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세 전쟁 제6년
 충무공은 고하도로 진을 옮겨 친 뒤에 가장 문제되는 점을 지혜롭게 해결한 일이 있었으니 어느 것보다도 군량문제가 그것이다.
 충무공의 승첩소문이 퍼져나가자. 군사들이 제 발로 모여든 것까지는 좋으나 그럴수록 군량이 가장 문제되지 않을 수 없었다.
 충무공은 고하도로 진을 옮기기 직전에도 해남에 있던 왜적의 군량 3백 22섬을 실어오기로 했거니와(10월 24일) 이곳으로 진을 옮긴 뒤에도, 영광군수 이종성이 밥 30말을 해서 집짓는 군사들을 먹이고, 또 군량미 2백섬과 벼 7백섬을 준비 했다고 했을 때와(11월 5일) 또 홍산 윤영현과 생원 최집이 군량벼 40섬과 쌀 8섬을 가져와 받쳤을 적에(11월 7일) 여간 기쁘하지 않았다.
 그러나 충무공은 근본적인 군량대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추운 겨울을 날 수도 없고, 또 전쟁을 치를 수도 없을 것이므로 혼자 스스로 연구한 끝에 「해로 통행첩」 이란 것을 구상해 내었다.
 「삼도 연해를 통행하는 배는 공사선을 막론하고, 증명서가 없는 배는 간세로 인정하고 통행하지 못하게 할 것이니, 모두와서 통행첩을 받도록 하여라」(선묘중흥지)고 명령을 내렸다.
 모든 피난민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여 들었다. 그때 충무공은 배의(대. 중. 소)를 따라 등급을 정하고 그 등급에 의해서 큰 배는 3섬, 중간 배는 2섬, 작은 배는 1섬을 바치고 통행첩을 받아가게 했다.
 피난민은 재물과 곡식을 모두 배에다 싣고 바다로 나왔기 때문에 곡식 내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놓고 통행할 수 있는 것을 기뻐했거니와 그렇게 해서 며칠 동안에 만여 섬의 군량이 비축되었던 것이다.
 충무공은 또 한편으로 흩어진 군사들을 불러 모으며, 구리와 쇠를 거두어 들여, 대포를 새로 만들고, 나무를 찍어다가 판옥선을 만들며, 백성들에게 생업을 주어 장사도 하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통행첩을 모든 기록이 죄다 이 고하도에서 한일로 적혀 있는데, 오직 유성룡의 징비록에만은 충무공이 고하도에서 고금도를 옮겨간 뒤에, 그 섬에 가서 한일로 적혀 있다.
 
 ○ 54세 전쟁 제7년
 충무공이 목포 고하도에서 진을 친 뒤에는, 다시 완전히 제해권을 그 손에 쥐었다. 왜적이 서해쪽으로는 한 척의 배도 어른거리지 못했다. 정유년 겨울을 지나, 54세 되던 전쟁 마지막해 무술년 2월 17일에 해군 8천여명을 이끌고 고금도로 진을 옮겼다.
 충무공은 고하도를 떠나, 다시 우수영 앞으로, 명량해협을 거쳐 벽파진과 오마로도를 지나, 해남 땅 남쪽끝인 갈두 앞을 돌아서, 멀리 완도의 남쪽을 정주산 밑 바위섬들을 비켜두고, 지금 완도읍내가 있는 고을앞을 돌아 올라갔었다.
 완도는 본시 신라시대에 청해진이라 일컫던 곳이요, 청해진 대사 장보고의 해상 활약으로 우리 역사상에 눈부신 발자취를 남긴 곳이다.
 그가 민족의 권익을 위하여 당나라와 일본의 해적떼들을 물리침은 물론이요, 그들의 사신왕래, 물자교역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장악하여 과연 신라 사나이의 면목을 천하에 떨쳤던 이야기와 만년에 이르러 신라왕가의 정권싸움에 끼여들어 불행한 최후를 마치게 되었던 장황한 이야기들은 모두 다른 날 역사 교실에 가서 듣기로 하고, 장보고와 그의 친구 정연과의 이야기만은 잠깐 생각하며 지나가야겠다.  
 두 장군은 서로 긴밀한 사이는 아니지만 장보고에게 도움을 받기까지는 많은 사연이 있다.
