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균은 갔다. 그러나 숱한 이야기가 그의 뒤를 따랐다.
 조경남은 그의 기록에 이같은 이야기를 적었다. 원균은 생김새부터 그 몸뚱이가 비대해서 한끼니에 한말밥과 생선다섯 묶음과 닭이나 꿩 서너마리씩을 먹기 때문에 언제나 배가 무거워 걸음을 잘 걷지 못했다.
 그런 몸뚱이라 7월 16일 고성땅 추원포(당항포)에 상륙하여 피선하다 능히 달음질쳐 달아나지 못하고 77번 국도 큰 소나무 밑까지 가픈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자 큰 소나무 아래 앉아 뒤쫓아 온 왜적 6~7명에게 포위되어 항전하다 큰칼은 부러져 최후를 맞게 되었다. 죽은 뒤에도 사람들이 모두 비웃는 것이었다.
 원균이 비록 패전하여 죽기는 했으나 불충불의한 무리는 아닐 것 같은데 뒤에 그를 조롱하는 사람들이 많다. 달천의 기록에 원균을 임란 유공자의 반열에서 완전히 제거해 버렸는데 나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과연 달천의 기록 속에 들어 있는 다른 사람들은 과연 모두다 충의의 인물이란 말인가? 그리고 또 원균이 그들의 만분의 한자리쯤도 끼여 들 수가 없더란 말인지. 그의 취하고 버리는 것이 어찌 그리 공평치 못하던지 또 그 당시의 장수들로서 원균보다 뛰어난 사람은 과연 몇사람이던가. 그러기에 그 뒤 조정에서 공로를 논할 적에 원균을 선무원훈의 서열에 넣었던 것이니 여기서 국법의 공정함을 보는 것이다. 만일 원균을 불충이라고 해서 그가 적의 손에 죽은 것을 죄인이라고 하면, 저 바라만 보다가 달아나, 제목숨 살기나 한 장수들에게는 무슨 죄를 줄 것인지.

　이억기는 본관이 전주요, 자는 경수요, 명종 16년(1561)에 태어났으니 충무공보다는 16세 아래로서 그도 역시 일찍이 함경도에서 오랑캐를 막아 공로를 세워 전라우수사에까지 오른 이였다.
　머리가 명석하고 용감하며 충무공이 지휘 아래서 백전백승으로 큰 공로를 세웠더니, 이때 원균과 함께 출전 했다가 자기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어 최후에 몸을 창파에 던져 순절하니 이때에 나이 37세였다.
　대장이란 적을 용서해 줄수는 있을지언정 적에게 목숨을 벌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원균과 같이 적의 손에서 더럽게 죽지 않고 차라리 몸을 창파에 던진 것이다. 그래서 죽은 뒤에 병조판서를 증직하고 완흥군으로 봉했으며 선무 2등 공신에 책정 되었다.
　충무공은 그동안에 있었던 패전실황을 계속해서 전해 들었다. 원수부에 온 김해지역에 사는 김억의 고목에서 초 7일에 왜적선 5백 여척의 부산으로 돌아오고 초 9일에 왜선 천여척이 합세하여 원균의 배와 절영도 앞바다에서 싸울적에 우리 전선 5척이 두모포로 표류 했었다는 보고문도 보았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직접 체험하고 겨우 목숨을 건져 도망 왔다는 영암사람의 종세남에게서 전투실황을 직접 듣기도 했다. 그러다가 7월 16일 원균등의 최후 패전의 소식은 2일뒤 7월 18일에 이덕필과 변홍달 등에게서 보고를 받았다.
 『16일 새벽에 우리 수군이 왜적의 불의 습격을 받아 통제사 원균이 이억기와 충청수사 최호 및 여러 장수들과 함께 전사하여 크게 패전 했다고 한다. 울음이 터져 나왔다』(정유 7월 18일 일기)고 했으나 충무공은 그들의 죽음을 조상하기 보다는 이제 다시 나라의 위태로움이 코밑에 닥쳐 온 것에 통분한 마음을 진정키 어려웠다.

