국전쟁의 통한이 또한 그러하다. 호국영령의 위훈과 희생정신을 되새기며 호국·안보 의식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순국선열들에게 정말로 보답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현충일을 맞고 있는지 의문이다.
 겉치레로 행사를 치르거나 생각 없이 공휴일로나 즐기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재작년 천안함 폭침(爆沈) 때는 젊은 용사들의 죽음을 놓고도 정파에 따라선 북한을 자극하면 안 된다며 젊은 희생을 못 본 체하는 정치인들도 있었다.

 게다가 더 가슴 아픈 것은 2002년 제2 연평해전에서 오른 팔뚝에 관통상을 입은 한 장병은 제대 후 취업 면접 때 "그렇게 꿰맨 팔로는 우리 회사에서 일을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아직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우리 주위에는 비일비재하다. 호국보훈의 달에 즈음해 두 번 다시 겨레와 민족을 몸 바친 용사들이 사회에서 홀대받고 냉대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난달 28일은 미국의 현충일이다. 이날을 기해 미국 전역에서 추도식 행사를 가졌고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메모리얼 데이 퍼레이드가 벌어진다.
 이 행사는 각 지역 참전용사와 가족들, 자원봉사자, 기업, 학생, 시민들이 참여하고 지원을 한다. 특히 워싱턴DC의 6·25 전쟁 추모공원의 추모비에는 '자유는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어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렇듯 영욕이 점철된 과거의 경험을 통해 역사가 가르쳐주는 교훈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전쟁은 동서 냉전시대의 이념적 대결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북한 연구가들은 냉전시대는 끝났다고 하지만 한반도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과 같은 무력도발 위협도 지속되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면서 남측을 상대로 군사적 긴장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어떠한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다시는 민족의 독립과 자유가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각오와 결의를 새로이 다져야 한다.

 호국영령 추모 행사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6·25 당시 춘천 모래재 인근 수리봉과 금병산에서 순국한 무명용사의 유해 9구가 발견돼 다음 달 영결식을 갖는다.
 북한군의 파상공세를 저지하다 아침 이슬처럼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푸른 젊음들이다. 이들의 넋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전방인 백마고지 충혼탑에서는 평화음악회를 열었다. 국립춘천박물관은 `한국전쟁과 동부전선' 특별전을 마련했다. 호국 보훈의 의미와 함께 안보 의식을 되새기는 기회다.
 한 시인은 ‘전선을 떠도는 혼령의 노래’라는 시에서 꽃다운 나이에 앞서 간 이들의 못다 한 미련을 적어 가슴 저미게 했다. 누군가가 풀어줘야 할 천고의 한이 있고 파란 멍울의 그리움이 있다. 이들의 나라 사랑에 대한 뜨거운 정열과 결연한 의지가 있었기에 우리는 영광된 선진 대한민국이라는 새 시대를 펼쳐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사의 주역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선진국의 반열에 진입한 것은 백척간두에 처한 조국을 구하기 위해 순국한 영령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면서 현충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