 우선 정연이 장보고에게 와서 몸을 던지기 때문에 장보고가 정연에게 나눠줘 성공하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당나라 송기는 그들을 마치 당나라 곽자의와 이광필이 역시 서로 잘못 지내다가 뒤에 다시 화협하게 되어 다시 다같이 성공했던 것에 비기고서 「누가 신라에 사람없다 이르는고」(해동명장전)하고 평했던 것이다.
 충무공이 고금도에 도착했을때는 군대의 위세도 장했거니와 섬 안에 민가만도 수만호에 이르러 옛날 한산도 시대보다 오히려 10배나 되었다.(징비록)
 그러나 충무공 자신의 심정은 세월이 흐를수록 어딘지 모르게 적막한 생각을 이길 길이 없었던 것 같다. 공이 고금도로 진을 옮긴 다음날인 2월 19일 날짜로 감역현건이란 이에게 보낸 편지가 지금 현충사에 국보로 보관되어 있는데 그는 자가 여강이요, 호는 재간재였으며, 충무공의 어머님편으로 척분이 되는 모양이다. 그에게 보낸 공의 편지는 참으로 문장이기도 하고 또 눈물겨운 문장이기도 하다.
 「어제 막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계신 고을과는 그리 멀지 않는 사이라, 혹시 소식을 들을길도 있으려니 했더니만, 마침 먼저 보내주신 소식 받는군요」
 「저는 오랫동안 진중에 있어, 수염과 머리가 모두 희어져서 다음날 서로 만나면, 전일의 나로는 알아보지 못하리이다」라고 한 구절이 있다.
 54세(마지막해)에 수염과 머리기 희어졌다는 구절이야말로 비바람 피비린내 속에서 7년 세월을 보낸 공의 초췌한 모습을 그대로 적어놓는 눈물겨운 구절이 아니고 무엇이랴. 일찍 지나간 계사년 6월12일 일기에는 「아침에 흰 머리털 여남은 오라기를 뽑았다. 흰머리 털인들 무엇이 어떠리만은, 다만 위로 늙으신 어머님이 계시기 때문이다」하고 적은 것이 있다. 계사년이면 임진란이 일어난 다음해요, 공의 나이 49세때인데 비록 한 해 동안이지만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싸우는 무서운 전쟁을 연거푸 치르는 사이에 공은 머리카락은 그때부터 세기 시작했다.

 ○ 명나라 수군 도독 진인
 충무공이 고금도에 진을 옮긴 다음달인 3월에 장흥에 있는 왜적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나와 살육,약탈을 자행하므로 공은 녹도만호 송여송에게 정예군을 데리고 추격케 했던 바, 적들은 놀라 순천방면으로 도망치고 말았다.(선조중흥지)
 그리고 또 적선 16척이 고금도에 가까운 포구들을 침략하며 조기를 잡고 있으므로 충무공은 그것을 따라 나가 전부 분멸시키고, 모조리 머리를 베었던 것이다.(선조중흥지)
 더욱이 이 사실은 겸조방장 순천부사 김언공이 전라병사 이광악에게 급보하기까지 했던 것이다.(난중잡록) 그러나 충무공이 고금도에 진을 옮겨친 직후에는 지금 기록에 전하는 한 두어가지 소규모의 소탕전 이외에는 별 전투가 없었고 그보다는 오히려 우선 본영을 건설하고 피난민들을 수용, 정돈 시키는 일들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 것으로 본다.
 정유재란 이후 새로운 소식에 접하게 된 것이 있었으니 명나라 수군의 참전이었다. 임진란 이후 명나라의 구원병이 계속해서 왔었지만은 수군의 참전은 처음 있는 것이었다. 명나라 수군들의 소식은 지난해 정유년 10월부터 들려왔었다.
 명나라 경리 양호가 선조대왕께 이 뜻을 아뢴 일이 있었다.
 「수군 1천명과 군선 40척이 이미 여순을 떠났으니 조선은 그들을 강화도로 인도 하시오」 그래서 우리 정부에서는 선전관을 충무공에게로 급파시켰던 것이니 공의 일기에 「초저녁에 선전관 박희무가 임금의 유서를 가지고 왔는데 명나라 수군의 배가 정박하게 적당한 곳을 생각해서 곧 장계하라는 것이었다.(정유 10월 25일)」는 것이 적혀 있으니 이것은 공이 지난해 고하도로 진을 옮기기 4일전 아직 우수영에 머무르고 있던 때였다. 그런데 정작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이 절강수군 5백여척을 거느리고 충청도 당진에 도착한 것은 이듬해 무술년 2월 1일이었다.(선조수정실록)
 이 진린 이란 사람은 명나라 광동옹원 사람으로 자는 조작이요 호는 용애요, 명나라 세종 이래로 공로를 세워 지휘첨사가 되었다가 이때 어왜 총병관이 되어 해군을 거느리고 온 것이였다. 그의 성격이 너무도 포악한 것을 유성룡은 그의 징비록에 이같이 적혔다.