 ○ 패전한 현지를 사수하러 떠난 충무공
　원균의 패전과 함께 삼도수군이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이튿날인 7월 17일 왜적의 대장 소조천수추가 부산에 도착했다. 먼저와 있던 적장 모리수원과 만났다. 그로부터 적들은 경상도는 물론이요. 전라, 충정도까지 손아귀에 넣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소서행장과 송포진신은 순천을, 고교통증과 고교원종은 봉암을, 종의지와 오도순현은 남해를, 가등청청은 울산을, 과도직무와 세천충흥은 창원죽도를, 도진 의홍은 해남으로부터 진주, 고성까지를 책임지기로 했다.
 그들의 움직임에 앞서 경상우수사 배설은 먼저 한산도로 갔다. 그는 처음에 원균이 반드시 패전할 것을 알았을 뿐 아니라 거제의 칠천량은 물이 얕고 목이 좁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겨 가지고 원균에게 제의도 했었다. 그러나 원균의 거절에 그는 자기 소속 군인들과 비밀히 약속하고, 적병이 오자 얄밉게도 먼저 달아나 그 군사들만은 우선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배설) 한산도에 돌아오자마자, 집과 곡식과 무기들을 모조리 불태우고 섬에 있는 백성들에게까지 피난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충무공이 4~5년 동안 피땀으로 이루어 놓았던 한산진의 장엄한 모습은 하루아침에 우리들 자신의 손에 의하여 불타 버리고 말았다. 이때 한산도에서 미처 배를 타고 도피해 건너오지 못한 사람들은 남녀노소간에 모두 참혹한 학살을 당했던 것이다.
　왜적은 우리를 속여 충무공을 옥에 가두는 일에 효과를 보았고, 뒤에는 또 우리를 꾀어 원균을 죽게 함으로써 우리 수군을 전멸 시켰던 것이니, 우리는 그들의 교묘한 지혜를 욕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의 노둔함을 먼저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날 충무공을 옥에다 가두고 원균을 통제사로 보내야 한다고 극력으로 주장하던 윤두수, 김응남 들이 그날에 임금 앞에서 무슨 면목으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선조도 이제 와서 비로소 깨달았다.
 『원균 한사람에게만 핑계를 돌리지 마라. 이산해, 윤두수 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선조실록 99)라는 말까지 했던 것이다. 그러나 원망하고 탄식만 하기에는 형세가 너무도 위급했다.
　원균이 패전한 이틀 뒤 7월 18일 권율 도원수는 자기의 지위를 헤아릴 여유가 없었다. 진중에서 뛰쳐나와 친히 충무공의 숙소로 달려갔다.
　충무공은 입을 열었다. 『내가 직접 해안지방으로 가서 듣고 본 뒤에 방책을 정하겠소』하고 대답 했다.(난중일기 정유년 7월 18일)

 ○ 통제사 재임명의 교지가 내림
　충무공은 아흡사람의 부하 동지들을 데리고 초계의 원수진을 떠나 원균이 패전한 연해안으로 나가 그곳의 실정을 직접 듣고 보고 구국의 새 방략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8월 초3일에 서울로부터 선전관 양호가 내려와 충무공에게 옛날의 직함이였던 삼도수군 통제사의 재임명장에 대한 교서와 유서를 전했던 것이야 말로 가장 특이한 일이다. 그런데 충무공이 임명장을 받은 것은 8월초 3일 이었던 것이나 실상인즉 지금 현충사에 국보로 지정 보관되어 있는 재임명 고서에서는 7월 23일로 날짜가 적혀 있으며, 또 실록의 기사에는 22일에 임금의 명령이 내렸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같이 충무공을 통제사로 재임명하게 된것에 대해서 유성룡의 기록에 경림군 김명원과 병조판서 이항복이 주장한 결과 였음을 밝혀 둔것이다.

