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조선의 인간상을 살펴보면 선비정신이 아닐까 생각된다. 선비는 먼저 학문을 닦아 지식과 덕성을 갖춘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논어에 군자는 의(義)에 밝고 소인은 재리(財利)를 추구하여 끝없이 달리고 있다. 군자유어의 소인유어리(君子愈於義 小人愈於利)라고 하였는데 선비는 그 출처를 인(仁)과 도(道)와 의(義)를 근본으로 하며 함부로 재리(財利)에 탐착(貪着)하지 않는다.
 선비의 목숨은 죽일 수 있으나 그 의리(義理)와 절개(節槪)는 죽일 수 없다. 선비는 옛날 우리 사회에서 정신적 문화적 주체의 역할을 해 왔다. 먼저 자신의 학문과 입지(立志)를 닦아 내강(內剛)외유(外柔)를 굳건히 하여 그것이 충분한 경지에 이르렀을 때 후진을 양성하여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기도 하였다.
왕으로부터 부름을 받으면 백성을 다스리는 관료가 되기도 한다. 선비의 의리에 합당하지 않으면 산수와 더불어 유유자적하게 몸을 숨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국가에 위기가 닥치면 서슴치 않고 살신성인(殺身成仁)하고 사생취의(捨生取義)의 대의(大義)를 행하였다. 선비는 본래 유교적 인간상이지만 이런 점 등을 미루어 보면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 가장 이상적이고 폭넓고 애국적 인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 사회는 서구의 기술 문명을 도입하기에 너무 서둘렀고 이와 같은 현실에서 우리는 전통적인 선비정신을 부정해 버리고 서구의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극도에 부딪힌 서구의 기계 문명의 활로는 동양의 정신문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세계의 석학(碩學)들이 일찍부터 주장한 바 있다.
 고려 조선조의 천년의 역사를 통하여 가장 우리다운 것은 선비의 삶이다. 선비는 많은 사람이 추구하는 인간상이다. 선비는 그 사회의 우뚝한 인격의 표준으로서 그 시대의 지도적 역할을 하는 의무와 책임을 감당해왔다.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선비정신은 이 나라 지식인들이 쌓아올린 사생취의(捨生取義)의 금자탑(金字塔)으로 극치를 이룬 것이다.
 우리 전통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유학 즉, 한문학이며 조선조 500년에 한문학은 정치, 군사, 문화 등 모든 영역에 지도적 역할을 다 해 왔다.
 한문학을 지향하는 이상형은 선비정신이다. 선비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인격과 학문을 닦고(수기:修己) 남을 다스리는(치인:治人) 대부(大夫)가 되고 그 다음에는 그를 바탕으로 학자와 관료인(官僚人)을 가르치는 사대부(士大夫)가 되는 것은 최고 목표로 했다.

 선비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사덕(四德)과 예의염치(禮義廉恥)의 사유(四維)를 쌓은 덕행인(德行人)이여야 한다. 선비는 학식보다 인성(人性)과 덕행을 숭상하고 신봉하여야 한다. 선비는 수신제가(修身齊家)하는 수양인(修養人)이 되어야 한다. 선비는 윤리(倫理)와 오상(五常)을 지킨다.
우리나라 선비를 대별(大別)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매죽헌(梅竹軒) 성삼문(成三問) 창영인(昌寧人), 취금헌(醉琴軒) 박팽년(朴彭年) 순천인(順天人), 백옥헌(白玉軒) 이개(李塏) 한산인(閑山人), 단계(丹溪) 하위지(河緯地) 진주인(晋州人), 랑간(琅간) 류성원(柳誠源) 문화인(文化人), 벽량(碧梁) 유응부(兪應孚) 기계인(杞溪人), 위 여섯 선생은 절의(節義)를 위하여 목숨을 잃었으니 참된 선비정신을 사수(死守)하였고 남명 퇴계 두 선생은 화려한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수신제가(修身齊家)하면서 경(敬)과 의(義)의 정신으로서 문맹퇴치(文盲退治)운동을 전개하여 석학대유(碩學大儒)를 헤아릴 수 없이 배출하였으니 진실한 선비이다.
 우당(友堂) 이회영(李會榮) 경주인(慶州人) 선생과 안중근(安重根)선생, 윤봉길(尹奉吉)선생은 조국 독립을 위하여 목숨과 재산을 초개같이 버렸으니 진실한 선비라 아니 할 수 없다. 진실한 선비상은 고달프고 험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