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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나타난 선비정신
2021년 08월 20일 (금) 10:01:51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어떤 선비의 아내가 우는 아이를 재우려고 책을 가져다가 아이의 눈앞에 펼쳐 주었다.

그러자 선비가 “책은 왜 아이의 눈앞에 들이 미느냐”고 하자 “매번 보면 영감께서 책을 손에 잡기만 하면 곧장 잠들어 버리니 책이란 것은 잠을 권하는 물건일 따름이지 뭐요”라고 대답하였다.
 
선비의 세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행동 덕목은 독서<讀書>이다.
독서는 학문 활동일 뿐 아니라 수신<修身>의 밑거름이어서 독서를 게을리 하는 자는 참선비가 될 수 없고 그런 선비는 곧 위선자이다.
선비의 아내를 통해 책이란 선비들이 자기의 게으름과 무능을 가리는 도구일 뿐이라고 풍자하는 이야기이다.

독서란 결국 세상을 바꾸는 일이기는 커녕 사람을 잠들게 만드는 수면제와 다름없다고 하면서 선비들의 행동 규범 중 중추가 되는 독서를 여지없이 뭉개버리는 이야기 인 것이다.
책으로 아이를 잠들게 하는 실용적 목적이 관념적으로 독서를 통해 성인이 길을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참선비의 길은 겉으로 드러내는 위선적인 허세와 과시가 아니라 나를 낮추고 빈 곳을 채워 나가는 끊임없는 수행정신에 있음을 그것이 참선비의 올바른 독서법임을 경계하고 계도하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이상은 모두 성리학을 신봉한 선비들이 그들 스스로 구축해 놓은 유교적 세계를 뒤집어 버리는 자성적인 이야기들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에 의해 남성의 가부장적 권위가 부정되는 설화나 조선조 사회의 기본 질서인 반상<班常>의 규범적 세계마저 뒤집어 엎은 설화들이 적지 않다.
어떤 공처가인 원님이 동헌에서 송사<訟事>를 처리하면서 남편의 얼굴에 상처를 낸 아내를 꾸짖자 곁에 있던 남편이 오히려 아내가 그런 것이 아니라 우연히 문짝이 넘어져서 그렇게 되었노라고 변명을 했다.
이때 원님의 아내가 몽둥이를 들고 문짝을 치면서 “고을의 수령이 공무를 처리하는 한편 도둑이나 토지에 관한 사기, 횡령 등을 처리하지 않고 어찌 아녀자의 일에 관여 하는가”하고 소리치자 원님은 손을 내저으며 “내 집 문짝도 장차 넘어지려 한다”고 하며 그 부부를 돌려보냈다.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원님이건 아내에게 맞는 남편이건 모두 공처가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공처가 생활이 사적 공간만이 아니라 동헌의 송사 판에도 존재 한다는 사실이다.
아내의 폭력으로 상해를 입었기에 공적으로 이를 제재하고 문제 삼으려 해도 피해자의 남편이 아내를 두둔하니 어쩔 수 없고 원님에게 조차 아내가 무서워 사실을 밝힐 수 없는 공처가의 모습이다.
그런데 더 주목할 것은 원님의 아내의 행동이다.
아내가 남편의 공무에까지 나서서 공무가 아닌 아녀자의 일에 관여한다고 호통을 치며 나무란 것이다.
그러면서 공무에 관여하여 남녀와 공사의 문제마저 뒤엎어 버린다.
한마디로 아내의 특권이 일방적으로 관찰되는 이야기이다.

겉으로는 남편의 권위가 하늘인 가부장적 세계였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여성주의 문화가 상당히 큰 위세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아내가 남편을 휘어잡고 사는 여권 중심의 이야기로서 가부장적 건위를 부정하는 여성상위시대의 설화인 셈이다.
아내의 주먹질은 남편의 관복도 아랑곳하지 않고 칠거지악에 관한 성현의 말씀도 소용이 없다.
조선조 가부장적 체제 속에서 실제적으로 파워를 지닌 여성중심의 문화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셈이다.

이외도 공처가 남편의 이야기는 수 없이 많다.
요즘까지 전승되어 온 공처가 설화는 수용의 자세를 보인 선비의 모습이다.
정말 공처가로서 힘없이 전락하는 남편이라기보다는 소외자의 세계로 과장 확대해서라도 현실에 수용함으로써 평화롭게 가정을 원만하게 운용하여야 하는 선비의 현실적 세계가 자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님이 나들이 중에 이웃 아전의 집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그 아전의 딸이 미모가 출중하여 갖은 수단으로 딸을 품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마침내 아전의 아내를 목을 매어 죽는 시늉으로 위협하고 딸을 차지하려 하자 전후사실을 눈치 챈 아전의 아내는 “이 뒈질 개도둑 놈아 네가 백성의 부모가 되어 남의 딸을 찾아 토색질 하는 속임수가 이에 이르렀느냐”하고 죽어도 상관하지 않겠다며 꾸짖었다.
원님은 부끄러워 밤새 슬그머니 도망쳤다.
원님이 권력을 앞에서 부도덕하게 아전의 딸을 취하려 하자 그 어미가 정색을 하고 원님을 내 쫓은 이야기다.
이는 조선조 때 어는 고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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