 ○ 16일 동안 머무른 진도벽파진
　충무공은 흩어졌던 군사 겨우 120명을 거두어 이끌고 보성을 떠나 장흥땅 회녕포에 이르렀다.
　이억기의 후임으로 전라우수사가 된 김억추를 불러 나라에 몸바칠 것을 약속 짓고 지형이 협착하므로 다시 해남고을 이진으로 옮겼는데, 충무공은 여기서 토사곽난으로 수일동안 고통을 겪기도 하였다.
　충무공은 몇 날 뒤 어란진을 떠나, 진도 고을 벽파진으로 올라갔는데 이무렵 공이 거두워 모은 배는 모두 12척이였다. 이때의 배의 척수에 대해서 소대년고, 청야극담, 지봉유설 등에는 13척으로 적혀있고 징비록에는 10여척으로 적혀 있으며 정경달의 반곡집에는 8~9척 또는 14척으로 적혀 있으나 난중집록과 선묘중흥지에는 12척으로 되어 있으며 그보다도 공의 행록에는 12척으로 적혀 있어 그것이 표준이 되어 모든 학자들이 지금껏 12척이란 것으로 일률적인 서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조정에서는 너무도 빈약한 전선이라, 충무공에게 명령을 내려 배를 버리고 육지로 올라와 막으라고 했었다. 충무공은 거기에 대답하여 장계를 올렸으니 『이제 신에게 전선이 오히려 12척이나 있습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아직도 할 수 있습니다. 전선이야 비록 적지만은 신이 죽지 않았사오매, 적이 감히 우리를 업신 여기지 못하리이다.』하고 아뢰였던 것이다.
　이 한마디 속에 신념의 충무공이 나타나 있다. 12척의 전선을 가지고 3백척이니 5백척이니 하는 무서운 적군을 상대로 하여 싸우려 했고 또 능히 싸워 이겼다.
　충무공이 진도벽파진에서 머무른 것은 정유년 8월 29일에 도착하여 우수영으로 진을 옮겨 올라 가기전날까지 16일 동안 난중일기를 상고해 보면 사흘은 비 내리고 나흘은 큰바람 불어 배를 부지할 수 없어 맏아들 희와 함께 배위에 앉아 눈물을 짓기도 했다. 그런데다가 경상우수사 배설이 마침내 여기서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충무공의 격분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배설은 이틀 전에 충무공에게서 병을 치료하겠다는 것으로 승낙을 받고 육지로 오른 채 도망쳐 버리고 말았는데, 비변사에서는 곧 잡아와 처단 하자고 아뢰기도 했고 배설을 밀고해 주는 자에게 상을 주자고도 청했다.
　전쟁이 끝난 다음해 기해년 3월 6일에 도원수 권율이 경북 선사에서 잡아 서울로 압송해서 처단하고 그의 아버지 덕룡과 아들 상충만을 출옥 시켰다.
　또한 한심스러운 일은 오늘의 교남지 중에 성주의 인물들을 기록하여 배설을 충의의 인물로 예찬해 놓은 것에 한심할 뿐이다.

 ○ 명량해전(울도목)
　충무공은 회녕포, 이진, 어란진 등지를 거쳐 벽파진까지 오는 동안에도 왜적들의 습격이 여러번 있어 공도 역시 군사를 내어 적을 추격 하기를 여러차례 반복했다. 벽파진에 도착 하기전 문득 전략을 생각한 것이 있었다. 그래서 9월 15일에 12척의 전선과 부하장병들을 이끌고 벽파진을 떠나, 우수영으로 올라갔던 것이다.
　『9월 15일, 나는 조수를 타고 여러 장수들을 거느리고서 진을 우수영 앞바다로 옮겼다. 벽파진 뒤에 명량이 있었는데 수효적은 수군으로 명량을 등지고 진을 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러 장수들을 불러모아 약속하되 병법에 이르기를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했고 한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는 말도 있는데 모두 오늘의 우리를 두고한 말이다. 너희 여러 장수들이 조금 이라도 명령을 어긴다면 군율대로 시행해서, 비록 작은 일이라도 용서치 않을것이라 하고 약속했다』(정유 9월 15일)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