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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를 만나다
2021년 10월 22일 (금) 10:46:23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 강홍우 고성문협 자문위원

소나기는 주로 여름철에 내린다.

 
소나기 구름이 몰려오면 비설거지를 해도 금방 들이닥쳐 비를 맞기도 한다.
 
특히 곡식을 널어 말리는 날 소나기가 오면 급하다.
 
그만큼 ‘소나기는 황소 등을 탄다’라는 속담이 있다.
 
지난 한글날 고성문인협회에서 ‘길 위의 인문학’이란 주제로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을 견학했다.
 
우리나라 단편 소설로는 제 일로 손꼽는 ‘소나기’를 만나러 한글날에 간 것은 의미가 깊다.
 
코로나 19가 아직 기승을 부리는 이 때 집단 견학을 한다는 것은 자타가 걱정을 하겠지만, 참가자 모두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지키며 진행 했다.
 
6시가 조금 지나 참석회원 15명을 태운 관광 버스는 고성들을 끼고 달려 달려 고성 IC에 올라 경쾌하게 달린다.
멀리 거류산 머리 위에는 아침 노을이 불그스레 하다.
 
가을 여행은 아직 이르다.
 
얼마만의 여행인가?
 
코로나 19의 저지에다 나로서는 중병을 앓은터라 가슴이 벅차다.
 
안개가 자욱한 공룡휴게소를 뒤로하고 터널을 지나니 영현들의 논은 비워지고 있다.
 
먼 산 머리에 구름이 드리웠을뿐 가을 하늘이 바다처럼 푸르다.
 
감나무 과수원은 제주 밀감 밭처럼 붉다.
 
도로변이나 산 기슭에는 들국화가 무리지어 핀다.
 
올라 갈수록 감나무 과수원이 사과 밭으로 변하고 금산지역에는 검은 차광막으로 덮인 인삼밭이 즐비하다.
 
TV에서 보니 인삼이 타산에 맞지 않아 밭을 갈아 엎는다더니 일부인가 보다.
 
동서울 관문을 지나 하남시에 들어서자 정체가 시작되었다.
 
불과 이삼십리 길을 3시간 걸렸다.
 
대체휴일로 연사흘 연휴에다 천리 밖의 우리까지 함께하고, 길의 방향을 잘못잡아 되돌아서기를 두 번 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팔당대교를 건너 팔당호를 지난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수력발전을 하노라며 크게 자랑했지만, 정작 수문은 하나만 열어 놀고 있다.
 
봉안마을에 이르러 정체는 해소되어 무도장강교에 올랐다.
 
양평 입구에는 ‘엄마야 누나야 양평 살자’라는 큰 선전판이 서 있고 그 아래 체육공원이 있다.
 
양평 시내에 들어서니 강변에는 수련이 그득하여 꽃이 피면 참 아름다울 것 같다.
 
식당에는 연잎밥이니 수련을 주제로 한 메뉴가 눈에 띈다.
 
2시 반에 소나기 문학관 관장 김종화씨가 식당 앞에서 일행을 반겼다.
 
서종식당에서 두부전골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3시반에서야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 마을’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서너 시간 늦다.
 
문학관 건물은 수숫대를 형상화하여 지었다.
 
도서관에 모여 관장으로부터 문학촌과 황순원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견학이 시작되었다.
 
여느 문학관처럼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황순원의 서재 모형에는 ‘언어를 벼르는 대장장이의 공간’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2층에는 소나기 모형실이 있었는데 사방 유리벽이 설치되어 있고 스크린으로 소나기를 내리게 하여 옷이 젖지 않았다.
 
한편에는 옛날 교실 모형을 만들어 놓아 추억이 새롭다.
 
3층에는 마침 9월 1일부터 10월 말까지 ‘시가 팬데익을 이긴다 전(展)’을 하고 있었으며, 한국 시단에서 내로라 하는 시인의 시를 홀소리와 닿소리 글자로 조형을 한 특이한 시화를 전시하고 있었다.
 
바깥에는 소나기를 뿜어 체험하는 잔디밭과 징검다리, 섶다리 개울, 수숫단 움막, 묵넘이 고개, 학의 숲, 해와 달 숲, 별빛마당 등이 조성되어 관광객을 맞고 있다.
 
황순원의 묘소도 있다.
 
‘소나기’는 황순원(黃順元. 1915~ 2,000) 작가가 쓴 단편소설이다.
 
학교를 다녀 본 사람이면, 1960년부터 현재까지 반세기 이상 초등학교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소설 ‘소나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첫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이성에 눈떠가는 사춘기 소년 소녀의 아름답고 슬픈 첫사랑의 경험을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전설이라 칭할만한 수작으로 순수한 사랑 그 자체로 대중들의 머릿속에 각인 되어 있다.
 
유년에서 성인의 세계로 가는 과정에서 만남과 이별이라는 경험을 하면서 성숙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나는 학창시절에 이 소설을 읽고 감동되어 눈물을 흘렸다.
 
청순한 이야기로 비애를 자아내게 했다.
 
내가 읽은 우리나라 소설 중에는 장편 소설로 박경리의 ‘토지’ 그리고 단편소설로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으뜸으로 꼽는다.
 
황순원 문학관 관장이며 문학평론가이고, 특히 고성 영현 출신인 김종화의 평론 ‘순수와 절제의 미학 황순원의 문학과 「소나기」’중에서 보면 ‘「소나기」는 짧은 단편이면서도 황순원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소나기」는 청순한 소년과 소녀의, 우리가 차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가 조심스러운 그 애틋하고 미묘한 감정적 교류를 잘 쓸어 담고 있어 그 시기 작품 세계의 극점에 섰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소나기」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그와 같은 이야기의 줄거리가 아니다, 간결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속도감 있는 묘사 중심의 문체가 우선 작품에 대한 신뢰를 움직일 수 없는 위치로 밀어 올린다. 정확한 단어의 선택과 그 단어들로 이루어진 문장이 읽는 이에게 먼저 속 깊은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는 범례를 우리는 여기서 볼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돌아오는 차안에서 기념품으로 받은 ‘「소나기」를 만나다’라는 책을 읽었다.
 
소나기의 전문과 평론이 실린 책이다.
 
역시 좋은 소설이다.
 
그러나 학창시절의 감동은 느끼지 못했다.
 
이미 나의 생애 동안 청순에 때가 낀 때문이리라.
 
그렇게 첫사랑이 지속되어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면, 과연 그 소설이 빛을 발할 수 있었을까? 소설의 여백(餘白)이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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