 「임금이 청파들까지 나와 전라도로 내려가는 진린을 전송했다. 나는 진린의 군사가 우리 수령을 때리고 욕보이기를 함부로 하며, 노끈으로 찰방 이상규의 목을 매어 끌어서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것을 보고, 통역관을 시켜서 말렸으나 듣지 않으므로, 나는 같이 앉았던 대신들에게 말하되 아깝게도 이순신의 군사마저도 또 패하겠구나, 저러한 진린과 군중에 같이 있으면 견제를 당하고 의견이 서로 틀려서 반드시 장수의 권한을 빼앗고 우리 군사들을 학대할 것이다. 제뜻을 거스리면 성을 더 낼 것이요. 그대로 따르다가는 한정이 없을 것인즉, 어찌 순신의 군사가 안 패하겠는가 했더니, 모두들 그렇다 하고 서로 탄식할 따름이었다.(징비록)」고 했다. 그의 성격이 그렇게나 사납고 거칠었던 것을 짐작하기에 족하거니와, 선조가 그를 전송했다는 것은 6월 26일의 일이였던 것인데, 다만 실록에서는 청파들을 동작강 언덕이라 했음을 참고할 것이다.(선조실록) 이같이 포악한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이 충무공이 진치고 있는 고금도에 도착한 것은 실로 7월 26일 이였다.(충무전서행록) 이때 충무공은 그가 온다는 통보도 받았거니와, 또 그는 진작 저희 본국에서 붙어 포악한 짓을 많이 하는 성격자라라는 말도 전해 듣고 있었다.
 충무공은 미리 군인들을 시켜 사슴, 돼지, 물고기 등을 많이 잡게 하고 또 술을 풍성하게 준비해 두었다가 진린의 배가 바다 위에 보이게 되자 군대의 의식을 갖추어 멀리까지 나가 영접하고 그와 그의 부하 장병들을 만족하게 먹였더니 그는 첫날부터 충무공에게 경외하는 생각을 품었을 뿐 아니라 명나라 군사들 전부가 서로 이르기를 「과연 훌륭한 장군이라」(징비록)하고 탄복했던 것이다.
 이때 명나라 수군들의 움직임은 진린이 고금도로 온 것 이외에도 우리나라까지 직접 온 것은 아닐망정, 명나라로서는 자기들의 방비를 위해서, 제독 주우덕이 상수군을 이끌고 여순구에서 진치고 있었으며 또 한편으로 총병관 주우덕이 하수군을 이끌고 압록강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니, 그것은 명나라 감군 서중소가 우리 선조께 아뢰어 알게된 일이었다.(선조실록) 여기 주의해야 할 것 한 가지가 있으니 조경남의 난중잡록에 적혀 있는 기사다.
 「사천에 주둔하고 잇는 도진 의홍의 군사 4백여명이 물길로 전라도에 상륙하여 부대를 나누어 혹은 낙안으로 들어가고, 혹은 흥양, 보성으로 향하여 침범하자 백성들은 모두 도망가고 왜적들은 다시 초현에 이르러 명나라 군사들과 싸워 이기므로, 이 소식을 들은 이순신이 군사를 이끌고 가서 추격하고자 했으나 진린이 수륙의 책임이 서로 다르다 하고 중지시켰던 것이다」(난중잡록)
 고금도 안에서도 충무공이 진을 친 곳이 덕동이요,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이 진을 친 곳은 거기서 서쪽으로 약 2백미터 떨어진 묘당도였던 것이다.
 진도독이 고금도에 이르러 충무공의 성대한 환영을 받은 이틀 뒤 7월 18일이었다. 적선 백여척이 녹도방면을 침범 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충무공과 진도독은 비로소 처음으로 연합전선을 형성하여 왜적공격에 나섰던 것이다.
