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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
‘율곡 이이는 경전의 이치를 연구하고 마음을 바르게하며 도에 의거해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은 도학<道學>이라 한다. 도학이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 것은 말세의 부득이한 상황 때문이었다.’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그는 도학자는 경서나 읽고 저술이나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 심성의 공부를 통해 사리를 분별하고 출처의 정당성을 확보한 사람을 말한다고 부연했다.
조선시대 도학은 성리학적 세계관의 현실적 용어를 지향하는 실천철학으로서 거기에는 성리학의 우주 및 인성론에 내재해 있는 도덕적 원리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대의명분에 부합하는 정당한 실천이라는 조건이 주어져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도학적 경향의 등장은 조선왕조가 성리학을 이념으로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훈구 및 척신세력에 의해 초래된 제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제기된 것으로 사림세력이 개혁의 방향을 명분과 도덕에서 찾으려는 목적과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당시 정부에서 존속하는 동안 우리는 불꽃놀이를 자주 목격해야 할 것 같다.
국보 제1호 숭례문이 불타더니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두 달 넘도록 수 천 만개의 촛불이 거릴 메웠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나라의 기강은 무너져 내렸고 국론은 분열될 대로 분열되었다.
숭례문 화재 당시 현판이 땅에 떨어지며 예<禮가> 내동댕이쳐 질 때 우리는 벌써 직감했어야 했다.
우선 화재가 땅 값 보상에 불만을 가진 한 노인이 홧김에 저지른 행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에서 우리의 억장이 무너질 정도의 가치관이 전도된 현 주소를 읽어야 했다.
그 사이 우리는 오만과 편견, 아집과 독선, 불법과 탈법, 중상과 모략, 음해와 선동, 욕설과 괴변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현식을 목격했다.
사회를 유지하는 마지막 보루인 예의와 염치는 고사하고 도덕과 의리도 보란 듯이 내동댕이쳐져 조롱거리가 되었다.
이런 병리현상의 만연으로 인해 내면이 병들어 있는데 외부의 전염병을 막을 수 있는 내성이 만들어 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약점을 이용해 도발을 자행해 왔던 것이 바로 왜구다.
일본은 그 습성을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그들은 이번에도 우리의 난국을 호기로 이용해 족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댄다.
이러한 난국을 수습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16세기 명종 대 훈척정치의 상황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치적 혼란과 사회 경제적 피폐로 인해 굶어 죽은 백성이 부지기수였고 도적이 의적으로 둔갑하는 등 가치관의 전도현상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그때는 사태가 쉽사리 해결 될 수 있었다.
말기적 혼란의 와중에서도 난세를 구제하기 위한 도학이 소리 없이 저변을 확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총체적 난국 속에서도 도를 지키며 예를 실천한 사람의 학문이 바로 도학이다.
사람들은 시대적 모순을 지켜보며 비판적 자세를 견지한 가운데 극복방안을 모색했다.
그들은 확고한 세계관을 토대로 스스로의 정당한 처신을 통해 조용히 행동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감화시켰다.
남명을 비롯한 모든 학자들은 모두 그런 면모를 보였고 그것은 다시 제자들에게 전승되어 확산되고 있었다.
남명의 무인 가운데 한 사람인 낙천<洛川> 배신<裵紳>(1520~1573)도 거기에서 예외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낙천의 본관은 성주이고 자는 경여이며 이름은 신이다.
낙천은 7살 되던 해 같은 고을에 사는 김열에게서 글을 배웠으며 이듬해부터는 다시 엄한경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글을 깨우치는 속도가 빨라 기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도 좋아했다.
어느 날 길거리에서 정신없이 뛰놀다 고을원님의 행차와 부딪치고 말았다.
놀란 말에서 떨어질 뻔하다 가까스로 몸을 추스린 원님이 화가 난 나머지 큰소리로 애들을 꾸짖었다.
그러자 겁을 먹은 아이들이 모두 달아나 숨어버렸는데 그 만이 양손을 모우고 단정한 자세로 서서는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기특하게 여긴 원님이 그를 데리고 객관으로 가서 이것 저것을 물어보았다.
그른 어린아이 답지 않은 예절바른 태도로 일관하며 또박또박 잘문에 응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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