 동쪽에 있는 금당도로 나갔다. 그랬더니 적선 2척이 거기 있다가 놀라 도망치고 마는 것이었다. 충무공과 진도독은 거기서 밤을 드새고 도로 본진으로 돌아오며 충무공은 녹도만호 송여종으로 하여금 정예선 8척을 이끌고 좀 더 동쪽으로 절이도에서 북방케하고 진도독도 역시 저희배 30척을 같이 머물러 있어 대비하게 했었다.(선조수정실록)

 그로부터 6일뒤 7월 24일 이었다. 충무공은 진도독을 운주당으로 초청하여 다시 위로의 술을 대접하고 있었는데 이때 도독의 부하 천총(군중 장관직) 한사람이 절이도로부터 와서  「새벽에 적을 만나기는 했으나 조선수군들이 다잡아 버리고 명나라 수군들은 풍세가 순하지 않아 싸우지 못했습니다」하고 보고하자 도독은 크게 노하여 술잔을 집어 던지고 술상을 박차고 벼락같은 호령으로 천총을 잡아내어 큰벌을 줄 기색이라 공은 그의 뜻이 어디 있는지를 알고 「노야! 노야는 명나라 대장으로 여기까지 와서 우리를 위해 왜적을 토벌하는 것이라, 우리 진중의 승첩이 모두 노야의 승첩이 아닙니까」
다시 말을 이어 「그러므로 우리가 잡은 적의 머리 전부를 노야께 드릴것이니 노야께서는 이것으로써 본국의 황제폐하께 승첩을 아뢰시면 얼마나 장한 일이 되겠습니까」충무공의 이말 한마디에 진도독은 너무도 기뻐 공의 손목을 덥석 잡고 「내가 우리 본국에서부터 공의 이름을 익히 들었더니, 과연 허명이 아니었군요」하며 그날로부터 진도독도 공을 대해서 이름을 부르지 않고 「노야」라고 존칭해서 부르는 것이었다.
 그러는 한편, 적을 애써서 잡은 송여종은 자기공로가 말살 되는 것 같아 불평한 기색이 없지 않았는데 충무공은 그것도 역시 알고 있어서 「왜적의 썩은 머리야 탐낼 것이 없지 않느냐. 그대 공로는 이미 내가 위에 아뢰었다」(충무전서행록. 선조실록)하고서 그가 잡은 왜적선 6척과 왜의 머리(69급)을 진도독에게 보내주었다. 그 사연을 들은 우리 조정에서는 공에게 대하여 모두 감탄했다. 그런 일만이 아니었다. 공은 진도독의 수군전체를 지휘하게 된 일이 있었다. 명나라 수군들은 고금도에 도착한 뒤로 우리 민가를 함부로 드나들며 왜적 이상으로 약탈을 자행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같은 일은 수군들만이 아니요, 명나라 육군들도 마찬가지여서 제독 유정의 접반사 김수가 유정의 육군들이 전라도에서 포악한 일을 많이 한다고 위에 아뢴 것이 실록에 적혀 있기까지 한 것을 본다.(선조실록) 충무공은 물론 명나라 수군들의 말할 수 없는 약탈행위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충무공 다운 지혜로운 처사가 필요했다. 공은 어느 날 명령을 내려 크고 작은 집들을 동시에 헐게하고 자기의 침구와 의복들을 배에다 옮겨 싣게 했다.
 도독 진린은 이 소식을 듣고 부하를 보내어 그 까닭을 묻자 충무공은 「우리는 명나라 수군을 하늘같이 믿었는데 도리어 약탈을 하므로 우리 백성들이 여기를 떠나려 합니다. 나는 조선수군의 대장이라 혼자 남아 있을 수 없어 같이 다른 곳으로 가려는 것입니다.」이 말을 전해 들은 진린 도독은 깜짝 놀라 달려와 공의 손을 잡고 만류하여 저희 부하들을 시켜 공의 침구들을 도로 실어 내오는 등 애걸복걸 했다. 이때 공은 정중한 말로 「그러면 대감도 내말을 들어주시오. 명나라 군사들의 잘못된 짓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을 내게 허락해 주신다면 서로 보존할 도리가 있겠습니까」(이충무공전서 행록)하자 진도독은 두말없이 그대로 할 것을 승낙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명나라 수군 한사람도 우리민가를 침범하지 못했거니와 진린 자신도 충무공 앞에 굴복하고 말았던 것이니, 일본학자 덕부소봉까지도 그의 일본 국민사에 그때의 상황을 평하여 「호랑이 같은 진린을 고양이가 되게 했다」고 평했다. 진린도독은 진심으로 충무공의 인격에 감화되고 능력에 감탄한 나머지 「공은 과연 작은 나라 사람이 아닙니다. 중국에 가면 나보더 더 높은 벼슬을 할 것입니다」하며 중국으로 가자고 권하기를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공은 너털웃음으로 답했다.

 ○ 우리나라에 관왕조가 서게된 내력
 충무공이 고금도에서 진치고 있던 동안, 전쟁 마지막 해 무술년(서기 1598년) 8월 18일! 이날은 임진란의 원흉 풍신수길이 마침내 복견성에서 숨을 거둔 날이었다.
 「수길이 있어서 전쟁이 있었던 것이지, 수길이 없으면 전쟁은 무의미하다」고 평한 일본학자 덕부소봉의 말 그대로, 이제 전쟁은 더 계속 되어야 할 이유가 없어지고 말았다. 그것은 일본측에서 볼때의 이론이지, 우리에게는 그 인론이 맞는 것은 아니다.
 7년을 두고 무수한 인명들을 살상할 대로 살상하고 강토를 짓밟을 대로 짓밟다가 이제와서 저희가 돌아가고 싶다고 그냥 돌려보낼 충무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수길이 원가강, 모리휘원, 전전이가, 상삼경승, 우희다수가 등 다섯 대노에게 모든 일을 부탁함과 동시에, 출정중에 있는 저희들의 군대를 전부 철수하게 하라고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선조실록)
 이 소식이 전해지자 청정, 행장, 의홍 등 왜적들은 전부가 철군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비밀리에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대노들의 명령을 받은 덕영수창, 궁목창자랑이 부산포에 이르러, 출정군들에게 정식으로 철귀의 명령을 전한 것은 9월 28일의 기록에 실려 있음을 본다.(선조중흥지) 그러나 왜적들은 들어올 때 마음으로 들어왔다고, 나갈때도 마음대로 나갈 수는 없었던 것이니, 충무공이 그것을 허락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무공은 내 동포의 피를 헛되이 흘러 버리고 말게 할 수는 없었다. 공은 언제나 「한 척의 배도 못 돌아간다」 비장한 각오로 전쟁에 임하는 결의를 삼고 있었다.
 정유재란 이후 기세좋게 내륙각처를 약탈하던 적군들도 바다에서는 충무공이 다시 일어나 대승첩을 거두고, 육지에서는 조명 연합군에 의해서 격파된 곳이 많아 차츰 도로 내려와 가등청정은 울산과 서생포에, 소서행장은 순천에, 도진의홍 부자는 사천에, 입화종무와 유마청신은 남해에, 길천광가는 고성에, 과도직무는 마산에, 흑전장정은 양산에, 모리수원과 소조천수추는 부산에 웅거하다가 그것도 차츰 울산, 순천, 사천, 부산 등 네 군대의 적들만이 주둔하더니 그들마저 이제 와서는 그저 무사히 철귀할수 있기만을 생각할 따름이다. 그러나 울산청정의 뒤에는 명나라 마귀의 군대가 있었고, 사천 의홍의 뒤에는 명나라 동일원의 군대가 있었고 순천행장의 뒤에는 명나라 유정의 군대가 있었고, 바다에는 충무공과 진린의 연합함대가 길을 막고 있었기 때문에 왜적들은 초초하기만 했다.
 우리는 아직 수길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왜적들이 철귀하려 한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충무공과 진린도독은 고금도를 떠나 출격태세를 갖기로 했다. 진린이 진쳤던 묘당도 지금은 여기에 충무사가 있다. 충무전서에 유사라 적혀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진도독이 여기 거하며, 자기가 본국에서부터 숭배해오던 관왕의 사당을 짓고 예배해오다가, 이곳을 떠나면서 그가 쓰던 모든 새물들을 이곳 사람들에게 주어, 그대로 관왕을 모시게 했던 것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 제사가 해이해졌더니 현종 때에 와서 절도사 유비연이 중수하고 천휘란 중을 시켜, 그 곁에 암자를 짓고 제사케 하는 한편, 딴채 하나를 지어 진린과 충무공을 모셨던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